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주·대리점 네트워크 신뢰 및 정시성 '우선'

지난 14일 인천국제공항 화물청사에서 만난 화물 2호기는 이러한 제주항공의 포부가 담긴 선봉장이다.
센 비바람이 불던 이날 주기장에서 성공적으로 첫 운항을 마친 제주항공 화물 2호기를 만났다.
지난 1일 제주항공에 도입돼 감항 증명을 마친 2호기는 전날 인천에서 베트남 하노이까지 화물을 운송하는 첫 임무를 마쳤다.
화물 1호기 도입 이후 1년 6개월 만에 2호기를 도입한 제주항공은 노선을 확장하는 대신 기존 노선의 운항률 및 정시성을 향상해 화주·대리점과 신뢰관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통해 '작지만 강한 화물사업자' 입지를 다져 여객에 이어 화물까지 안정적으로 운송하는 '항공업 사업 다각화'를 이뤄낸다는 구상이다.
인천공항공사 집계에 따르면 올해 1∼11월 제주항공은 2만478t으로 LCC 가운데 가장 많은 운송량을 기록했다.
그 뒤로 에어프레미아(1만7천460t), 티웨이항공(1만3천15t), 진에어(1만1천612t) 순이었다.

제주항공은 여객기와 화물기 모두 B737-800 기종을 운용한다.
내부에 들어서자 주된 탑승객이 사람이 아닌 화물이라는 점을 곳곳에서 체감할 수 있었다.
우선 문의 크기가 달랐다.
사람이 드나드는 문이 있긴 했지만, 성인 남성의 허리쯤 위치해 '작은 구멍'처럼 나 있는 수준인 반면, 화물이 오가는 메인도어는 가로 3m·세로 2m 이상이었다.
사람을 위한 좌석 대신 화물을 밀어 옮길 수 있는 레일이 촘촘하게 배열돼 있었고, 안전벨트 대신 화물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는 락(Lock) 장치가 자리 잡고 있었다.
기체 끝자락에서 중앙으로 갈수록 무거운 화물을 실을 수 있으며, 최대 중량은 23.9t이다.
화물칸 벽 한쪽에는 기체의 무게 균형을 맞추기 위해 화물의 위치별 중량을 정해둔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내부에는 화장실이 한 칸 있긴 했지만, 이는 오로지 조종사들을 위한 것이었다.
화물을 잘 밀고 끌 수 있도록 구슬처럼 생긴 롤러가 바닥에 다닥다닥 박혀 있어 사람이 내부를 걸어 다니기엔 다소 미끄러웠다.
주기장에서는 화물 1호기에 화물이 탑재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기체 벽면이 손상되지 않도록 둥그런 모양으로 쌓인 화물들이 그물망에 고정된 채 단위탑재용기(ULD) 위에 담겨 실리고 있었다.
이날 1호기를 통해 일본 나리타로 향하는 화물들은 대부분 건강식품이었으나, 보다 취급이 민감한 리튬 배터리 혹은 신선식품일 경우 더욱 주의를 기울인다고 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외부 충격, 온도, 습기 등 환경에 민감한 만큼 안전을 위해 화물 간의 이격 거리를 유지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며 "화물을 그물망으로 조이고 쌓는 일은 기계가 할 수 없어 현장 직원들이 많이 고생한다"고 설명했다.

2호기를 도입해 섣불리 노선을 늘리기보다 기존 강점을 가진 노선에 집중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운항 중인 중국 옌타이, 일본 나리타, 베트남 하노이 등 3개 노선을 유지하되, 운항 횟수를 주간 15회에서 27회로 확대할 계획이다.
1호기 운항 초기부터 화물사업실을 총괄했던 박 실장은 사업 후발주자로서 어려움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박 실장은 "당시 화주와 대리점의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며 "경험이 많지 않은데 운항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는 냉소적 시각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로드(운송량)를 늘리는 일에 집중하지 말고 비운항 없이 성실하게 운항하자는 전략이었다"며 "정시성이 늘 우선이었다"고 강조했다.
단일 기종을 운영하는 기단 전략도 원가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한몫했다고 덧붙였다.
여객기와 화물기 모두 같은 기체를 운용해 승무원 및 조종사, 정비 인력, 기체 부품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비정상 상황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고부가가치 화물을 운송하기 위한 차별화 전략도 펼치고 있다.
제주항공이 LCC 최초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리튬배터리 인증을 획득한 점도 그 전략의 일환이다.
늘어난 운항 횟수를 안정적으로 수행하게 되면 노선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고려하고 있는 노선은 인천∼오사카라고 한다.
강화된 네트워크로 물동량 증대, 매출액 확대를 현실화해 한단계 성장한 화물사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제주항공의 각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