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금리 매력 있네"…부자들 현금 싸들고 몰려들었다
고액 자산가들이 달러 표시 한국기업 채권(KP물)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KP물은 국내 기업이 자금 조달을 위해 해외에서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최소 투자 금액이 높아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 공모펀드를 통한 일반인 투자가 늘고 있다.

17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6일 기준 올해 국내 KP물 공모펀드에 1592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총 4개 KP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6.79%다. 이 기간 KP물 펀드는 국내채권형(0.64%), 해외 채권형(-1.95%) 펀드보다 높은 성과를 보였다.

통상 KP물은 신흥국 채권으로 분류된다. 투자자에게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할 수 있는 만큼 다른 채권에 비해 발행 금리가 높게 책정된다. 국민은행은 지난 8일 발행 금리가 5.250%, 5.375%인 KP물을 각각 발행했다. 지난달에는 LG전자, 하나은행이 각각 5.625%, 5.375%의 금리를 내걸었다. 현대카드는 3억달러어치를 KP물을 찍으면서 5.75%의 금리를 제시한 바 있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한 기업이면서도 5% 대 금리를 제시한다는 매력 때문에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투자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KP물은 익숙한 국내 기업의 고금리 채권에 투자할 수 있고, 한미 금리 역전 폭이 역대 최대치인 2% 포인트까지 벌어지면서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달러 KP라면 달러를 통해 이자가 지급되기 때문에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달러에 장기 투자하려는 수요도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최소 투자 금액이 억 단위로 개인 투자자가 접근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공모펀드를 통하면 누구나 손쉽게 가입할 수 있다. 실제 개인들의 수요가 몰리고 있지만 국내 KP물 펀드는 4개에 불과하다. 올해 들어 금융투자협회 적격기관투자자(QIB) 시장을 통한 KP물이 23건에 그칠 만큼 발행 물량이 적어서다. 전문가들은 강달러 기조가 계속되고 있지만 변동성이 큰 만큼 환차익만 보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대신 통화 분산 차원에서 달러 자산을 보유하는 장기적인 접근은 유효하다고 봤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