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사들이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다. 대한항공 등 6개 상장사를 기준으로 1분기 합산 매출이 처음으로 7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강달러와 고유가로 영업이익이 둔화하는 추세여서 항공사들은 수익성 높은 노선을 개발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 국내 6개 항공사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총 7조120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약 5조9988억원)보다 18.7% 증가한 것은 물론 지난해 3분기(6조9236억원) 합산액을 넘어섰다. 항공업계에서 1분기는 전통적인 비수기로 통한다. 3분기는 성수기다. 외형이 커진 이유는 항공사들의 공격적인 증편 경쟁 덕분이다.덩치는 커졌지만,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다. 6개 항공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7247억원으로 전년보다 8.7%가량 감소했다. 환율과 고유가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물가 상승으로 인건비, 수리비 등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효자 사업이던 항공화물 수요가 줄어든 것도 현금 창출 능력을 악화시켰다. 아시아나항공만 해도 1분기에 영업손실 312억원을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항공기 장기 운영 계획에 따른 세대교체 작업으로 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하반기로 갈수록 대외 상황은 더욱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유가, 환율 등 대외 변수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슈퍼 엔저가 끝나면서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일본 여행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이슈 등도 불확실성을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률(연결 기준)은 10.73%로 전년(11.11%)보다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아나항공 영업이익률도 7.32%로 전년(8.13%)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이에 따라 항공사들은 2분기부터 수익성이 높은 노선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티웨이항공은 이날부터 유럽 첫 노선인 인천~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노선에 취항했고, 진에어는 7월부터 인천~필리핀 보홀 항공편을 새롭게 띄운다. 아시아나항공은 7월부터 시안 청두 다롄 등 중국 노선을 대거 증편하고, 대한항공은 9월 포르투갈 리스본 노선을 운항할 예정이다.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CJ제일제당이 만든 ‘비비고’ 간편조리식을 기내식으로 즐길 수 있게 된다. 유럽 노선에 처음 뛰어드는 티웨이항공이 CJ제일제당과 기내식을 공동 개발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항공사가 대형 식품회사와 공동으로 기내식을 개발하는 건 국내에서 처음이다.티웨이항공은 최근 서울 공항동 티웨이항공 항공훈련센터에서 CJ제일제당과 기내식 공동 개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13일 발표했다. CJ제일제당은 냉동 기내식을 개발하고 티웨이항공은 노선별로 메뉴를 판매한다. 두 회사는 먼저 ‘소시지&에그 브런치’ ‘소고기 버섯죽’ 등을 내놓기로 했다.해당 기내식은 오는 16일 취항하는 인천발 자그레브(크로아티아) 노선을 시작으로, 올 하반기 신규 취항하는 유럽 노선의 비즈니스 세이버 좌석과 이코노미 좌석 승객에게 두 번째 식사로 제공된다.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인지도와 선호도가 높은 비비고 브랜드를 활용하는 만큼 상당한 호응이 있을 것”이라며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기내식 2종을 친환경 종이 트레이에 제공하고 양도 늘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이달 들어 여행 수요가 살아나면서 항공주가 반등하고 있다. 고환율·고유가 우려가 해소됨에 따라 실적 전망도 밝아지는 분위기다.10일 대한항공은 전날 대비 0.46% 오른 2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16일 2만원 밑으로 떨어졌다가 이날까지 10.1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7.38%)을 비롯해 에어부산(17.95%) 진에어(7.15%) 티웨이항공(6.62%) 제주항공(5.12%) 등 항공주 대부분이 반등했다.항공주는 올해 들어 지난달 중순까지 맥을 못 췄다. 원·달러 환율 급등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 원·달러 환율은 역대 네 번째로 장중 1400원을 돌파했고,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최대 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항공사는 매출 원가의 30%를 항공유 결제에 쓰고, 항공기 리스료도 달러로 내기 때문에 변동성에 취약한 경향이 있다.이 같은 우려에도 항공사들은 지난 1분기 호실적을 냈다. 여객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국토교통부 집계 기준 1분기 국내 항공사 여객은 2253만8075명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분기의 96% 수준까지 회복했다.대한항공은 지난 8일 별도 기준 1분기 매출 3조8225억원, 영업이익 4361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20%, 5% 증가했다. 저비용항공사(LCC)의 실적 개선세는 더 크다. 같은 기간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도 매출이 각각 28%, 18% 올랐고 진에어는 영업이익이 16% 증가했다.증권가에선 전통적 비수기인 2분기에도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이달 징검다리 연휴가 두 차례 있고, 자그레브(티웨이항공)·미야코지마(진에어) 등 LCC의 신규 취항이 여행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달 홍콩~북미 노선의 발틱항공운임지수(BAI)가 전월 대비 14% 상승하는 등 항공 화물 업황도 우호적이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의 계절성을 벗어나는 강세”라고 평가했다.여름휴가철이 있는 하반기엔 주가 상승세가 더 강해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이재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이후에는 동남아시아 노선의 계절성 호황, 중국 노선 반등까지 더해 업황이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항공사들은 이익이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구간에 있다”며 “유가 급등이 항공유로 크게 전이되지 않았고 달러 보유량도 넉넉한 편”이라고 말했다.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