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은 통솔력 있는 지휘로 압도적 사운드 끌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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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심포니는 지난 1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지휘자 리니우와 함께 공연했다.
리니우는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지휘한 최초의 여성 지휘자로 주목받았다.
리니우는 라흐마니노프 탄생 150주년을 맞아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을 선보였다.
1부에서는 시벨리우스 콩쿠르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를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세르게이 하차투리안이 아람 하차투리안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보였다.
이날 공연은 우크라이나 작곡가 예브게니 오르킨이 전쟁 희생자를 추모하며 쓴 '밤의 기도'로 막을 올렸다.
석 달 전 리니우는 세계대전의 흔적을 간직한 채 보존된 베를린 프리드리히 빌헬름 기념교회에서 이 작품을 세계 초연했다.
바이올린 독주와 공의 울림으로 시작한 곡에서 불안감을 자아내는 2도 간격의 모티브는 문장이 되지 못하고 띄엄띄엄 읊조리는 탄식과 같았다.
그러다 현악기군이 네 음으로 된 모티브를 반복하자 흩어져 있던 음향이 우리 귀에 익숙한 선율과 단조의 화성으로 바뀌었다.
음향은 단순한 모티브를 중심으로 하나의 합창을 이루기 시작했다.
애도와 평화의 기원에 동참해 줄 것을 청하는 묵언의 음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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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달하고 익살스러운 무곡풍의 에너지와 아르메니아의 민속 음악, 차이콥스키 등 러시아의 고전 협주곡을 떠올리게 하는 음색 등이 독창적으로 결합한 작품이다.
1악장은 특히 현란한 리듬과 다양한 음조가 쉴 새 없이 변하며 흐르는 거대한 악장이다.
독주자 세르게이 하차투리안은 매력적인 음색, 완벽한 테크닉, 흐트러지지 않는 긴장감과 강렬한 표현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지휘자 리니우의 장악력도 그에 못지않았다.
그의 빈틈없고 정확한 지휘봉 아래 국립심포니는 전체에 걸쳐 탁월한 연주를 들려줬다.
오케스트라는 시종일관 선명했고 역동적이었다.
통상적인 오케스트라 합주 부분, 뒤로 물러나 보조하는 부분, 바이올린 독주와 목관 솔로 파트가 실내악적 앙상블을 이루는 대목에서 모두 효과적이었다.
리니우는 독주자의 호흡을 세심하게 살피며 오케스트라를 아주 정밀하게 끌어갔다.
특히 예비박을 주거나 단원들을 집중시키는 움직임, 곡에 결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부분을 놓치지 않는 간결한 지시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국립심포니는 합주부를 밋밋하게 시작하거나 확신 없는 음향을 내지 않고 성격이 분명하고 풍성한 울림으로 독주자를 뒷받침했다.
아르메니아 민속 음계와 춤곡 리듬이 장중하게 흐르며 랩소디처럼 자유로이 펼쳐지는 2악장이나 빠른 템포로 도는 원무를 연상시키는 기교적인 3악장도 악곡의 특징을 잘 잡아냈다.
독주자 하차투리안은 기교와 다양한 색채 변화, 에너지, 호흡 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연주를 들려주었고 관객들은 열화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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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 대단한 집중력과 장악력을 보여준 리니우는 2부에서 대형 오케스트라를 긴 호흡으로 끌어 나가면서 작은 부분까지 탁월하게 조형해 나가는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1악장의 느린 서주에서부터 국립심포니의 사운드는 압도적이었다.
충분히 음악적 양감을 싣고 있는 풍성한 현악, 큰 이질감 없이 잘 섞인 목관과 관악은 지휘자가 음향적 균형을 탁월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악상의 시작과 끝부분, 리듬이 겹치거나 분화되는 부분, 밀물과 썰물처럼 셈여림의 변화가 두드러지는 부분에서도 악단은 살아있는 것처럼 반응하여 지휘자의 통솔력을 확인시켜 주었다.
어두운 기본 바탕에 러시아적 화려함을 장대하게 펼치는 1악장이나 날 선 리듬으로 민속적 에너지를 강렬하게 분출하는 2악장, 영화음악이라 해도 좋을 만큼 달콤한 서정적 선율이 인상적인 3악장 등 악장 별로 판이한 개성도 선명하게 포착했다.
리니우의 지휘는 정확했고 단호했으며 절제되어 있었으나, 그 음향적 효과는 불꽃 같고 클라이맥스로 몰아갈 때의 기세는 폭발적이었다.
이렇게 단기간에 빈틈없이 호흡을 맞추고 국립심포니의 음향과 집중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였다.
그가 왜 바이로이트에 초청받을 수 있었는지 납득이 가는 명연이었다.
지난 7월 토마시 네토필의 내한에 이어 국립심포니는 다시금 훌륭한 지휘자와 귀한 연주 경험을 쌓았다.
그 작품을 가장 잘 해석하는 지휘자를 객원으로 초청하겠다는 예술감독 다비드 라일란트의 의중은 이번에도 훌륭하게 실행됐다.
관객들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우리 악단의 성숙과 발전에도 기여하는 이러한 객원 연주가 앞으로도 내실 있게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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