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일 불가코프의 소설 <개의 심장>은 소련에서 NEP(1921년부터 레닌의 주도로 시행된 경제 정책. 러시아 혁명과 내전으로 저하된 국내 경제력을 회복하기 위해 자본주의적 요소를 도입) 시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 쓰였다. 작품의 줄거리는 1920년대 소련 사회에 대한 강한 풍자로, 인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시도에 따르는 여러 위험성에 대한 알레고리로 해석된다.

인간의 뇌와 개의 심장의 결합

1924년 12월, 모스크바. 필립 필리포비치 프레오브라젠스키 교수는 회춘 연구에 있어 대단한 성과를 낸 외과의다. 연구를 계속하면서 그는 전례 없는 실험을 계획하는데, 그것은 떠돌이 개에 인간 뇌하수체와 고환을 이식하는 수술이었다. 이반 아르놀도비치 보르멘탈리 박사가 그를 돕는다. 잡종견 샤릭이 실험 동물로 선택되었고, 수술의 결과는 프레오브라젠스키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샤릭이 점차 인간이 되어갔던 것이다.
미하일 불가코프의 소설 <개의 심장> 일러스트 / 사진출처. Kultura.RF
미하일 불가코프의 소설 <개의 심장> 일러스트 / 사진출처. Kultura.RF
샤릭은 이식된 장기의 원래 주인인 클림 추군킨처럼 무례한 술주정뱅이의 특성을 보인다. 선술집 전통 기타 연주자이자 상습 절도범이던 추군킨은 맥줏집에서 칼에 찔려 죽었다. 사람으로 변한 개의 이야기는 타블로이드 신문의 단골 소재가 된다. 호사가들이 교수의 집에 무리 지어 구경 오기 시작한다. 한편 샤릭은 공산당 주택위원회 활동가 쉬본데르의 영향 아래 놓이게 되는데, 쉬본데르는 샤릭이 부르주아의 억압에 시달리는 프롤레타리아라고 그를 확신시켜 교수에게서 등 돌리게 만든다. 주택위원회 위원장인 쉬본데르는 샤릭에게 폴라그라프 폴리그라포비치 샤리코프라는 이름이 부여된 문서를 주고, 유기 동물을 처리하는(잡아 죽이는) 일을 하게 하며, 교수에게 샤리코프를 그의 아파트에 공식적으로 등록하도록 압박한다.

쉬본데르의 영향은 다른 곳으로도 미쳤는데, 공산주의 문학을 피상적으로 읽고 “상황의 주인”이라고 느낀 샤리코프는 교수에게 무례하게 굴고, 돈과 물건을 훔치고, 하인들을 성추행한다. 결국, 샤리코프는 교수와 보르멘탈리 박사를 정치적으로 고발하는 문서를 작성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교수의 영향력 있는 환자 덕분에 이 문서가 법 집행 기관에 도달하지는 않는다. 프레오브라젠스키와 보르멘탈리가 샤리코프를 쫓아내려고 하자 그는 단호하게 거부하며 리볼버로 위협한다. 둘은 더 이상 샤리코프의 뻔뻔스러운 짓을 참을 수 없어 개 뇌하수체를 샤리코프에 이식하는 역 수술을 결정하고 이를 시행한다. 샤리코프는 점차 인간의 모습을 잃기 시작하고 다시 개로 변한다. 샤릭은 자신이 인간이 되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미하일 불가코프의 소설 <개의 심장> 일러스트 / 사진출처. Kultura.RF
미하일 불가코프의 소설 <개의 심장> 일러스트 / 사진출처. Kultura.RF
근본적 변화의 한계

이 소설은 프롤레타리아트의 사회적 의식의 각성이란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샤리코프는 전통적으로 룸펜프롤레타리아트의 알레고리적 이미지로 인식되는데, 이 존재는 많은 권리와 자유를 얻으나 곧 이기적인 이해관계로 같은 종족(인간의 몸을 얻은 이전의 떠돌이 개가 사회적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길 잃은 다른 동물들을 파괴한다)과 그들에게 이러한 권리를 부여한 사람들 모두를 배신하고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드러낸다. 불가코프는 1930년대에 닥칠 엄청난 대중의 압력을 마치 예견하는 듯 보인다.

“쉬본데르가 가장 멍청한 놈이지. 그자는 샤리코프가 나보다 자신에게 훨씬 위협적인 존재라는 걸 모르고 있어. 지금은 날 어떻게 해보려는 생각에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샤리코프를 선동하고 있지만, 만약 누군가가 거꾸로 그쪽에서 쉬본제르를 잡기 위해 샤리코프를 선동한다면 아무것도 남아나는 게 없으리란 걸 생각도 못하면서 말이야.”

불가코프의 성찰은, 볼셰비키가 ‘신세계’를 구상하면서 부단히 수행했던 삶의 도덕적 토대의 급진적인 재구조화에 대한 것이다. 물론 불가코프는 내전 시 백위군에 참여했을 정도로 볼셰비키 혁명 정부에 비판적이었다. 관료주의, 언론, 공공 요식업, 주택위원회에 대한 비판이 등장한다. 보르멘탈리와의 대화나 샤리코프와의 논쟁에서 프레오브라젠스키는 당시 현실의 많은 특징들을 조롱하고 비난한다. 그의 발언은 사안의 분명한 강조, 웅변적인 억양, 경구 인용, 빈정거리는 어투 등에서 다분히 정치 팜플렛적 성격을 띤다.
영화 <Heart of a Dog> (1988) 스틸컷 / 사진=필자 제공
영화 <Heart of a Dog> (1988) 스틸컷 / 사진=필자 제공
주택위원회는 노동 생산성 대신, 해외 노동자들을 돕거나 프랑스 아이들의 운명과 같은 세계적인 이슈에만 몰두한다. 프레오브라젠스키는 이 선전에 사용되는 “동지”와 “프롤레타리아트”의 개념을 공개적으로 조롱하며, 신문 <프라우다>의 부정적인 영향을 비난한다. 연구자들은 <개의 심장>이 1920년대 중반 국가 지도부에 대한 정치 풍자이며, 각 캐릭터는 당시 국가의 정치 엘리트들 사이에서 원형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특히 샤리코프-추군킨의 원형을 1924년 레닌의 사망 이후 등장한 스탈린(‘추군’은 주철, ‘스탈’은 강철로 이미지가 연결된다)에, 프레오브라젠스키는 부분적으로 레닌(‘프레오브라제니예’는 변화, 변신을 의미해 국가에 원천적 변화를 가져온 인물을 상기한다)에 연상시켰다. 그러나 볼셰비즘에 반하는 프레오브라젠스키의 시도는 그가 그리는 청사진과는 사뭇 다른 결과를 낳는다.

개를 사람으로 바꾸는 실험은 크리스마스 축일 동안 일어난다. 교수는 가톨릭 크리스마스이브인 12월 24일부터 정교회 크리스마스이브인 1월 6일까지 샤릭에 대한 수술을 수행하여 마침내 샤릭의 변신은 1월 7일 크리스마스에 일어난다. 이것은 반(反)창조론적이자 크리스마스에 대한 패러디다. 프레오브라젠스키 교수는 모순적 이미지를 지닌다. 실험 외과 의사로서 프레오브라젠스키의 활동은 존재에 대한 급진적이고 위험한 간섭의 개념을 구체화하고, 다른 한편으로 프레오브라젠스키의 심리는 전통적 계층 문화의 위반에 대해 거부 의사를 표한다.
영화 <Heart of a Dog> (1988) 스틸컷 / 사진출처. IMDb
영화 <Heart of a Dog> (1988) 스틸컷 / 사진출처. IMDb
프레오브라젠스키 교수는 개인의 권리, 명예와 존엄성이 과소평가 되는 것을 참지 못한다. 이는 7개의 방, 오페라 <아이다>, 저녁 식사 후 프랑스 와인 등으로 암시된다. 교수의 ‘실험실 인간’인 샤리코프는 ‘반(反) 혁명적인’ 오페라를 혐오하고 서커스를 좋아한다. 이야기 전반에 걸쳐 프레오브라젠스키 교수는 “세비야에서 그라나다까지... 밤의 고요한 황혼 속에서.”라고 읊조린다. 이 대사는 차이콥스키의 로망스 <돈 후안의 세레나데>에서 발췌한 것으로, 이는 다시 알렉세이 톨스토이의 시 <돈 후안>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돈 후안은 성적 모험으로 유명한 인물이고, 교수는 자신의 퇴색한 환자들에게 성적 젊음을 회복시켜 주었으니 인물의 성격에 잘 들어맞는 대사다.

자신의 이름을 찾던 샤리코프는 달력에서 자신의 탄생일이 인쇄업자들의 휴일로 표시된 것을 발견한다. 이것이 “폴리그라프(인쇄물)”이-라는 이름이 탄생한 배경이다. 이는 그의 세계관과 행동이 주택위원회 위원장 쉬본데르가 그에게 건네준 책과 아이디어의 영향 아래 형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샤리코프는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복제할 뿐이다. 즉, 인간 인쇄기다. 프레오브라젠스키의 우연한 발견의 결과는 새 정부에 편리한 인간의 발명이었다. 샤리코프는 인간의 형태를 지니게 되었음에도 인간의 본질을 획득하지는 못했다. 소설 <개의 심장>은 풍자적인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인간 본성, 행동에 대한 책임,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영향력에 대한 성찰이다.
영화 <Heart of a Dog> (1988) 스틸컷 / 사진=필자 제공
영화 <Heart of a Dog> (1988) 스틸컷 / 사진=필자 제공
종말에 대한 불신과 진보에 대한 회의

미하일 불가코프는 1925년 초 모스크바에서 이 작품을 썼다. 잡지 <네드라>에 게재할 계획이었고 편집자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1925년 3월, 불가코프는 NEP 시대의 문학 협회인 ‘니키틴스키예 수보트니키’(토요 모임)에서 이 소설을 낭독했다. 그날도 코르니 추콥스키, 보리스 필냑, 레오니드 그로스만 등이 참석했다. 그들은 불가코프가 1920년대의 삶을 대담하고 진실하게 묘사한 것을 칭찬했다. 그러나 소련 국가 비밀경찰 요원이 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그 이야기가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불가코프의 집이 수색 되었고, 비밀경찰 요원들은 <개의 심장>의 원본과 타자기로 친 사본 두 권을 압수했다.

막심 고리키의 탄원으로, 수색이 있은 지 3년이 지난 후에야 압수된 원고는 저자에게 반환되었다. 당시 소련에서는 출판이 금지되었지만, 사미즈다트(검열되지 않은 문학 작품, 종교 및 언론 텍스트-거부된 책들을 비공식적으로 제작하고 배포한 것)를 통해 배포되었다. 1967년 불가코프가 사망한 후, 부주의하게 추려진 <개의 심장>의 사본 중 하나가 해외로 나갔다. 오류가 많은 텍스트는 1968년 독일과 영국에서 출판되었다. 소련에서는 1987년 페레스트로이카 기간에야 출판되었다. 이때 포함된 부정확한 내용은, 이후 원고를 바탕으로 몇 차례에 걸쳐 수정되었다.

이 작품에 대한 소련 당국의 우려는 타당한데, 작가가 노골적으로 신세계에 대해 구체제의 붕괴 정도가 아니라 신기루와 같은 환영이고 연기이며 허구라고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사회에는 볼셰비키들이 자초한 세상 종말에 대한 소문과 “1925년 11월 28일, 순교자 스테판 축일에 지구가 하늘의 축에 충돌한다”는 유언비어가 떠돌고 있었다.

작가는 이러한 민중적 종교 신념에도 동조하지 않고, 사회적 무질서를 초래한 신세계 추종자들의 신념 또한 단지 병든 헛소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뇌 연구에 종사하려는 프레오브라젠스키 교수를 창조한다. 교수가 뇌하수체 이식 실험을 통해 잠정적으로 발견한 것은 그 원래 주인의 '인간쓰레기'적 속성이 그 '비밀의 방'에 담겨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우생학이나 인간 품종 개량 같은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던 자신의 시도가 실패했음을 인정하면서 인간은 조물주가 될 수 없고 자연적으로 이뤄지는 탄생과 죽음을 통해 세계는 유지되며 과학의 제한적 역할이 있을 뿐임을 암시한다.
영화 <Heart of a Dog> (1988) 스틸컷 / 사진출처. IMDb
영화 <Heart of a Dog> (1988) 스틸컷 / 사진출처. IMDb
이 소설은 '교육받지 못한 민중의 선함과 지식인 귀족의 타락 vs 민중의 천박함과 귀족의 고상함', '선진 문명의 찬란함과 낙후한 문명의 조악함' vs '주류문화의 파괴성과 변방문화의 건강함' 등 여전히 논쟁적인 대립항에 대해 풍부한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불가코프 또한 어느 주장에도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서정 에세이스트·번역가

[영화 <개의 심장> (1988)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