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5~6일 예술의전당 서울시향 공연
바이올리니스트 테츨라프,
활기 넘치는 브람스 보여줘
백미는 쇼스타코비치 연주
한누 린투의 열정적 지휘 돋보여
잦은 객석 소음과 인터미션 고성은 '최악'
첫 곡인 핀란드 작곡가 카이야 사리아호(1952~2023)의 ‘겨울 하늘’은 린투의 장기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단순히 모국의 유명 작곡가 작품이라서가 아니다. 린투는 2007년에 작곡가와 논의하면서 이 곡을 녹음한 바 있고, 올해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데뷔 무대에서도 같은 곡을 지휘했다.
실제로 린투는 이번 공연에서도 자신이 이 곡을 속속들이 꿰고 있음을 증명했다. 핀란드 작곡가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일종의 청명한 냉기가 흐르는 가운데 다양한 악기가 마치 밤하늘을 수놓은 별처럼 명멸했다. 흘러가는 구름, 멀리서 비치는 빗줄기 등 음악을 시각화하는 작곡가의 재능이 실로 유감없이 발휘된 연주였다.
테츨라프는 한 음 한 음을 선명하게 뽑아내면서 리듬감과 활기가 돋보이는 연주를 들려주었지만, 1악장 전반부처럼 다소 불안정하게 깔쭉깔쭉한 연주를 들려주거나 3악장의 일부 대목처럼 의욕이 지나쳐 오케스트라를 앞서려 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만 2악장만큼은 대단히 차분하고 매끄러웠으며, 앙코르로 들려준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제2번’ 중 ‘안단테’의 경우 더할 나위 없이 단아하고 정갈한 연주였다.
그러나 이번 공연의 백미는 역시 쇼스타코비치였다. 서울시향은 그동안 쇼스타코비치의 여러 교향곡에서 명연을 들려준 바 있지만, ‘교향곡 제15번’처럼 난해하기로 악명 높은 곡을 이처럼 멋지게 소화해내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기에 이번 공연은 충격 그 자체로 다가왔다. 모든 성부가 잘 균형 잡혀 있는 데다 어떤 세부도 놓치지 않고 선명하게 다듬어낸 연주였다. 2악장에서 첼로 수석이 들려준 애잔한 독주도 인상적이었지만, 가장 놀라웠던 것은 피날레 마지막에 타악기 주자들이 들려준 정교한 합주였다.
그러나 그와 서울시향의 열연이 무색할 정도로 이날 청중의 태도는 최악이었다. 공연 중간에 시도 때도 없이 휴대폰 소리가 들렸고, 특히 피날레 맨 마지막 음과 동시에 울린 휴대폰은 그 절묘한 타이밍에 헛웃음까지 나왔다. 이런 것은 근래 흔한 현상이니까 어떻게 넘어간다 해도, 중간 휴식 시간에 관객 두 명이 공연장 내에서 고함을 지르면서 싸운 것은 나로서는 처음 겪는 일이었다.
황진규 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