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단식' 동정론에 부결 여론 고조…"당론 부결" 주장도
'27표만 이탈해도 가결' 관측에 비명계 표심 주목
'부결은 방탄·가결땐 분열'…野, '이재명 체포안' 표결 딜레마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둔 20일 진퇴양난의 갈림길에 섰다.

당론으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자니 역풍으로 찾아올 방탄 비판이 부담스럽고, 비명(비이재명)계 표심이 반영돼 가결되면 내홍 격화가 불 보듯 뻔해서다.

일각에선 가결 시 당이 분당(分黨) 수순으로 갈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일단 당 지도부는 자유투표에 맡기되 부결로 의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재선 의원들과 면담하고 오후에는 긴급 의원총회 개최도 검토 중이다.

당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 상황"이라며 "큰 이탈 없이 자연스럽게 부결시키는 방향이 현재로선 최선"이라고 말했다.

'부결은 방탄·가결땐 분열'…野, '이재명 체포안' 표결 딜레마
지도부의 이런 기류는 최근 이 대표의 장기간 단식에 따른 당내 여론 변화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 6월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 이후 수그러들었던 체포동의안 부결 목소리가 이 대표의 단식을 기점으로 다시 힘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 다수 의원들의 전언이다.

특히 이 대표가 건강 악화로 병원에 실려 간 지난 18일 당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 불붙은 부결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무도한 전·현직 검사들이 청구한 체포동의안을 단칼에 부결시키자"며 부결을 재차 주장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많은 당무위원이 체포동의안을 부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당론 부결' 방침을 정하자는 주장도 터져 나왔다.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페이스북에서 "당론 부결의 파장은 전선의 유지와 강화로 극복될 것이지만 가결은 자해적 혼란을 낳을 것"이라며 "검찰의 영장 청구는 근거 박약한 부당한 정치 행위니, 부결이 맞다"고 주장했다.

'부결은 방탄·가결땐 분열'…野, '이재명 체포안' 표결 딜레마
다만,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한 '가결파' 숫자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라 표결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가결표가 예상되는 국민의힘(111명)과 정의당(6명), 시대전환(1명), 한국의희망(1명), 여권 성향 무소속 의원(2명) 등을 고려하면 민주당에서 최소 27명만 가담해도 가결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2월 이 대표의 1차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부결되기는 했지만 민주당에서 30표가량 이탈표가 나왔다는 추정에 당내 갈등이 격화한 바 있다.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론으로 부결을 정하는 식의 모습을 보인다면 이 대표의 진정성은 사라지고 역시 방탄이었다는 낙인이 찍힐 것"이라며 "이 대표가 직접 가결해달라고 요청하면 당은 분열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당내 의원 모임들도 저마다 대책을 논의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당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는 이날 아침 긴급회의에서 체포동의안 부결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더미래 대표인 강훈식 의원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분열의 노림수가 분명한 상황에서 당의 단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며 "가결을 주장하는 의원은 없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친문(친문재인) 의원 모임인 '민주주의 4.0', 초선 모임인 '더민초' 등도 자체 의견 수렴에 나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