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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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지난해 11월 이후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업종별 희비가 갈리고 있다. 정유업종은 이미 확보한 원유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수혜주로 떠올랐다. 반면 항공업종은 원료비 상승에 따른 실적 타격이 예상돼 주가가 부진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정유·조선·기계주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이날 7만6900원에 장을 마쳐 최근 두달 간 주가가 19.04% 올랐다.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GS의 주가도 각각 6.87%, 7.60% 상승했다. GS는 100% 자회사인 GS에너지가 GS칼텍스 지분을 보유해 정유주로 분류된다. 유가가 오르면서 정유업종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7월부터 큰폭으로 상승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4일(현지시간) 배럴당 85.95달러를 기록했다. 북해산 브렌트유 11월 선물 가격도 89달러에 마감했다. 모두 연중 최고 수준이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는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를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이 영향을 미쳤다. 사우디는 7월부터 원유 생산을 하루 100만 배럴 줄였으며, 감산 조치를 9월까지 연장했다. 러시아도 보조를 맞춰 원유 생산량을 30만 배럴 줄이기로 하면서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불렀다. 이들 국가는 현재 시행 중인 감산을 연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추가 감산 연장으로 공급이 줄면서 연말까지 국제유가 상승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사우디 국영 아람코가 최대 500억 달러 규모의 지분 추가 상장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아람코 추가 상장이 추진된다면 적어도 예상 시점인 연말까지는 매각 흥행을 위해서라도 국제유가를 최대한 끌어올릴 것"이라며 "사우디의 자발적 감산이 연말까지 연장된다면 국제유가는 90달러대 이상으로 상승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유주는 고유가 시대의 전통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유가가 오르면 정제마진의 개선으로 수익성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등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 등을 뺀 수치로 수익성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다. 보통 배럴당 5달러가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진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정제마진은 12.7달러로 집계됐다. 손익분기점을 넘긴 데다 지난 7월 6.6달러와 비교하면 정제마진이 2배 가량 확대됐다. 에프앤가이드는 에쓰오일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한달 전보다 21.1% 높여 잡았고, SK이노베이션과 GS도 각각 9.7%, 3.9% 상향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기계·조선주에도 호재로 작용한다. 고유가를 기반으로 중동 지역에서 대규모 건설·플랜트 사업의 발주가 활발히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유·기계·조선 업종의 주가는 유가와 흐름을 같이 했다"며 "유가 상승 국면에서 해당 업종 트레이딩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기름 소비가 많은 항공·전력주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들 업종은 최근 저유가에 기대를 걸었지만 최근 두달 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11.08%, 9.49% 빠졌고, 이 기간 한국전력은 11.80% 하락했다. 항공사들은 전체 영업 비용에서 30%를 차지하는 항공유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한전 등 전력업종 역시 연료비 단가에 국제유가가 반영되는 만큼 유가 상승에 고전할 수밖에 없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절대적인 운임 자체가 과거 대비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예전 만큼의 유가 상승에 의한 실적 훼손은 없겠지만 결코 유리한 구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