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서른 살 생일을 맞았다. 1995년 2월 14일 설립돼 K팝의 성장사를 이끌어온 SM은 국내 가요 기획사 최초로 30주년 고지를 가장 먼저 밟게 됐다.SM은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 등으로 뻗어나가며 K-콘텐츠의 자부심으로 거듭난 K팝의 뿌리이자 정체성으로 여겨지는 기획사다.학교 축제에서 H.O.T. '전사의 후예'를 선보이는 학생들, 손수 만든 신화의 플래카드, CDP에서 흘러나오는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음악, TV 속 보아의 안무를 따라 하는 아이, 동방신기 브로마이드를 버린 엄마와 싸우는 소녀, 노래방 이용 시간 1분을 남겨두고 예약한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애니콜 휴대폰 속 샤이니, 아이팟 클래식에서 흘러나오는 엑소의 '나비소녀', 걸작으로 꼽히는 f(x)의 핑크 테이프 앨범을 들고 달리는 학생, 라이즈 '사이렌'을 추는 어린아이, 그리고 등장한 S.E.S. 바다와 그녀의 딸 루아까지 SM이 공개한 30주년 브랜드 필름은 그 살아 숨 쉬는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 최초 또 최초…실험적인 'SM 정신'SM의 30년에는 브레이크가 없었다. 과감한 도전 정신과 다양한 실험은 '진일보한 K팝'을 가능케 했다. 문화적 충격을 안긴 '최초의 역사'에는 늘 SM의 이름이 새겨졌다. 1996년 H.O.T.를 데뷔시키며 팬덤 문화를 기반으로 한 'K팝 아이돌' 문화를 처음 정착시켰다. 2000년 선보인 솔로 가수 보아로는 한국 가수 사상 최초로 일본 오리콘 주간 차트 1위라는 기록을 세우며 한류의 문을 열었다.짐승돌로 대표되는 신화에 이어 미소년의 동방신기가 나왔을 땐 그야말로 '돌풍급 인기'가 불었다. 소녀시대는 압도적인 팬 파워로 걸그룹 대중성
움찔움찔, 어린 조카가 엉덩이를 들썩거리다가 조금씩 벽을 잡으면서 일어섰다. 얼마 뒤에는 한 발씩 발을 떼고 걷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그 모습에 모두 환호했고,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에도 그날 그 첫걸음은 내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나는 그 어린 걸음에서 인류가 직립보행을 시작하며 겪은 성장과 변화, 인간이 걸어온 길에 대한 농축된 서사를 읽었다. 인간의 걸음걸이를 탐색하는 건 인류학에서는 중요한 연구과제이다. 인류의 조상이 지금의 인류처럼 걸었는지에 대한 논제는 여전히 의미 있게 다뤄지고 있다.인류학을 연구하는 과학자 못지않게 ‘걷기’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는 또 한 부류가 있다. 춤추는 사람들, 특히 탱고(tango)를 추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탱고’라고 부르지만, 아르헨티나 현지에서는 ‘땅고’라고 부른다.아르헨티나 탱고를 배우러 간 첫날, 강사는 우리에게 한번 걸어보라고 요청했다. 걸음이 탱고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몰랐던 그때, 나는 나름대로 내가 아름답고 생각하는 그런 걸음을 걸었다.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걸음걸이란 발레에서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그것이었다. 고관절을 열어 턴아웃을 하고, 발끝은 푸앵트(포인트) 상태로, 무릎을 쫙 펴서 뻗고, 상체는 갈비뼈를 닫고 하늘로 향해 풀업하고, 어깨는 내리고 목은 길게, 코에 눈이 있다고 생각하며 걷는 그런 걸음. 17세기 프랑스 왕궁에서부터 19세기 러시아 고전발레 시대를 거쳐 완성된 그런 걸음.실제로 파리오페라발레단에는 오로지 무용수들이 걷는 것만으로 이뤄진 작품이 있기도 하다. <데필레 뒤 발레(Défilé du ballet)>, 발레의 행진, 혹은 퍼레이드라고
2월 입춘(立春), 새봄이 들어섰다. 절기상 봄은 왔으니, 날도 좀 따뜻해지고 꽃도 피고 나무에 새순도 돋고 해야 할 것 같은데, 도통 봄이 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봄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고 더디 온다고 하지만, 놀랍게도 입춘의 하늘, 땅, 공기 속에는 봄의 기운이 이미 들어서 있다. 겨울은 이미 동지(冬至)에 절정을 맞이하고 사그라지고 있다. 증거로, 동지를 기점으로 밤은 점차 짧아지고 낮이 조금씩 길어진다. 낮이 길어졌다는 것은 해가 지상 만물을 비추는 시간이 그만큼 길어졌다는 뜻이고 음(陰)의 기운이 줄어드는 만큼 양(陽)의 기운이 그만큼 차오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봄에 들어온 양의 기운은 지구상의 모든 잠자던 것을 깨운다. 입춘은 따뜻한 봄의 기운이 들어온(入) 시기가 아니라, 봄의 기운이 추위에 떨고 있던 것들을 녹이고 깨우는 시나브로 즉, 새로운 전환의 시기다. 이제 막 도착하여 양기를 키우는 봄에게 열풍(熱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뜻한 바람이 얼음을 녹이고 새순이 딱딱한 씨앗 껍질과 땅을 비집고 올라오게 힘을 불어넣으려면 이후(二候), 삼후(三候) 시간이 더 필요하다. 입춘 초후(初後)에는 동녘 바람이 불어 해동케 한다. 이후(二候)에는 움츠린 벌레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삼후(三候)에는 물고기가 얼음을 등에 지고 수면으로 오른다. - 『국역 유경도익 운기편(國譯 類經圖翼 運氣編)』 김은하 편역, 일중사, 1992, 60쪽 우리가 들판에서 풀꽃을 보고, 바람에 날리는 민들레 홀씨를 보고, 연녹색 잎이 무성하게 자란 나무를 본다면, 아쉽게도 봄이 저물고 여름이 시작된 것이다. 봄은 눈에 보이는 현상이 아니다. 음기의 침묵을 깨고 위세를 약화하는 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