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갇혀 동료 죄수와 영화 이야기를 나누던 몰리나가 끔찍한 복통이 찾아오자 침상 위로 쓰러진다.
자신에게 무관심한 동료 발렌틴과 가까워지고 싶었던 몰리나는 발렌틴이 자신을 간호하기 시작하자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미소를 짓는다.
지난 달 21일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개막한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는 이념과 사상이 다른 두 인물 몰리나와 발렌틴이 아르헨티나 감옥에서 서로를 만나고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그린 2인극이다.
몰리나 역을 맡은 배우 정일우는 2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감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두 인물이 각자의 감정을 섬세하고 깊게 표현하는 작품"이라며 "발렌틴에게 느끼는 감정의 깊이를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며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일우는 이날 프레스콜에서 거울에 비친 모습을 들여다보며 새침한 손짓으로 머리를 매만지고, 원래 목소리보다 높은 음역으로 대사를 소화했다.
정일우는 "몰리나의 의상과 분장을 입고 원래 제 목소리를 내니 어색한 기분"이라며 "목소리를 인위적으로 바꾸기보다는 어떤 목소리가 가장 잘 어울릴지 고민했다.
유리알처럼 섬세한 캐릭터를 연기해야 해 손동작과 걷는 모습도 여성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2019년 연극 '엘리펀트 송' 이후 5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소감에 관해서는 "개막하고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아 항상 긴장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어렵지만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뇌경색 진단을 받은 뒤 무대를 떠나있었던 최석진은 이번 작품으로 연극 무대 복귀를 알렸다.
2023년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 공연으로 연극계에 데뷔한 차선우는 국내 데뷔무대에 오르고 있다.
최석진은 "현재 약물치료와 재활치료를 꾸준히 병행하고 있는 상태"라며 "사람들이 제 공연을 보고 '아팠던 것 치고 연기가 괜찮다'라는 반응을 보일까 두려웠다.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려 이를 더 악물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선우는 "아직 톤, 발성, 몸동작이 어색해 연습 초반 압박감을 느끼기도 했다"며 "같은 역할을 맡은 박정복, 최석진 형들의 연기를 보며 나만의 발렌틴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1983년 연극이 초연한 뒤 영화, 뮤지컬 등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국내 공연은 2011년 초연 이후 이번이 네 번째 시즌이다.
박제영 연출은 "세계적인 명작에 참여하게 되어 기쁘면서도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며 "원작 희곡에 집중하며 제가 연출로 가진 색에 맞게끔 올리자는 생각 하나만으로 작품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3월 31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