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스승 미샤 마이스키와 11년 만에 국내 협연…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등
"연주자의 삶을 알려주신 마이스키 선생님, 첼리스트 경력의 시작이었던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에서 연주했던 드보르자크, 지휘자라는 꿈에 불을 붙여준 베토벤까지. 인생의 전환점이 된 세 분이 모두 모인 공연이라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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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에서 지휘자로 변신한 장한나는 15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스승 미샤 마이스키와 함께하는 연주회에 대한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9월 23∼2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 '장한나 & 미샤 마이스키 위드 디토 오케스트라'를 함께 한다.

두 사람이 지휘자와 첼리스트로 한국에서 호흡을 맞추는 것은 2012년 8월 이후 11년 만이다.

장한나는 "한국에서 선생님과 연주하는 것은 11년 만이지만 해외에서 마지막으로 협연한 것은 지난 5월"이라며 "그간 지휘자로 선생님과 해외에서 여러 차례 협연하며 선생님의 해석과 자유로운 연주가 몸에 뱄다.

11년 전 국내 연주회에 오셨던 분들이 계신다면 이번에는 새로운 협연을 보게 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과 함께 23일에는 베토벤 교향곡 5번, 24일에는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을 연주한다.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은 장한나에게 1994년 로스트로포비치 국제 콩쿠르 우승을 안겨준 곡으로 난도가 높고 화려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마이스키는 "연주자 입장에서 도전이 되고 쉽지 않은 곡"이라며 "원곡의 정신과 의도에 충실한 연주를 들려드리고 싶다.

음악의 예술성을 최대한의 경지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장한나는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은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에도 큰 도전"이라며 "다른 협주곡은 솔로 악기가 빛날 수 있도록 반주가 받쳐주기도 한다.

반면 이 곡은 솔리스트가 오케스트라에 홀로 대항하는 느낌이라 무게감이 다르다.

선생님이 추구하는 해석과 저의 해석이 하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92년 열렸던 마이스키의 내한 공연에서 시작해 3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마이스키가 9살이었던 장한나의 첼로 연주 영상을 보고 장한나를 자신의 마스터클래스에 초대한 것이 사제 관계로 발전했다.

마이스키는 장한나를 자신의 유일한 제자로 꼽을 만큼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 왔다.

장한나는 지휘자로 데뷔한 2007년 이후로는 첼리스트 활동을 멈췄지만 두 사람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스승의 진지한 가르침 덕에 연주자의 삶을 배울 수 있었다던 장한나는 "어렸을 때 같이 찍은 사진을 남기지 못한 것이 후회로 남아 지금은 선생님을 볼 때마다 셀카를 찍는다.

나이를 먹은 것은 억울하지만 선생님과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사이가 되어 좋다"며 웃었다.

장한나의 첼로 연주를 가까이서 지켜본 스승은 지휘자로 이름을 알리는 장한나를 보며 복합적인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그는 제자가 첼리스트로서의 경력을 희생한 것에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제자의 결정을 충분히 존중한다고 말했다.

마이스키는 "지휘자 장한나는 직관력과 지성, 에너지 등 다양한 자질을 갖췄다"며 "관객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하면서 마음마저 울릴 수 있는 보기 드문 훌륭한 지휘자다.

앞으로의 지휘자 활동에도 큰 기대를 품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어 "그렇지만 가능하다면 연주자로 함께 슈베르트의 현악 5중주를 공연하는 것이 작은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스승에게 음악인의 삶을 배운 장한나는 지휘자로도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왔다.

2017년부터 노르웨이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독일 함부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 객원지휘자도 맡았다.

장한나는 유년 시절 천재 첼리스트의 면모를 그리워하는 팬들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현재로서는 지휘자 활동에 충실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 안에서 나를 찾고, 내 안에 있는 음악을 찾는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주자든 지휘자든 어떤 형태로 나타나든지 충실한 모습과 자세로 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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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서울 공연에 앞서 17일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19일 대전 예술의전당, 21일 경주 예술의전당 무대에도 오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