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2024년 투자 키워드는 '연준' '선거' 그리고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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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 "2024년 투자 키워드는 '연준' '선거' 그리고 이것"
마켓리더의 시각
오현석 삼성증권 디지털자산관리본부장
[마켓칼럼] "2024년 투자 키워드는 '연준' '선거' 그리고 이것"

2024년 핵심 키워드별 투자전략

2023년 금융시장은 높은 변동성을 동반했지만, 수치상으로 볼 때 선방했던 한 해였다. 코스피는 16%, 코스닥은 26% 상승했다. S&P 500 지수도 24% 상승했다. 국내 10년물 국채금리는 연초 3.8%에서 연말 3.3%로 떨어졌다. 미국 국채금리는 연준의 긴축공세에도 불구하고 연초 3.8%에서 연말 3.8%로 동일한 수준이다. WTI 기준 유가는 배럴당 연초 76달러에서 연말 75달러로 정중동했다.

현재 가격만 보면 올해 금융시장이 순항한 것 같다. 그러나 중간 중간에 불확실성과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며 가격이 급락했기에 투자자의 인내심을 계속 시험했다. 결과를 보고 얘기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시장에 계속 남아있어야 만회할 기회가 생긴다면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전망과 달리 움직이는 시장 속성 상 2024년 큰 그림을 논하는 것이 일견 머쓱하지만, 핵심 키워드는 공유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2024년 금융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론될 만한 키워드로 “연준 피봇(pivot), 글로벌 대선, 달러화 향방”을 예상한다.

첫째, 연준이 긴축 일변도에서 벗어나 완화로 방향을 잡았다. 12월 FOMC에서 제시된 경제전망을 보면 연준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를 2024년과 2025년에 각각 2.4%와 2.1%로 예상했다. 물가의 하향 안정을 예상하며, 3차례 정도의 금리인하를 제시했다. 연준은 확실하게 스탠스를 선회했다.

여기서 나오는 질문은 두 가지다. 혹시 예상과 달리 물가가 상승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연준은 재차 긴축으로 갈 것인가? 반대로 연준 예상처럼 흘러간다면 주식시장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필자 생각은 1) 물가는 하향 안정, 2) 연준은 보험성 금리인하, 3) 시장은 기대를 너무 빨리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투자자의 기대가 주가에 급하게 반영됐다는 것이며, 이로 인해 3차례의 금리인하 전망이 주가를 계속 끌어올리기에 동력이 벌써 약화됐다는 것이다. S&P 500 지수가 올해 24% 상승했다는 점은 작년 주가 급락에 따른 저가 매력과 내년 금리인하 기대가 밀고 당겼다는 의미다.

이를 고려할 때 연준 피봇의 투자전략은 지수보다 종목에서 찾아야 한다. 빅테크 종목이 이전 낙폭을 대부분 만회했기에 추가 업사이드 기회는 성장주 내 소외주에서 나올 것이다. 바이오와 미디어/컨텐츠 종목이 현실적으로 대안으로 판단된다.

둘째, 글로벌 선거가 새로운 불확실성 요인으로 다가온다. 2024년 메인 선거일정을 보면 1월 대만 총통선거, 3월 러시아 대선, 4월 한국 총선, 11월에 미국 대선이 잡혀 있다. 선거는 전형적인 정치 이벤트다. 이벤트 자체만 놓고 보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지정학적 리스크가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작용하는 상황에선 선거라는 정치 이벤트가 지정학적 요인과 맞물려 불똥이 어디로 튈지 판단하기 어렵다. 특히 대만과 미국 대선에서 정권이 바뀔 경우 더더욱 그러하다.

1월 대만 총통 선거의 핵심 이슈는 양안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고 관리할 것인가에 있다. 3월 러시아의 대선은 푸틴의 승리 여부보다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입장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큰 변화가 어려운 것은 11월에 미국의 대선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편 바이든과 트럼프 중 누가 대통령이 되든 대중국 견제 정책은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각론에서는 큰 차이가 있는데, 특히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다면 더 큰 변화와 예측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다.

선거 이벤트에 따른 투자전략은 사실 구체화하기 어렵다. 다만 그 동안 경험했던 다양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할 때 선거가 됐든 전쟁이 됐든 과도한 가격조정은 저가 매수의 좋은 기회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한가지 가정이 필요한데, 펀더멘탈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가정이다. 선거에 따른 초기 불확실성이 커지면 채권으로 자산배분 비중을 늘리고,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 주식으로 교체매매 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셋째, 달러화 향방이 글로벌 자금의 이동 여부를 좌우할 것이다. 달러 강세와 미국 금리인상이 맞물려 최근 수년간 글로벌 자금은 미국에서만 움직였다. 이 과정에서 신흥시장은 자금 유출의 직격탄을 맞았고 전반적인 자산가격은 미국대비 크게 부진했다.

연준의 피봇과 맞물려 달러화에 유의미한 변화가 나온다면, 글로벌 투자자금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 활발하게 이동할 수 있다. 삼성증권은 달러화가 2024년 말까지 주요국 통화대비 연간 5%내외의 점진적인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 이유는 1) 미국 및 글로벌 경제의 연착륙/골디락스 기대, 2)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사이클 마무리와 통화정책 격차 축소, 3) 4.5~5.0%의 내외의 중국 경기안정과 유로존의 점진적인 경기회복, 4) 내년 4월을 전후로 BOJ의 출구전략 가시화로 엔화의 강세 전환을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2024년 말 달러/유로, 엔/달러, 위안/달러 환율을 각각 1.15달러, 137엔, 7.0위안으로 전망한다.

한편, 올해 원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인 주요 배경에는 1)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업황 악화와 2) 원화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엔화와 위안화의 약세 심화, 그리고 3) 주기적으로 불거지는 지정학 리스크 확대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들 요인이 환율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점에서 2024년 말 기준 원/달러 환율은 1,230원까지 완만한 절상 추세를 보일 전망이다.

달러화의 완만한 약세를 가정할 경우, 비달러화 자산에 대한 글로벌 자금의 선호가 재개될 수 있다. 그 동안 펀더멘탈과 유동성 측면에서 고전했던 신흥시장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는 의미다. 투자자 입장에선 미국 일방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신흥시장 인덱스 투자를 검토해야 한다.

2024년 키워드별(연준/선거/달러) 투자전략 설정과 더불어 투자에 임하는 자세도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 워렌 버핏의 단짝이자 동료였던, 얼마전 99세의 나이로 타계한 찰리 멍거는 생전에 돌직구 같은 직설과 유머로 ‘멍거주의’라는 명성을 쌓았는데, 평소 이 분이 자주 표현했던 투자조언은 매우 단순하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핵심은 1) 올바른 기질, 2) 상당한 인내심, 3) 다양한 호기심이다. 단순하지만, 그래서 더 어렵다. 계속 시도하고 도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