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보다 재밌는 시읽기] 비밀번호로 추억하는 보고 싶은 할머니
동시를 살펴보면 일곱 자리의 비밀번호가 등장합니다. 누르는 번호는 같을 텐데, 동시 속의 ‘나’는 ‘누르는 소리로’ 누가 집에 들어오는지 압니다. 엄마, 아빠, 누나 모두 특유의 리듬이 있지요. 이 동시에서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할머니의 리듬은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합니다. □와 □ 사이의 공백을 보면 문앞에서 힘겹게 비밀번호를 누르시는 할머니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선생님은 이 부분에서 정말 놀랐습니다. 분명히 동시는 글자로 쓴 것인데, 띄어쓰기로 그런 그림을 그려 낼 수 있다니 시인의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하지만 할머니는 돌아가셨습니다. ‘제일 빨리 나를 부르던’ 사람이 떠났을 때 우리는 모두 슬퍼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슬픔과 함께 그리움이 찾아오지요. 내가 사랑하던 사람을 이제 못 만난다고 생각하면 더 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니까요. 그래서 시인은 동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할머니가 누르는 비밀번호처럼 천천히,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부릅니다. 그 절절한 마음이 너무나도 잘 느껴집니다.
이 동시는 한때 SNS를 뜨겁게 달군 적이 있습니다. ‘전국 초등학생 동시 경연 대회 최우수상’이라는 수상 이력과 함께 초등학생이 쓴 동시로 잘못 알려져 한바탕 난리가 났지요. 사실이 정정되어 문현식 시인의 작품으로 알려지면서 오히려 작품의 감동이 덜해졌다는 분도 있지만, 선생님은 ‘누가 썼는지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일까’라고 생각했어요. 작가가 누구든 작품이 감동적인 것은 변함이 없으니까요. 동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쓸 수 있고,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동시 아닐까요?
선생님의 질문
❶ 여러분도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리듬으로 가족중 누가 들어오는지 알 수 있나요?
❷ 나이 든 어르신은 신기술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어르신을 보면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까요?
❸ 여러분에게도 그리운 사람이 있나요? 있다면 그분에게 보내는 편지를 한 통 써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