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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통화정책 수단으로 자리잡은 포워드 가이던스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향후 금리 경로와 정책 방향을 사전에 제시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에 근접해 추가 인하 여력이 제한될 때 특히 유용한 제도로 활용돼왔다. 금리를 움직이지 않고도 투자자와 기업, 가계의 기대를 조정해 장기금리를 낮추면서 경기 부양 효과를 유도했다.미 Fed가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본격적으로 강화하기 시작한 건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 시절부터다. 1994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금리 조정 이유를 담은 성명서를 처음 발표했다. 1999년에는 금리 방향에 대한 시각도 함께 공개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제로 금리 시대'에 진입하자 중앙은행은 '상당 기간' 등 모호한 말 대신 더 강력한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2011년 8월 FOMC에서 벤 버냉키 의장은 '적어도 2013년 중반까지(at least through mid 2013)'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히며 구체적 날짜를 못박기 시작했다.
2012년 1월부터는 '점도표(dot plot)'를 도입했다. 점도표는 Fed 위원 개개인의 금리 전망을 시각화한 것이다. 중간값 뿐 아니라 개별 위원의 생각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시장은 Fed의 속내를 더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시장은 점도표 위 '점의 이동'에 주목하며 미래 금리 경로를 예측하기 시작했다.
중앙은행의 '자승자박' 피하려는 워시
이처럼 금융위기 이후 포워드 가이던스는 양적 완화(QE)와 함께 중앙은행의 주요 통화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단기 금리를 더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미래의 저금리 기조를 약속하면서 장기 금리를 하락시키는 효과를 냈다.다만 워시 의장 후보자가 집중하는 건 포워드 가이던스의 부작용이다. 특히 데이터에 의존해 당시에 가장 알맞은 통화정책을 펴는 데 제약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 번 내뱉은 약속에 중앙은행이 묶여버리면 경제 상황이 급변해도 즉각 대응하기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워시는 지난 청문회에서 "미래의 정책 결정을 미리 보여주는 방식으로 답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와 현재를 막론하고 너무 많은 연준 인사들이 다음 회의, 다음 분기, 다음 해의 금리가 어디에 있어야 할지 미리 의견을 내고 있는데, 나는 그것이 상당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2021년 7월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전망기간 중반 2%에 도달하고, 그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때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 금리 인상은 자산 매입이 종료된 후 얼마 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 이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물가가 폭등하는 와중에던 2022년 초까지도 ECB는 "자산 매입 종료 시점을 고민중"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이미 시장에 "오랫동안 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공표해놓은 상태에서, 이를 번복하는 것은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도에 타격을 주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ECB는 2022년 6월에야 자산 매입을 종료하고, 7월에야 첫 금리 인상을 할 수 있었다. 당시 물가는 8.6%였다. 미 연준이 2022년 3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것에 비하면 한참 늦은 대응이었다.
포워드 가이던스 부정적 입장인 신현송…K점도표 유지할까
지난해 7월 한 외신과의 팟캐스트 인터뷰에서도 포워드 가이던스의 한계를 지적했다. 신 총재는 당시 "더 많이 말할수록 시장과의 상호작용은 더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은 단일한 합리적 개인이 아니다"라며 "수많은 주체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그는 "시장은 헤드라인에 고착된다"며 "작은 글씨의 단서 조항은 아무도 읽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시장 참가자들이 '우리를 어른으로 대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에서도 "결국 그들이 원하는 건 다음 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지 미리 말해달라는 것"이라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일각에선 전임 총재가 금통위원들과 상의해 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제도를 신임 총재가 곧바로 수정하거나 폐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4일 인사청문회 당시 신 총재는 앞으로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제도가 도입되면 작동을 점검하고 평가하는 기간이 항상 따른다"며 "평가 작업도 금통위원들과 함께 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취임 직후 곧바로 제도의 존폐를 결정하기보다 6개월 점도표의 효과와 부작용을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얘기다.
취임사를 통해서도 이 같은 의중을 나타냈다. 그는 "한국의 K컬처 뿐 아니라 K점도표 등 한은의 정책적 경험이 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 같은 한은의 정책 경험이 BIS, IMF를 비롯한 국제 논의에서 의미있는 기여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내외 담론 형성에 적극 참여할 장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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