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감독으로 굴곡 겪고 U-23팀서 재기 승부수…AG 3연패 성공으로 '증명'
[아시안게임] 선수로 월드컵 4강 신화 이끈 황선홍, 이젠 '금메달 감독'
선수 시절 한국 축구의 공격을 이끌며 '레전드'로 불리는 황선홍(55) 감독이 지도자로도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성과를 내며 감독 생활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7일까지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서 한국의 금메달 획득을 지휘한 황 감독은 선수 시절 국가대표로 A매치 103경기에 50골을 남긴 왕년의 대표팀 간판 스트라이커다.

A매치 50골은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58골)에 이어 한국 남자 선수 최다 득점 2위에 해당한다.

1988년 12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일본과의 조별리그 경기를 통해 A매치에 데뷔하자마자 데뷔골을 넣어 2-0 승리에 앞장선 것을 시작으로 황 감독은 부동의 대표팀 주전으로 활약해왔다.

특히 2002년 한일 월드컵 폴란드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선제 결승 골로 한국의 월드컵 출전 사상 첫 승(2-0)에 앞장서 '4강 신화'에 큰 공을 세웠다.

일본 세레소 오사카에서 뛰던 1998년엔 시즌 24골을 넣어 J리그 득점왕에 오르기도 한 그는 2002년 11월 브라질과의 친선경기로 태극마크와 작별했고, 이듬해 2월 선수 생활을 아예 마친 뒤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아시안게임] 선수로 월드컵 4강 신화 이끈 황선홍, 이젠 '금메달 감독'
선수로 마지막 팀인 전남 드래곤즈에서 코치 생활을 하던 황 감독은 2007년 12월 부산 아이파크를 맡아 감독으로 데뷔했고, 2010년 11월부터 2015년까지 지휘봉을 잡은 포항 스틸러스에서 지도자로도 성공을 거뒀다.

2012년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감독 생활 첫 우승을 차지했고, 2013년엔 외국인 선수 없이 정교한 패스 축구로 '스틸타카', '황선대원군' 등의 수식어를 낳으며 K리그1과 FA컵을 모두 제패해 감독 생활 최고의 시즌을 만들었다.

포항을 떠난 이듬해인 2016년 중반 FC서울 지휘봉을 잡고 프로 감독으로 돌아온 뒤엔 순탄치 않은 나날이 이어졌다.

2016시즌 서울에서 두 번째 K리그1 우승을 이뤘으나 2017시즌 팀이 중위권에 자리하고 2018시즌엔 초반 하위권으로 처지면서 결국 사퇴했다.

2018년 말 부임한 중국 옌볜 푸더에선 팀이 해체되는 탓에 제대로 일해보지도 못했다.

이후 공백기를 겪다 2020년에는 기업구단으로 재창단한 K리그2 대전하나시티즌의 초대 사령탑으로 명예 회복을 노렸지만, 승격이 시급했던 팀이 시즌 중반 이후에도 중위권에 머물자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사실상 경질됐다.

[아시안게임] 선수로 월드컵 4강 신화 이끈 황선홍, 이젠 '금메달 감독'
포항 이후엔 감독으로 이렇다 할 업적이 없던 그에게 2021년 9월부터 맡게 된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직은 지도자로서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었다.

프로 무대에서 이미 성공을 거뒀던 감독이 U-23 대표팀으로 간 것이 '퇴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황 감독은 선수 은퇴 때 밝혔던 'A대표팀 사령탑'이라는 목표를 재확인하며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통해 검증받겠다고 선언했다.

야심 차게 시작했으나 1차 관문인 이번 아시안게임까지도 가시밭길을 거쳐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안게임 1년 연기 결정이 내려진 가운데 지난해 6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서 일본과의 8강전에서 0-3 완패를 당하며 탈락해 비판받았다.

연기된 아시안게임이 얼마 남지 않았던 올해 6월 중국과의 두 차례 원정 평가전도 황 감독에겐 위기였다.

선수들의 줄부상 속에 두 번째 경기에선 0-1로 지기까지 해 아시안게임 3회 연속 우승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 부호가 더 진해졌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징계받았던 이상민(성남)의 최종 엔트리 포함 논란,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부상과 합류 시점 등 악재와 변수가 끊이지 않았다.

[아시안게임] 선수로 월드컵 4강 신화 이끈 황선홍, 이젠 '금메달 감독'
이번 대회 직전엔 파리 올림픽 예선도 막을 올리면서 비슷하지만 다른 연령대의 2개 팀을 동시에 운영해야 하는 고생도 있었다.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선 금메달 획득이 '본전'이라는 시선 또한 부담감으로 느껴질 수 있었지만, 황 감독은 '전승 우승'으로 지도력을 증명하며 재기했다.

대회 기간 그는 다양한 선수를 기용하며 몰아붙일 땐 몰아붙이고, 껄끄러운 개최국 중국과의 8강전엔 이강인과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을 선발에서 제외하는 등 실리적인 선택도 주저하지 않으며 팀 운영 능력을 발휘했다.

출국 때의 '파부침주'(破釜沈舟·'밥 지을 솥을 깨고 돌아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말로, 배수진을 치고 결사적으로 싸운다는 의미)나 대회 기간 "최고의 적은 우리 안에 있다"(중국과의 8강전 승리 이후 방심을 경계하며 한 말) 등 적절한 키워드 사용으로 선수들의 멘털을 다잡은 것도 돋보였다.

황 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 결과로 파리 올림픽까지 계약을 지속할지 대한축구협회의 평가를 받을 예정이었는데, 목표로 했던 3회 연속 우승을 달성하면서 파리까지 여정을 이어가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