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보러 하늘나라서 휴가온 복자 역…"눈물 날 땐 꿀꺽 참아"
내년 데뷔 50주년…"조직 보스 역 맡아 액션도 해봤으면"
'3일의 휴가' 김해숙 "세상 모든 엄마 대표한단 생각으로 연기"
김해숙은 중견 배우 중 가장 다양한 얼굴로 관객과 시청자들을 만나왔다.

소매치기, 사기꾼, 왕후, 기업 총수, 슈퍼히어로까지 또래 여성 배우가 하기 어려운 역할도 척척 해냈다.

그래도 배우 김해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역할은 '엄마'다.

특히 영화 '우리 형'(2004) '해바라기'(2006), '친정엄마'(2010) 등에서는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를 연기해 극장가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그에게 '국민 엄마'라는 별칭이 따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해숙은 다음 달 6일 개봉하는 영화 '3일의 휴가'를 통해 오랜만에 푸근하고 따스한 엄마로 돌아온다.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지 3년째 되는 날, 지상으로 내려와 외동딸 진주(신민아 분)를 보게 되는 복자를 연기했다.

29일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해숙은 "지금까지 엄마 역할을 정말 많이 해왔는데, '3일의 휴가'는 그중에서도 가장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을 것"이라면서 "이 세상 모든 엄마를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극 중 복자는 딸을 볼 수는 있지만 만지거나 말을 걸 수는 없다.

엄마에게 불효한 기억으로 괴로워하는 진주는 복자를 옆에 두고도 그의 존재를 느끼지 못한다.

'3일의 휴가' 김해숙 "세상 모든 엄마 대표한단 생각으로 연기"
김해숙 역시 9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따뜻한 말을 제대로 해드리지 못한 게 후회로 남는다고 했다.

그가 복자 역을 맡은 이유 역시 자신처럼 뒤늦게 후회하는 자식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소중한 걸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안다는 게 너무 가슴 아팠어요.

어머니한테 고맙다, 사랑한다, 미안하다는 말을 못 했거든요.

그때는 말하지 않아도 당연히 알 거라고, 언제든지 말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이 부모님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기를 바랍니다.

"
김해숙은 어렸을 땐 자신이 진주 같았고, 엄마가 돼서는 딸들이 진주 같다고 했다.

그의 딸은 시사회를 통해 '3일의 휴가'를 보고 메시지를 보내 "진주가 나 같아"고 말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설정만으로도 가슴을 먹먹하게 하지만, 지나치게 신파극으로 기울지는 않는다.

김해숙은 "작정하고 울리는 영화"로는 보이지 않도록 톤을 잡는 데 연기의 방점을 찍었다고 말했다.

복자는 미국 명문대 교수직을 그만두고 고향에서 백반집을 하는 진주를 보고 "문디 가시나"라며 끊임없이 잔소리한다.

진주가 자기 말을 들을 수 없는데도 이것저것 훈수를 두는 모습도 웃음을 안긴다.

'3일의 휴가' 김해숙 "세상 모든 엄마 대표한단 생각으로 연기"
코믹하게 시작한 영화는 모녀의 과거 이야기를 보여주며 어느새 관객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김해숙은 관객들이 복자와 진주의 이야기에서 자기들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부모 자식은 일상적으로 매우 가까운 관계지만, 잘 살펴보면 그 관계에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이야기가 있어요.

그래서 이 영화를 보다가 울음이 터지는 시점이 다들 다르더라고요.

본인하고 관련 있는 스토리가 나오면 그게 추억처럼 생각나나 봐요.

"
그는 담백하면서도 공감 가는 엄마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일부러 감정을 숨기고서 연기했다고 털어놨다.

'3일의 휴가' 관객은 울음이 터지지만, 연기하는 배우들은 거의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마지막 장면을 위해 감정을 많이 아껴뒀어요.

민아 씨도 너무 슬픈데도 꾹꾹 참았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어디 가서 눈물로는 둘째라면 서러운 사람인데, 연기하면서 눈물이 나오는 거를 꿀꺽꿀꺽 참았어요.

덕분에 그 장면은 한 번에 '오케이'를 받았지요.

"
'3일의 휴가' 김해숙 "세상 모든 엄마 대표한단 생각으로 연기"
1974년 데뷔한 김해숙은 젊은 시절을 '워킹맘'으로 보냈다.

옛날에는 집에서 어떤 엄마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자식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일이 연기였기에 이를 놓을 순 없었다.

그는 "왜 나는 일만 할까 생각한 적이 있는데, 가장 행복한 순간이 새로운 캐릭터를 가지고 작품 활동을 할 때더라"고 했다.

"촬영 현장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한 절 발견하고서 '어쩔 수 없구나' 생각했어요.

내년이 데뷔 50주년인데 아직도 하고 싶은 역할이 있거든요.

정말 별의별 캐릭터를 다 해봤지만, 욕심을 좀 더 부린다면 조직의 보스가 돼서 제대로 된 액션을 해보고 싶어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