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일에 인터뷰…"나문희, 박근형과 살아온 얘기 그리듯 연기"
"연기 말곤 할 게 없어…다시 태어나도 연기할 것"
'소풍' 김영옥 "내 마지막 영화 아닐까 생각하며 연기했죠"
배우 김영옥(87)은 '원로'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주인공 기훈(이정재 분)의 어머니 역을 맡았던 김영옥은 지난해에도 드라마 '킹더랜드'와 '남남'에 출연했고, '진격의 할매'와 '뜨거운 씽어즈'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활약했다.

7일 개봉한 영화 '소풍'에선 주연을 맡았다.

김용균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에서 김영옥은 나문희(83), 박근형(84)과 호흡을 맞췄다.

이들의 연기를 보다 보면 부모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면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난 영화를 많이 하진 않았어요.

이 작품이 졸작이 되든, 우수작이 되든, 나한텐 마지막 영화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연기했죠."
'소풍'에서 김영옥은 70대 할머니 금순을 연기했다.

경남 남해에 사는 금순은 서울에 올라가 옛 친구이자 사돈이기도 한 은심(나문희)의 집을 방문하고, 두 사람은 학창 시절의 추억을 찾아 고속버스를 타고 남해로 내려간다.

"시나리오 초고를 봤을 때 가슴에 와닿았는데, 영화로 실현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걸 지금의 영화로 만들 수 있었던 건 우리 모두 작품에 너무 반했기 때문이죠. (영화를 보면) 우리가 너무 좋아하면서 연기한 게 보일 거예요.

"
김영옥과 나문희, 박근형 세 배우는 마치 자기 이야기를 풀어내듯 자연스럽게 연기했다고 한다.

김영옥은 지난해 '소풍'을 선보인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물 흐르듯 흘러가는 연기를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영화를 찍는다기보다는 우리가 흘러온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려내는 느낌이었다"며 "(촬영 현장에서) 김 감독도 우릴 내버려 놓은 듯 보다가 욕심 나는 부분이 있으면 개입했다"고 말했다.

또 "(김 감독이 그렇게 한 건) 우리에 대한 믿음도 있었겠지만, 당신도 어느 정도 만족했으니 그러지 않았을까"라며 "이 영화의 특징도 여기 있는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소풍' 김영옥 "내 마지막 영화 아닐까 생각하며 연기했죠"
오랜 세월 함께해온 세 배우는 실제로도 가까운 사이다.

김영옥은 박근형에 대해서도 "많은 작품을 함께한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친하다"며 "'쩍'하면 '쩍'일 정도라 주고받고 할 때 어색한 게 없었다"고 회고했다.

'소풍'은 세 노인의 이야기를 통해 잔잔한 감동을 주지만, 노년의 고통과 죽음에 관해 묵직한 질문도 던진다.

김영옥은 "돈이 있어도 소용없고, 가족도 소용없다.

내가 나를 다스릴 수 있는 게 중요하다"며 "건강을 될 수 있는 대로 스스로 챙겨야 한다는 것, 이게 내가 영화를 통해 느낀 점"이라고 말했다.

'소풍'의 배경음악엔 가수 임영웅의 자작곡 '모래 알갱이'가 포함됐다.

그의 소속사에서 김영옥, 나문희, 박근형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이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쓰는 데 동의했다고 한다.

김영옥은 "그 노래가 영화와 어쩌면 그렇게 잘 맞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나문희와 임영웅 콘서트에도 가봤다는 그는 "나문희도 '너무 잘해'를 연발하며 감탄하더라"며 "(노래뿐 아니라 임영웅이라는) 사람에게도 반한 것 같다"고 했다.

1957년부터 배우의 길을 걸어온 김영옥은 올해로 67년 차 배우다.

깊은 울림의 목소리를 가진 그는 1961년엔 MBC 성우극회 1기로 입사해 배우와 성우를 넘나들며 활동했다.

다시 태어나도 배우가 될 거냐는 물음에 김영옥은 이렇게 답했다.

"연기할 때마다 어떤 인물에 빠져 피곤한 줄 몰랐죠. 연기 아니면 난 할 게 없어요.

(배우가 된 건) 지금도 후회 없고, 내세에도 생이 있다면 다시 연기를 할 거예요.

"
'소풍' 김영옥 "내 마지막 영화 아닐까 생각하며 연기했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