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사설] 中의 무서운 테크 굴기, 이젠 한국이 추격 나설 때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국가주도 총력전에 미래산업서도 속속 세계 1위
    정책 리더십·사회 시스템 과감히 벤치마킹해야
    한경 특별취재팀이 창간 61주년을 맞아 중국 산업 현장을 둘러본 결과 레드 테크(중국의 최첨단 기술) 수준은 놀라움 이상이었다. 한국에서는 걸음마 단계인 도심항공교통(UAM)이 상용화 직전에 도달했고, 상상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중국에 거의 다 있었다. 베이징, 상하이, 항저우, 광저우 등 대도시엔 모두 테크 메카가 자리 잡았으며 이곳에서 연간 1200개의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있었다.

    중국 테크 굴기를 뒷받침하는 건 기술 굴기였다. 한국과 경쟁하던 예전의 중국은 더 이상 없다는 충격적 사실이 여러 경로로 확인된다.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가 올해 선정한 세계 10대 연구기관에 중국과학원 등 중국 연구기관이 8곳 선정됐다. 컴퓨터과학 분야 글로벌 순위인 CS 랭킹에선 칭화대가 1위, 상하이교통대 저장대 베이징대가 3~5위로 상위권을 휩쓸었다. 아직은 역부족이라던 미래산업 분야 경쟁마저 부분적으로 미국을 앞서가는 양상이다.

    ‘중국 제조 2025’를 발표한 10년 전만 하더라도 ‘멀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제조업 수준을 미국, 일본, 독일, 한국에 근접시키겠다고 했지만 볼펜 심도 제대로 못 만드는 나라에 10년은 너무 짧다는 견해가 중론이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목표한 ‘제조 강국’ 수준을 넘어서 ‘첨단 산업마저 주도하는 국가’로 환골탈태했다. 중국은 10개 산업 중 7개에서 글로벌 1위에 오르거나 글로벌 1위 기업을 만들어 냈다.

    대표적인 예가 배터리다. 중국의 CATL과 비야디는 LG, 삼성, SK를 뛰어넘어 올해 상반기 세계시장의 60%를 차지했다. 전기차 업체 비야디는 판매량에서 2023년 4분기에 테슬라를 넘어섰다. 중국 업체들은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서비스 로봇에선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2018년 육성 대상으로 추가한 인공지능(AI)에서도 미국과 경쟁을 벌이는 수준이다. 한국이 중국에 앞선 분야는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첨단 메모리 반도체, 프리미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등 손에 꼽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나마 중국 기업들이 맹추격하고 있어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중국을 한 수 아래로 바라보는 오판으로는 생존 자체가 힘들게 됐다. 낮은 자세로 레드 테크 성공을 벤치마크할 때다. 첫 번째 주목 대상은 정부의 강력한 경제 리더십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포함해 서열 75위 내 고위 간부의 48%가 이공계 출신인 공산당을 중심으로 중국 정부는 테크 굴기 총력전을 펼친다. 세제 지원은 기본이고 보조금도 꺼리지 않는다.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설정한 기금 규모가 지난해까지 1조8000억달러로 1년 국내총생산(GDP)의 10%다. 지방정부를 평가할 때도 성장률을 중요한 잣대로 삼는다. 이것저것 재는 한국 정부와는 다르다. 여기에 자본주의식 경쟁 시스템을 도입한 게 중국식 성장의 요체다. 수백 개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한 뒤 일정 기간 경합을 벌이게 하고 뒤처지는 대다수 기업을 선두에 합치는 방식으로 대형화를 이룬다.

    정부와 기업이 합심한 도전적인 ‘점프 업’ 전략의 성과도 놀랍다. 중국은 내연기관차를 건너 뛰고 전기차로, 유선전화를 넘어 휴대폰으로, 신용카드 대신 바로 모바일 결제로 이행했다. 이렇게 해서 큰 기업이 비야디, 샤오미, 알리바바 등이다. 우리도 제조업 역량이라면 중국 못지않은 만큼 점프 업 전략의 한국적 변용을 고민해볼 때다.

    중국처럼 사회 전체적으로 미래산업에 우호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중국은 천인계획을 통해 해외에 있는 자국 인재를 유턴시키고 이공계 인재에게 파격 보상을 해주고 있다. 996 근무(오전 9시 출근, 오후 9시 퇴근, 주 6일 근무)도 마다치 않는 등 기술 인재들의 각오도 남다르다. 반면 한국에선 우수 학생이 의대에만 쏠리고, 그나마 기업에 있는 인재도 보상이 큰 글로벌 기업으로 탈출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 인력도 주 52시간 초과 근무를 할 수 없다. 이제 주 4.5일제를 도입한다고 한다. 이래서야 미래를 기약할 수 있겠나.

    중국은 가칭 ‘중국 제조 2035’를 통해 미국을 완전히 넘어설 계획을 짜고 있다. 이게 현실화하면 한국은 아예 설 자리를 잃는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레드 테크 추격을 위해 총력전을 펼 때다.

    ADVERTISEMENT

    1. 1

      [사설] EU도 철강에 50% 관세…'보호주의 도미노' 막을 협상력 절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무관세 수입 철강 할당량(쿼터)을 연간 3453만t(작년 기준)에서 1830만t으로 47% 축소하고, 쿼터 외 수입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50%로 올리는 저율관세할당(TRQ) 제도 도...

    2. 2

      [사설] 국감 '기업인 증인 최소화' 한다더니 결국은 역대 최대

      국회가 오는 13일부터 시작하는 국정감사에 총수와 임직원 등 기업 관계자 190여 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고 한다. 아직 3개 상임위원회는 증인을 확정하지도 않은 상태여서 올해 기업인 증인은 200명을 훌쩍 넘어 사상...

    3. 3

      [사설] "발전부문 탄소 75% 줄여라" 어떻게 맞추라는 건가

      기존 환경부에 에너지와 기후 정책 기능을 더해 지난 1일 공식 출범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전 부문에 2018년 대비 탄소 배출 75.2% 감축을 요구할 것이라고 한다.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이를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