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미 라인메쎄 대표가 독일전시회 동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라인메쎄 제공
박정미 라인메쎄 대표가 독일전시회 동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라인메쎄 제공
독일은 제조업 강국이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 등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글로벌 제조업경쟁력지수’ 1위 국가는 독일이다. 전 세계 히든챔피언의 거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중견·중소기업의 경쟁력도 뛰어나다. 요즘 러시아 및 중국과의 관계 등 여파로 경제성장률이 주춤하지만 여전히 제조업 경쟁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독일 전시회는 미래 주도할 첨단기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죠"
이 나라는 전시회로도 유명하다. 전시 면적이 코엑스의 5~10배에 이르는 전시장이 전국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 각 전시회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바이어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독일전시회는 현대적인 의미에선 2차 세계대전 후 출범했지만 그 기원은 800년 전인 12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뿌리가 깊다. 독일어로 전시회를 뜻하는 ‘메세(Messe)’는 천주교의 ‘미사’와 같은 단어다. 미사를 마친 뒤 성당 앞마당에서 생활용품을 사고파는 장터가 허용됐는데 이게 메세의 뿌리다. 박정미 라인메쎄 대표는 “세계 유명 전시회 가운데 3분의 2가량이 독일에서 열린다”며 “오랜 전시회 개최 역사에 기반한 전시기획 노하우와 막강한 제조업, 글로벌 네트워크가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은 16개 연방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뒤셀도르프 쾰른 본 아헨 도르트문트 등의 도시가 속해 있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연방주는 독일 경제의 심장이다. 이곳에 독일 최대 규모의 라인루르공업지역이 자리잡고 있고 물류 핵심인 라인강이 관통한다. 전후 독일 경제의 부흥을 일으킨 ‘라인강의 기적’의 중심이 바로 이곳이다.

서울 성수동에 본사를 둔 라인메쎄는 메세뒤셀도르프와 쾰른메세의 한국 대표부를 맡아 한국 기업의 출품, 관람을 지원하는 중소기업이다.

뒤셀도르프와 쾰른은 전시회로 유명하다. 뒤셀도르프에선 △의료기기(메디카) △인쇄(드루파) △카라반(카라반살롱) △재활복지(레하케어) △포장(인터팩) △플라스틱(케이) △산업안전(에이플러스에이) 등의 전시회가 열린다.

쾰른에선 △유아용품(킨트운트유겐트) △식품(아누가) △오피스용품(오가텍) △치과기자재(IDS) △가구(IMM) △게임전시회(게임스컴) 등의 전시회가 열린다. 이들의 전시장 면적은 각각 코엑스의 7~8배에 달한다. 이들 두 곳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연간 50여 종에 이른다.

박 대표는 지난 8월 중순 독일로 출장을 떠났다가 9월 15일 귀국했다. 약 한 달간 독일에 머물며 뒤셀도르프와 쾰른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출품하는 한국 기업을 지원했다. 여기엔 카라반전, 유아용품전, 레하케어(재활복지전) 등이 들어 있다. 이 중 ‘레하케어(REHACARE)’는 요즘 주목받는 전시회다. 레하는 ‘rehabilitation’에서 따온 말로 ‘재활’이라는 의미다.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재활용품전시회’다. 박 대표는 “평균 수명이 늘면서 재활의료 수요가 증가해 비즈니스 측면에서 매우 유망한 분야”라고 말했다. 이곳에선 각종 재활보조로봇, 첨단장비를 갖춘 이동수단 등이 다수 등장했다.

그는 오는 10월 24일부터 개최되는 산업안전전시회인 에이플러스에이(A+A)와 11월 13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세계 최대 의료기기 전시회인 메디카(MEDICA) 출품업체 지원을 위해 또다시 독일을 찾을 예정이다. 메디카엔 국내 의료기기업체 약 300개사가 출품할 예정이다. 메디카에는 각종 첨단의료장비 실험장비 진단기기 의료정보서비스 관련 제품 등이 전시된다. 특히 스마트폰 등과 연계된 측정장비 등이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엔 70개국에서 5000여 개사가 출품했고, 참관객은 173개국 8만여 명에 달했다.

박 대표는 “독일전시회를 통해 연 1000여 개 한국 기업의 세계시장 진출을 돕고 있다”고 했다. 여기엔 독일 뒤셀도르프와 쾰른에서 열리는 전시회(연간 출품업체 500~600개)와 독일 전시업체들이 동남아시아 중국 등 해외에서 여는 전시회가 포함돼 있다. 출품업체는 대부분 중견·중소기업이다.

그는 “코로나로 위축된 독일전시회가 작년부터 정상화됐다”며 “일부 전시회는 이제 코로나 이전보다 더 활성화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뒤셀도르프 금속전시회(주조·열처리제품 및 기계설비 등 전시)엔 한국에서만 약 2000명의 관람객이 찾았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한국 기업인들이 독일 전시회를 대거 찾는 것은 첨단기술 트렌드를 익히는 데 독일 전시회만 한 게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 분야 종사 경력이 35년에 이른다. 그는 중·고교 시절 5년간 독일에서 살았고, 국내 대학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한 뒤 1988년 한독상공회의소에 입사해 독일 전시회 출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2005년 라인메쎄를 창업했다.

100번 넘게 독일을 드나든 그는 독일 전시회를 ‘바이어들이 대거 찾는 전문 전시회면서 실제 거래가 일어나는 장터’라고 소개했다. 박 대표는 “독일 기업은 자국 전시회에 출품하면 연간 매출의 약 30%를 수주한다”고 말했다. 독일 전시회 대부분은 B2B 전시회이고, 해외 비중이 50%가 넘는 무역전시회도 많아 해외영업을 위한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도움이 된다. 박 대표는 “산업 각 분야를 선도하는 첨단 제품이 대거 선보이기 때문에 산업 트렌드, 기술 동향을 한눈에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독일전시회를 돌아보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낙훈 한경글로벌강소기업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