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작가 대니얼 아샴(42)은 2010년 남태평양의 이스터섬을 방문해 유물 발굴 현장을 목격했다.
그는 과거의 유물을 통해 역사를 추적하는 고고학자로부터 영감을 받아 '상상의 고고학'(fictional archaeoloy)이라는 개념을 생각해냈다.
아샴은 '상상의 고고학'을 통해 오늘날 일상의 사물들이 먼 미래 어떤 모습으로 발굴될까를 상상하고 이를 작품으로 만든다.
일상의 사물을 석고 등을 이용해 떠내고 다시 부식시키는 방식으로 '미래에 발굴된 가상의 유물'을 창조해낸다.
서울 잠실의 롯데뮤지엄에서 12일 시작하는 '서울 3024 - 발굴된 미래'전은 아샴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미래를 보여주는 전시다.
박물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대 조각상들을 복제한 조각상들은 실제 작품과는 달리 군데군데 파손되고 부식돼 내부가 드러난 형태로 제시된다.
고대 조각상의 배경에는 웅장한 자연을 그린 듯한 고전 회화 같은 대형 그림이 걸려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림에는 포르쉐와 스타워즈의 알투디투(R2-D2) 로봇 같은 현대의 사물들이 그리스 장군 페리클레스 조각상과 함께 등장한다.
유적과 유물 등을 상상으로 조합해 실제처럼 그리는 이탈리아 카프리치오 회화 양식과 19세기 독일 낭만주의 회화에 나타나는 거대한 대자연의 장면을 결합한 그림은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서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을 한데 보여주는 아샴의 또 다른 작업 특징을 보여준다.
1천년 후 폐허가 된 서울의 발굴 현장을 상상으로 재현한 작품 '발굴현장'이다.
실제 발굴현장처럼 구성된 공간에는 석고로 만든 휴대전화, 신발, 카메라, 기타 같은 현대의 사물들이 파손되고 풍화된 유물처럼 배치됐다.
'발굴현장'의 배경에 걸린 그림 2점은 1천년 후 서울을 주제로 한 신작이다.
'3024년 북한산에서 발견된 헬멧을 쓴 아테나 여신'과 '3024년 북한산에서 발견된 신격화된 로마 조각상'은 1천년 후 미래 북한산에서 서양의 고대 조각 유물을 발견한다는 가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들 역시 카프리치오 회화와 독일 낭만주의의 양식을 가져왔다.
전시는 10월 13일까지. 유료 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