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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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이 가려워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가장 가까운 연인이나 가족에게도 공개할 수 없는 질병이 있다. 한번 손이 가는 순간 실내에서는 밖에서든 장소를 불문하고 미친 듯이 긁고 싶다는 충동이 찾아오는 항문 가려움증(항문 소양증)이 그것이다.

은밀한 곳에 느껴지는 이 불편함을 참아내기란 쉽지 않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연인에게 말했다가 '더럽다'는 말에 상처받았다는 한 여성의 하소연 글에는 "그럴 만하다", "얼마나 힘들었으면"이라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외과 전문의 엄윤 인천 서울항외과 원장은 항문소양증의 원인으로 '치핵'을 꼽는다.

엄 원장은 "치핵이 있어서 가렵기 시작하면 대개 밤에 잘 때 가렵다"라며 "낮에는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어서 가려운 걸 잘 모르는데 몸이 편안해지면 꼭 가려워지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자기도 모르게 팬티 위로 벅벅 긁고 난 후다. 긁을 때는 시원한데 항문에는 미세하게 상처가 남기 마련이다.

상처에 세균이 감염되면 더 가려워지고 그러면 또 긁게 되고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일부 환자들은 '항문이 지저분해서 그렇다'는 생각에 샤워기를 이용 뜨거운 물로 씻어낸다.

엄 원장은 "수압을 세게 해서 뜨거운 물로 항문을 자극하면 세균이 죽기 전에 항문 살이 먼저 죽어서 더 가려워진다"고 경고했다.

항문을 비누칠로 닦거나 축축해졌다고 헤어드라이어를 이용해 뜨거운 바람으로 말리는 것도 금물이다.

항문 소양증을 완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로 긁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좌욕해야 한다.

엄 원장은 올바른 좌욕법에 대해 "뜨거운 물 말고 38~42도 정도 되는 따뜻한 물을 떠 놓고 깔고 앉되 항문의 힘을 빼고 엉덩이를 살짝 벌려서 물이 항문관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루에 네 번, 대변 보고 나면 한 번 더, 매회 5~10분 정도로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항문을 말릴 때는 선풍기 바람 등 찬 바람으로 말리는 것이 좋다.

엄 원장은 "환자들이 너무 가렵기 때문에 안 긁을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잘 낫질 않아서 큰 병이 아닌데도 난치병이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긁지 말고, 좌욕하고, 찬바람으로 뽀송뽀송 말리고, 연고 바르고 이렇게 2주 정도 지나면 가려운 증상이 좋아진다. 그사이에 절대 긁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항문 건강을 위해서는 삼각팬티나 드로즈팬티처럼 꽉 끼는 팬티 입지 말고 트렁크 팬티를 입는 것이 가장 좋다"면서 "여성분들은 꽉 끼는 청바지보다 치마를 입는 것이 낫고 집에 있을 때는 트렁크 팬티만 입고 시원하고 건조하게 유지하는 게 좋다"고 부연했다.

항문은 우리 몸에서 가장 세균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양쪽 엉덩이가 항문을 닫아버리면 항문은 더럽고, 따뜻하고, 습하게 된다. 세균이 증식하기에 딱 좋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엄 원장은 "다이어트로 살을 빼서 항문이 엉덩이에 밀려 폐쇄된 공간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도움말=엄윤 원장 (인천 서울항외과)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