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새 없이 약 30곡 내달리며 팬들과 호흡
다이나믹 듀오·하동균 게스트 출연도
에픽하이 20주년 공연…울컥한 타블로 "팬들 없었으면 못 버텨"
"같이 웃고 떠들고 뛴 것밖에 없는데…근심, 걱정, 고민이 잠시나마 잊히지 않았나요?" (타블로)
지난 15일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에픽하이 20주년 콘서트는 지나온 세월을 팬들과 함께 조각조각 꺼내보는 시간이었다.

중간중간 끼어드는 노련한 멘트와 객석의 웃음소리, 멤버들과 팬들의 찰떡 호흡은 그들이 함께 걸어온 길을 가늠케 했다.

에픽하이는 30곡에 가까운 무대로 3시간을 쉴 새 없이 달리다 앙코르 무대에서 끝내 울컥했고 객석은 촉촉하게 물들었다.

"제가 사실 감정 표현하는 사람이 아닌데 오늘은 좀 뭉클하네요.

연예인 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해요.

"(투컷)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 이렇게 긴 시간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어요.

20주년을 축하해주는 여러분이 지금의 에픽하이를 만들었습니다.

"(미쓰라)
이번 20주년 콘서트는 당초 16~17일 이틀 공연으로 기획됐다가 예매 개시 직후 전석이 빠르게 매진되면서 1회 공연이 추가됐다.

이날 열린 추가 공연은 '의탠딩'(좌석이 있지만 서서 즐겨달라는 의미)으로 진행된다는 에픽하이 특유의 재치 있는 안내와 함께 시작됐다.

20주년답게 음악에 대한 멤버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내레이션으로 흘렀고, 무대 위 20여개의 작은 화면에 주옥같은 히트곡 제목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조명이 어두워지고, 계단형 무대에 앉은 채 모습을 드러낸 타블로는 2007년 발매된 곡 '백야'로 주목도를 단번에 끌어올리며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뒤이어 2층 무대에서 미쓰라, 조명에 둘러싸인 디제잉 공간에서 투컷이 차례로 등장했고 팬들의 환호가 쏟아져나왔다.

에픽하이 20주년 공연…울컥한 타블로 "팬들 없었으면 못 버텨"
"유 캔 플라이!"(You can Fly!)
폭죽과 함께 '플라이'(Fly) 무대가 펼쳐지자 본격적인 떼창이 장내를 채웠다.

'하이 테크놀로지'(High Technology)에서 귀를 때리는 전자음이 흐를 땐 관객들도 클럽에 온 듯 몸을 맡겼다.

'연애소설'과 '스크린 타임'(Screen Time)에서는 관객들이 아이유가, 세븐틴 호시가 되며 호흡을 맞췄고 '러브 러브 러브'(Love Love Love), '1분 1초', '원'(One) 무대는 관객들을 10여년 전 그날로 소환했다.

에픽하이는 20년 경력의 팀워크, 40대 '아재'들의 능글맞음으로 공연 내내 여유로운 유머도 곁들였다.

무대 양쪽 화면에서 상영된 기업 광고 콘셉트의 20주년 기념 영상과 영화 '바비'의 캐릭터 켄을 패러디한 투컷의 영상은 객석의 폭소를 자아냈다.

팬들은 멤버들의 개그 코드에 호응하듯 손가락 욕 모양의 에픽하이 공식 응원봉 '박규봉'을 쉴 새 없이 허공에 흔들어댔다.

어디서도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투컷은 "첫 공식 응원봉인데, 기분이 복잡미묘하다"라고 말했고, 타블로는 "사랑하는 나 자신과 가족에게 손가락질하는 이들에게 내밀어야 하는 것"이라고 농담도 던졌다.

공연 후반부는 에너지 넘치는 곡들로 가득 채워졌다.

'뉴 뷰티풀'(New Beautiful) 중반 멤버들이 일제히 돌출 무대로 뛰쳐나오며 꽃가루가 날리자 공연장은 순식간에 축제 분위기로 전환됐다.

관객들의 뜀박질이 격해지면서 땅의 울림도 그대로 전해졌다.

에픽하이는 온몸을 땀으로 적시면서도 두 번의 앙코르로 퇴장과 등장을 반복했고, 1ℓ 페트병으로 객석에 시원하게 물을 뿌리며 열기에 화답했다.

타블로는 앙코르곡 '빈차' 무대에서 "지난 20년 쉽지 않았다.

여러분이 없었으면 단 하루도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며 울먹이는 모습도 보였다.

"20주년인데 이제 끝이냐고요? 내년을 21주년이라고 부르지 않고 1주년이라 부르겠습니다! 새로운 시작이에요!"(타블로)
이날 공연에는 다이나믹 듀오와 하동균도 게스트로 출연해 각각 히트곡을 선보였다.

초등학생 때부터 에픽하이의 팬이었다는 관객 정세현(27)씨는 "에픽하이의 가사에 빠져 처음 좋아하게 된 게 벌써 10여년"이라며 "'백야'가 흘러나오는 순간 전율이 느껴졌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소감을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