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회의 내용을 인공지능(AI)을 통해 분석한 후 맥락별로 회의록을 구성해주는 서비스가 있다. AI 기반의 계약관리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바탕으로 막대한 양의 정보를 간소화해 기업 효율성을 극대화해주거나 AI 보이스피싱 방지 솔루션을 개발한 스타트업도 있다. 지난 1일 열린 제48회 AI미래포럼 스타트업 라운드테이블에서 유망 스타트업 3곳이 AI를 활용한 기술을 발표했다. 한경 긱스와 AI미래포럼(AIFF), KB인베스트먼트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업체와 투자자를 이어주기 위해 마련했다.
정재원 썸테크놀로지 대표
정재원 썸테크놀로지 대표

회의 내용 AI로 요약...챗봇이 회의록 학습하기도

음성 AI 스타트업 썸테크놀로지는 온·오프라인 회의 내용을 자동으로 기록하고 요약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화상회의와 이메일, 채팅 등 다양한 채널에서 발생하는 비정형 데이터(음성과 문자, 비디오 등)를 한곳에 모아 분석한 후 스크립트 형식으로 제공한다. 회의 요약본과 15개 비즈니스 맥락을 분석하는 서비스도 있다.

예컨대 회의에서 언급된 고객사들의 애로사항 등을 한 카테고리로 묶어 보여주는 식이다.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나 고객 문제 등을 통계로 시각화해 보여주기도 한다. LG CNS와 LG전자 등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재원 썸테크놀로지 대표는 “기업은 회의 내용 등 막대한 정보를 간소화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여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과의 대화 내용을 AI로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만든 AI 챗봇 서비스도 제공한다. 기업 데이터에 특화된 챗봇으로 고객의 질문 의도를 빠르게 파악한 후 답변을 제공한다. 고객과 대화가 있을 때마다 AI가 이를 분석해 데이터를 구축하고 챗봇이 학습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기존 규칙 기반의 챗봇으로는 고객들의 문의 사항과 새로운 질의 등에 답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정 대표는 “수준 높은 챗봇으로 고객 만족도가 높아지면 이는 매출 증대로까지 이어진다"며 "올해 정식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재원 대표는 미국 아마존 출신으로 오토데스크와 액티비젼블리자드 등 IT 테크 회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스탠퍼드대학 박사 출신의 다니엘 최고기술경영자는 AI 전문가로 미국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에 매각된 전트 XR에서 최고기술경영자로 지냈다. 애플 출신들의 개발자들이 팀원으로 일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벤처스, 퓨처플레이에서 투자에 나섰으며 총 투자금액은 30억원 이상이다.
강상원 래티스 대표
강상원 래티스 대표

기업 관리 서비스...리스크 관리도 제공

계약관리 솔루션 프릭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래티스는 기업의 계약 관리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잠재적인 신규 고객을 유치해 계약을 채결하는 등 고객 데이터 관리를 지원하는 서비스는 많았지만 계약 체결 이후의 과정을 지원하는 서비스는 없었다.

래티스는 이런 빈자리를 파고들었다. 프릭스를 통해서 견적·제안서 작성과 전자계약, 주요 일정 관리, 세금계산서 발급 등의 전 과정을 관리할 수 있다. 강상원 래티스 대표는 “그동안 기업 임직원들은 계약 체결과 물품 발송, 세금계산서 등 여러 단계에서 엑셀 등을 사용해 번거로움이 많고 서로 연동이 안 돼 불편함이 컸다”며 “래티스는 기업의 계약 전반을 관리해 효율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 매출 추이 등을 대시보드로 만들어 통합적인 재무 정보를 보여주는 기능도 제공한다. 영업활동 결산 시 분기별 매출과 다음 분기 예상 매출 등을 관리해주고 미래 현금흐름도 보여준다. 래티스는 계약서 내용을 분석해 기업이 리스크 관리까지 할 수 있도록 기능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독소 조항과 관련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고위험 조항 발견 시 분쟁 발생 가능성을 알려 위험을 관리하는 식이다. 고객과 계좌 연동을 통해 정산관리 기능을 개선할 예정이다. 총 130개 기업에서 워크스페이스를 생성했고 이중 IT기업과 자문·컨설팅 기업 등을 중심으로 24곳이 유료로 전화해 정식 고객으로 등록됐다.

변호사 출신인 강 대표는 변호사 재직 중 기업 간 거래(B2B)를 경험하다 기존 고객을 관리할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창업에 나섰다. 그는 서울대 법과대학을 나와 법무법인 최선과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거쳐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TF 위원으로 활동했다.
유경식 인피니그루 대표
유경식 인피니그루 대표

민관 합동해 보이스피싱 척결

금융사기 예방 스타트업 인피니그루는 민관 공동으로 보이스피싱을 예방하는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피니그루가 경찰청과 함께 운영하는 ‘시티즌코난’ 앱은 24시간 사용자의 휴대전화에 악성 앱이 접근하는지를 확인하고 차단한다. 비슷한 기능을 가진 보이스 피싱 방지 앱 ‘피싱아이즈’도 운영하고 있다.

경찰청과 금융보안원, 은행, 카드사 등과 제휴하고 있다. 인피니그루는 금융사 간 자금 이동 데이터만을 이용해 보이스피싱을 감지하는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피싱아이즈는 FDS와 달리 보이스피싱을 탐지하는 순간 주거래 금융사에 알림이 가고 사용자의 이체와 대출을 차단한다.

유경식 인피니그루 대표는 “보이스피싱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회사는 인피니그루 뿐”이라며 “피해자들이 인피니그루의 데이터를 피해 입증 보고서로 활용하기도 하고 경찰청에 피싱범 해외 위치를 빌딩 단위로 제공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허위 사칭 이미지와 악성앱, 미끼 문자 등 서로 다른 사기 프로세스에 대응하는 8대 탐지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사기꾼과 통화를 강제로 종료하는 기능도 있다. 금융사가 보유한 악성앱 탐지 인앱은 금융사 앱을 실행해야만 작동하지만 인피니그루 앱은 금융사 앱을 실행하지 않아도 작동한다.

유 대표는 “피해자와 금융사는 사기를 당하는지를 모르고 보안앱은 피싱범이 삭제하는 바람에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다”며 “인피니그루는 이런 한계를 극복해 사기 프로세스의 모든 단계에서 보이스피싱을 탐지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피니그루는 김포페이 앱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차단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인피니그루 총 사용자는 1700만명으로 매년 200만명이 앱을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3년간 총 3조원 이상 규모의 보이스피싱을 예방했다. 유 대표는 “지자체 등 제휴사를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것"이라며 “보이스피싱 신종 수법이 등장할 때마다 AI로 데이터를 분석해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