-
기사 스크랩
-
댓글
-
공유
-
글자크기
-
프린트
Google 검색에서 한국경제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올해 개정된 지방세법의 해석 오류로 가족 간 부담부증여 취득세율이 급증하는 혼란이 발생하자 정부가 유권해석을 통해 세금 환급 등 조치에 나섰으나, 근본적인 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갈등의 불씨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저가양도 규제하려다 증여까지 과세
1~3%이던 세율 12%대로 급등
행안부 뒤늦은 유권해석에도 법과 상충
전문가도 이해 어려운 세법에 국민 불편
법대로 과세했더니 세율 12배
13일 세무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에서 자식 등에 부담부증여를 한 사람 가운데 일부가 종전 대비 4~12배에 달하는 취득세율을 부과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담부증여는 자녀 등에 주택을 물려주면서 전세보증금이나 주택담보대출 같은 채무를 함께 넘기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시세가 10억원이면서 전세금 7억원이 들어있는 주택을 부담부증여 하면 수증자는 3억원에 대해서는 증여 취득세를, 전세금 7억원에 대해서는 매매 취득세를 낸다. 채무 부분을 매매로 보다 보니 부담부증여를 하면 토지거래허가도 받아야 한다.문제는 매매로 인정받아 왔던 채무 부분에 대한 해석이 달라지면서 불거졌다. 지난 1월 개정된 지방세법에 따르면 두 사람이 실제 대금을 지불하고 부동산을 거래했다고 해도 ‘가족 간 거래’이고 거래대금이 ‘시세보다 일정 수준 이상 저렴(3억원 혹은 시세보다 30% 이상 저렴)’하면 이를 증여로 규정한다.
가족 간 저가 거래를 징벌하기 위한 취지의 개정안이지만, 법 조항이 서로 얽히며 부담부증여에까지 영향을 주게 됐다. 부담부증여에서는 전세금 부분을 매매로 보는데, 수도권은 전세금이 시세의 70% 이하인 곳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서울 2주택자가 무주택 자녀에게 부담부증여를 할 경우 이전에는 채무인수액에 대해 유상취득세율(1~3%)이 적용됐지만, 개정안에선 거래 전체가 증여로 묶여 세율이 최고 12%까지 치솟게 된다. 세율이 종전 보다 4배에서 12배까지 높아진다.
서울에서는 올 들어 개정 법안대로 과세가 이뤄졌다.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세무업계와 서울시 등이 법 개정 취지와 결과적인 과세 기준이 맞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달 말 전국 주요 지자체에 ‘부담부증여의 빚(채무) 부분은 무상 이전이 아니므로 저가 거래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는 유권해석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향후 유권해석을 기준으로 과세할 것”이라며 “과도하게 부과된 세금은 환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행정편의주의…"세무사도 헷갈려"
업계에서는 세무사와 세무 공무원조차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부동산 세제가 복잡한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행안부는 지난해 지방세법을 개정하면서 개정안이 부담부증여에 미칠 영향을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법을 소관하는 부처조차 법을 완벽하게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법 개정을 통해 혼란을 바로잡아야 하지만 당장 법 개정이 예정돼 있지 않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법을 섣불리 개정했다가 예상하지 못한 영향이 있을 것을 우려해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상가 등 비주거용 부동산은 증여취득세가 일반취득세보다 저렴하다. 납세자가 “법대로 과세해 달라”고 주장할 경우 대응이 어렵다. 행정소송으로 불거질 경우 법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일부 지자체 공무원들은 법 대로 과세를 할 가능성이 있다. 이승준 가온 변호사는 “예규는 행정부 내부의 행정해석일 뿐 언제든 변경되거나 철회될 수 있고, 일관된 적용도 담보되지 않는다”며 “법문 자체를 정비해 납세자가 법률 문언만으로 자신의 세 부담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조세법률주의에 부합하는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과세 기준이 일관되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천경욱 세무법인 송우 대표세무사는 “지방세에서 가족 간 저가 양도를 전체 증여로 간주하는 규정을 만들었지만, 국세에서는 채무 부분은 양도로, 증여 부분은 증여로 과세한다”며 “납세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예상할 수 있도록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한경 프리미엄9의 모든 콘텐츠는 한국경제신문의 저작물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사전 허가 없는 무단 전재·복제·배포·캡처 공유·AI 학습 활용 및 상업적 이용을 금합니다.
위반 시 서비스 이용 제한 및 민형사상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