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채석장 프로젝트
같은 수종, 심지어 한 나무에서 만들어진 나무 패널들이라 해도 그 결은 제각각이었고, 같은 산에서 떼어져 온 돌 역시 미묘하게 다른 패턴을 보여주었다. 마감재로 사용되기 위해 반듯하게 가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료들이 생물 같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재료들 중 경제성, 내구성과 같은 이유로 선택되는 상당수의 것들은 플라스틱을 기반으로 한다. 그런데 이러한 소재들도 그 표면에는 대부분 자연의 패턴을 인쇄하여 덮고 있다. 재료를 고르는 일에 한창 익숙해져 가던 당시에 가장 의문이 들었던 지점이 여기였다. 왜 사람들은 플라스틱 소재에까지 자연의 패턴을 입혀서 사용하는 걸까. 플라스틱은 플라스틱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 텐데.
기술의 개발과 함께 새로운 마감재들이 꾸준히 개발되어 왔지만 아직은 나무나 돌 같이 자연에서 온 것들에 대한 선호를 뛰어넘는 것은 없어 보인다. 자연물이 마감재가 되기 위해서는 잘라내는 과정과 가공의 과정을 거치는데, 이렇게 인간들의 공간에 재료로 사용되기 위해 자신을 깎아내던 산이 그대로 공간이 된 사례가 있다. 중국의 진윈군에 위치한 채석장 프로젝트이다.
소용을 다하고 방치되어 있던 채석장들을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 시킨 이 프로젝트는 남아있는 채석장에 새로운 공간을 짓는 것이 아니라 채석장 그 자체를 공간으로 활용한 것에서 눈길을 끈다. 여러 개의 채석장들을 품고 있는 산의 출발점에 위치한 '채석장 #10'은 세 면이 깎인 돌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특정 시간마다 채석 과정을 직접 시연해 보여준다. 이는 장소의 역사성을 현재에도 이어가는 의미를 가진다.
우선 이 곳은 인간을 위한 스케일이 아닌 자연의 스케일을 가지며, 채석이 진행된 과정에 의해 만들어진 형태가 그대로 공간의 형태가 된다. 이는 인간의 공간을 만들기 위한 접근방법이 아니다. 그리고 손 또는 기계가 만들어낸 채석의 흔적이 산의 표면에 그대로 남아 공존하고 있으며, 이 흔적 뒤에는 켜켜이 쌓인 돌의 단면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지구의 지각작용이 만들어낸 이 패턴은 어느 결 하나도 똑같이 반복되지 않는다. 이러한 대자연의 공간 안에서 과연 글자가, 그리고 공연이 눈에 들어올까 라는 생각이 든다.
산업사회가 도래한 이후 인간들은 많은 것을 개발하고 만들어 왔지만 자연이 가지고 있는 풍요 앞에서는 한없이 겸허해질 뿐이다. 자연을 플라스틱의 표면에 입혀서라도 공간에 입히고자 하는 우리의 마음은 어쩌면 그러한 근원적인 풍요로움에 대한 향수일지도 모르겠다.
[글로벌K] 중국, 폐채석장 문화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 / KBS 2024.03.13.
배세연 한양대 실내건축디자인학과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