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내 증시에서 모든 종목에 대해 공매도가 금지된 지 2주가 지났습니다.

하지만 공매도 잔고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신재근 기자와 배경 짚어보겠습니다. 신 기자, 공매도 대상이 됐던 2차전지 주식 공매도 잔고금액부터 짚어볼까요?

<기자>

제가 그래프를 하나 보여드릴 건데요.

공매도가 금지되기 직전 거래일인 3일의 에코프로비엠 공매도 잔고수량입니다. 잔고수량이 505만주가량 있었는데 지난 15일엔 되려 518만 주까지 늘었습니다.

올초 이후 주가가 급등하며 공매도 수요가 높았던 포스코홀딩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매도 금지 직전 152만 주이던 잔고수량이 160만 주까지 증가했습니다.

포스코퓨처엠도 공매도 잔고가 늘었고, 에코프로만이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습니다.

다음 그래프를 보더라도 공매도한 주체가 빌린 주식을 갚지 않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국내 공매도의 70%를 차지하는 외국인의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 공시 내역을 취합한 건수인데요.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투자자나 그 대리인은 공매도 잔고가 해당 종목 상장주식 총수의 0.5% 이상이 되면 이를 공시해야 합니다. 비중이 0.5% 미만이라도 공매도 금액이 10억원 이 넘으면 공시 대상입니다.



공매도 금지 직전 2주 동안 모두 33건의 공시가 있었는데, 금지 이후 2주 동안 32건의 공시가 있었습니다. 공매도 청산이 활발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앵커>

공매도가 금지되면 자연스럽게 공매도 잔고도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왔는데 이유가 뭔가요?

<기자>

공매도 거래를 하는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들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 당장 상환하는 것보다 상환하지 않고 두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2차전지 종목 주가가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버티기 전략’에 들어갔다는 설명인데요.

실제 대다수 증권 업계 관계자들은 2차전지 주가 전망에 대해 중장기 관점보단 단기 매매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 등으로 주가가 조정받았지만, 여전히 밸류에이션이 비싸다는 이유에서죠.

공매도 상환을 미루는 움직임은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 동향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보통 공매도를 할 때 가격 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물 주식을 매수해 ‘헷지(Hedge)’를 하는데요.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져야 이익을 보는 투자기법인 만큼 반대로 주가가 올라버릴 때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죠.

공매도 금지 이후 2차전지 종목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가격 변동성이 매우 커졌고, 현재 대부분의 종목이 공매도 금지 이전보다 주가가 높은 상태입니다.

최근 2주 동안 외국인은 2차전지 종목을 7천억 원 넘게 순매도했고, 기관도 매도 우위를 보였는데 헷지 차원에서 공매도 할 때 사둔 현물을 일부 매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또 거론되는 이유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기자>

펀드마다 공매도를 취하는 기간이 달라 숏커버링하는 시기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기관과 외국인은 공매도 상환 기간의 제한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하지만 실제 현장의 얘기를 들어보면 1개월~3개월 이내 상환이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인기 종목의 경우 공매도 수수료가 비싼 편이고, 공매도 포지션을 오래 취하고 있으면 그만큼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포지션을 잡은 펀드마다 만기가 달라서 숏커버링하는 시기도 다를 것”이라며 “앞으로 잔고가 한꺼번에 줄지 않고 조금씩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거래가 부진한 종목이나 ETF에 대한 주식시장 ‘유동성 공급자(LP)’들의 거래로 인해 잔고가 줄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면서 시장조성자와 유동성 공급자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차입 공매도를 허용했습니다.


신재근기자 jkluv@wowtv.co.kr
“공매도 뱃지 포기 못해”…외국인, 2차전지 하락 베팅 [이슈N전략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