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90% 잠식한 中에 반격 … 'K-충전기' 심장 독립한다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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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모듈 국산화 없인 전기차 주권도 없다”
충전기 ‘설치 경쟁’에서 ‘OS 경쟁’으로
충전기 ‘설치 경쟁’에서 ‘OS 경쟁’으로
10일 전기차 충전 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이노베이트의 전기차 충전 계열사 이브이시스(EVSIS) 충북 청주 공장에는 LG이노텍 파워모듈이 장착된 급속충전기들이 조립을 마치고 기후부 공공충전소 납품을 앞둔 상태로 대기하고 있다. 파워모듈은 급속충전기에서 교류(AC)를 직류(DC)로 바꾸는 인버터를 구성하는 핵심 부품으로, 충전 속도와 에너지 효율을 결정한다.
LG이노텍은 2022년 9월 국산화에 착수한 이후 광주광역시 공장에서 탄화규소(SiC·실리콘카바이드) 전력반도체를 적용한 파워모듈 양산 체계를 구축했다. LG이노텍과 이브이시스가 짝을 지은 충전기는 지난해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이 실시한 품질 평가를 가장 먼저 통과했다. LG이노텍-이브이시스의 급속충전기에 이어 솔루엠-현대케피코 컨소시엄 등 3개 업체의 국산 파워모듈을 탑재한 충전기가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에서 성능 시험을 받고 있다.
○‘가성비’에 매몰돼 안방 내줘
유럽연합(EU) 안보 싱크탱크 EUISS는 지난달 유럽 에너지 시스템의 심장부에 이미 중국의 영향력이 깊숙이 침투했다는 서늘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특히 전력 시스템을 단숨에 마비시킬 수 있는 중국 해커 집단 볼트 타이푼(Volt Typhoon)을 지목하며,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디지털 트로이 목마’에 대한 즉각적 대비를 촉구했다.이보다 앞서 미국에서는 실제 물증도 확인됐다. 미국 에너지부(DOE)와 국토안보부 산하 사이버보안·인프라보호국(CISA)은 지난해 중국산 태양광 인버터 일부에서 설계 문서에 없는 통신 장치, 이른바 백도어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전기차 자체는 현대·기아차 등 국내 브랜드가 지난해 기준 57% 점유율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를 떠받치는 충전 인프라가 중국산 부품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그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전방위 보조금과 세계 최대 내수시장에서 쌓은 풍부한 트랙 레코드가 있다. 이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수냉형·양방향 등 차세대 모델 라인업을 다각화해 국내 업체들이 설 자리가 없었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선 화합물 전력반도체부터 파워모듈, 충전기 운영사업체(CPO)까지 전 영역에서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중국산 파워모듈이 국내 시장을 잠식한 상태지만, 중국 업체들은 대부분 충전기까지 직접 제작한다”며 “이 흐름이 이어질 경우 충전기 시장 전체가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데이터·제어권 종속 막아야
국내 CPO 시장은 한때 300~400개에 달했던 업체가 최근 40여 개 수준으로 급격히 재편됐다. 값싼 중국산 파워모듈에 의존한 가격 경쟁 구조 속에서 통신 오류와 운영 부실이 누적된 탓으로 풀이된다. 중국산 파워모듈은 저렴하지만, 차세대 파워모듈의 공동 개발이나 사후관리(A/S) 대응이 미흡하다는 단점도 있다.
업계에서는 파워모듈을 외산에 의존할 경우 제어부 설계와 통신 규격 대응 등 상위 소프트웨어까지 특정 국가에 종속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는 물론, 향후 V2G(차량-전력망 연계)나 수요반응(DR) 서비스까지 연계한 경우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공공 급속충전기 조달, 보조금 차등화 등을 통해 실제 설치 및 운영 실적을 쌓게 하는 방식으로 국산 파워모듈의 생태계 안착을 유도하고 있다.
파워모듈 없이 전력 공급에만 집중해 ‘고급 멀티탭’이라 불리던 완속충전기 영역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차량과 직접 대화하는 전력선 통신(PLC) 모뎀을 장착하면 완속충전기를 지능형 인프라로 탈바꿈할 수 있다. PLC 모뎀을 통해 배터리 상태를 파악하고 실시간 충전 제어와 화재 예방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그리드위즈는 국제 표준을 충족하는 PLC 기반 충전기 통신·제어 기술을 자체 개발해 완속충전기에 적용하고 있으며, 제니스코리아 등도 관련 기술 확산에 나서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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