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단독 과반' 원내 1당 확실시…또 '여소야대' 국회
尹정부 '국정동력 약화' 관측…與 총선패배 책임론 속 내홍 전망
조국혁신당 선전 속 제3지대 고전…잠룡들 희비 엇갈려
의회 권력 다시 쥔 巨野…여야 '강대강' 대결 재연 전망
윤석열 정부 집권 3년 차에 치러진 4·10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정부 힘싣기' 대신에 '정권 심판'을 선택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의 원내 1당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21대 국회에서의 '여소야대' 지형이 22대 국회에서도 이어지게 됐다.

개표가 85% 진행된 11일 오전 1시 30분 기준 더불어민주당은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함께 169석이 예상되며 단독 과반 의석이 확실시된다.

국민의힘은 국민의미래 의석을 합해 114석으로 예상된다.

◇ 尹정부 내내 '여소야대' 의회로…범야권 입법부 권력 유지
직전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비례대표를 포함 180석을 차지하며 압승했다.

정의당과 열린민주당까지 하면 범야권이 190석을 차지했고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은 103석에 그쳤다.

22대 국회 지형은 21대와 비슷할 것으로 예측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17개 시·도 중 12곳의 광역단체장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뒀지만, 이로부터 2년 만에 치러진 총선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2016년 20대 총선, 2020년 21대 총선에 이어 세 번 연속으로 총선에서 패하게 됐고, 제1야당인 민주당은 22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2028년까지 12년간 입법 권력을 쥐게 됐다.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이 대통령 임기 내내 소수당에 머무르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주요 국정과제가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는데 3년간 이런 상황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번 21대 국회처럼 여야가 양보 없는 힘 대결을 벌이며 극한의 정쟁만 반복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국민의힘은 1당 탈환에 실패하며 정국 주도권 다툼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윤 대통령은 의회의 강력한 견제 속에 국정과제 입법과 예산·인사권 행사에 큰 제약이 생기면서 조기 레임덕(권력누수) 가능성도 어느 정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이에 따라 국정 기조의 대전환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야당을 직접 설득하거나 국민과의 소통을 늘리는 방식으로 남은 3년 임기를 이끌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점에서다.

다만 21대 국회와 여소야대 의회 지형이 큰 변화가 없는 만큼 윤 대통령이 원칙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도 없지 않다.

야권 핵심 인사들의 사법 리스크도 여전히 정국의 변수로 남아 있다.

반면 민주당은 대선과 지방선거 등 앞선 전국단위 선거 2연패의 고리를 끊어내고 2년 뒤 지방선거, 3년 뒤 대선을 앞두고 유리한 의회 지형을 확보하게 됐다.

의회 권력 다시 쥔 巨野…여야 '강대강' 대결 재연 전망
◇ 野, '與 패싱' 입법 가능해져…특검·국조 추진도 예고
민주당은 내달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토대로 국회의장은 물론 주요 상임위원장직을 차지하며 법안·예산 처리를 주도할 수 있다.

국무총리·헌법재판관·대법관 임명동의안 등도 민주당이 키를 쥐게 된다.

국무총리·국무위원·법관 등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도 가능하다.

민주당은 우군인 조국혁신당까지 합해 범야권이 180석(재적의원 5분의 3)을 확보함으로써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종결 등으로 입법 속도전을 밀어붙일 수 있다.

당장 윤 대통령이 이미 거부권을 행사한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의혹)과 이태원 특별법,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등 법안들을 여당을 '패싱'하고 재추진할 수 있다.

각종 특검법과 국정조사도 의결해 정부·여당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이종섭 특검법'과 '한동훈 특검법' 등 여권 주요 인사들을 겨냥한 특검들을 이미 예고한 상태다.

다만 범야권이 200석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야당이 강행 처리한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 재의결(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과정에서 법안이 폐기되는 21대 국회의 악순환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인다.

조국혁신당을 제외한 군소정당과 제3지대 정당은 초라한 성적표를 안게 됐다.

오전 1시 30분 현재 조국혁신당은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녹색정의당 0석으로 예상된다.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양당 양극화'가 한층 더 심해진 것이다.

의회 권력 다시 쥔 巨野…여야 '강대강' 대결 재연 전망
◇ 與 내홍 속 세력구도 재편 전망…野 친명체제 강화할듯
3년 뒤 대선까지 바라본 여야의 내부 권력투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우선 참패 성적표를 받아 든 국민의힘은 패배 책임론 공방과 함께 상당 기간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지속될지 불투명한 가운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앞당겨 치러지거나 새로운 비대위 체제가 들어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친윤(친윤석열)계 구심력이 약해지고 당정 관계에서 당 주도성을 키우면서 총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당정 갈등이 격화할 수 있다.

민주당은 총선 압승으로 친명(친이재명) 체제가 한층 공고해졌다.

공천 과정에서 '비명횡사'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사실상 이 대표의 영향력 아래 공천받은 다수의 후보가 당선되면서 비명계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범주류인 우원식·정청래 의원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점쳐진다.

비명계에서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용진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오르내린다.

대권 잠룡들의 희비는 엇갈리게 됐다.

여권에서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혀온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총선 패배로 대권가도에 일단 빨간불이 켜졌다.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경우 자신의 지역구 선거 결과에 당권·대권 행보가 연동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 기간 수도권 후보 지원에 나선 비윤계 유승민 전 의원도 대권주자로 분류된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의 경우 총선 패배의 영향에서 비켜나 있는 만큼 당내 정치적 지분 확대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사법 리스크에도 총선 압승을 토대로 대권에 재도전할 동력을 확보했다.

당권주자인 김 전 총리와 임 전 실장, 박 의원 등은 대권주자로도 거론된다.

정세균 전 총리나 김동연 경기지사도 잠룡으로 볼 수 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사실상 비사법적 명예 회복을 이루며 대선주자로 분류되게 됐지만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이 확정될 경우 대권 도전이 불가능하다.

의회 권력 다시 쥔 巨野…여야 '강대강' 대결 재연 전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