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1조5000억원으로 상장한 파두의 3분기 매출이 당초 기대치를 대폭 밑돈 3억원에 그치면서 실적 부진을 숨기고 상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실적 악화가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면서 파두의 시가총액은 1조원이 무너졌다. 파두는 13일 이같은 의혹에 대한 해명을 내놨다.

파두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반도체 혹한기가 예상보다 더 길어지고 있고, 이는 상장 때까지만 해도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이라며 "상장 과정에서 그 어떤 부정적인 의도나 계획 등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파두는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3억2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6% 감소했다고 분기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34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수치(42억원) 대비 715% 확대됐다. 파두의 매출 감소는 사실상 지난 2분기부터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지난 7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기업공개(IPO)를 위한 증권신고서에서 반영되지 않았다. 파두가 지난 9일 제출한 IR자료에 따르면 2분기 매출은 5900만원에 불과했고, 영업손실 규모는 152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 고작 3억원?…파두 해명 내놨다
2~3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자 주가는 급락했다. 이 때문에 실적 발표가 있었던 지난 9일 파두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실적 충격' 여파는 그 다음날에도 이어지면서 파두 주가는 2거래일 만에 45% 넘게 떨어졌고, 시가총액도 1조원이 붕괴됐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원성이 쏟아졌다. 파두가 실적 예상치를 숨기고 상장을 감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고객사들이 파두 제품을 타업체 제품으로 교체했단 우려도 제기됐다.

회사는 이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입장문을 발표했다. 파두는 "낸드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의 급격한 침체와 인공지능(AI) 강화 등을 위한 데이터센터들의 대대적인 시스템 재점검 절차가 맞물리면서 고객사들이 부품 수급을 전면 중단한 게 2~3분기 실적에 타격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부분은 당사가 상장을 진행했던 시점까지는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며 "파두 또한 갑작스런 고객의 발주 중단 등에 대해서는 예상이 힘든 상황이었고, 그 과정에서 그 어떤 부정적인 의도나 계획 등이 없었음을 거듭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파두는 고객사의 경쟁 제품 채택 가능성에 대해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파두 관계자는 "2~3분기에 발주가 중단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낸드 고객사가 파두가 아닌 경쟁 제품으로 교체해서가 아닌, 최종고객사로부터의 발주 자체가 중단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지금도 기존 고객들과의 협업 관계는 매우 돈독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4분기부터는 소규모라도 발주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업의 불안정성을 빠르게 개선하기 위해 다수 고객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그 가시적인 성과가 내년 중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적 개선 속도는 더디겠지만, 내년 하반기 실적이 점차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 이후에는 고객사 추가 확보 등으로 실적 개선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회사 관계자는 "컨트롤러 사업 고객 1개사와 SSD 고객 2개사가 추가됐다"며 "컨트롤러 부문 신규 고객은 글로벌 대형 메모리 업체로,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파두와 공동 진행하기 위한 계약이 체결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고객 인증을 위한 준비가 진행 중이며, 2024년 하반기 중 매출이 개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SSD 사업의 경우 2023년 하반기에 기대했던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연기된 상황이지만 연기된 프로젝트 중 1개의 인증 절차가 4분기 중 마무리될 예정"이라며 "2024년 상반기부터는 일부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낸드 사업에 대해선 "4분기부터는 낸드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고, 소량이지만 고객사로부터 발주가 재개돼 일부 매출을 이미 확보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2024년까지는 불확실한 시장 상황으로 인해 분기별 실적이 불규칙할 수 있으며, 하반기로 진행되면서 좀 나은 실적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5년 이후에는 다수의 고객군 추가 확보 효과와 데이터센터 시장의 견조한 수요 등으로 인해 본격적인 성장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