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로빈슨 지음
김정혜 옮김
이콘
400쪽 / 1만9800원
제목만으로 입맛을 다시게 하는 책이 나왔다. 미국에서 칙필레라는 ‘국민 브랜드’가 등장하고 성공하게 된 과정을 담은 <위대한 치킨의 탄생>이다. ‘마케팅 천재’로 불리는 스티브 로빈슨 전 칙필레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썼다.

칙필레는 소고기 패티가 주를 이루던 버거업계에서 치킨버거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1967년 미국 애틀랜타에 1호점을 연 칙필레는 2022년 기준 2797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경쟁사인 맥도날드가 1만3355개인 것에 비하면 적은 숫자이지만 매장당 매출에선 미국 패스트푸드 브랜드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칙필레가 1위 브랜드로 올라선 데엔 ‘젖소 캠페인’이 큰 역할을 했다. ‘eat mor chikin(닥고기 마니 머거)’이란 종이 팻말을 든 젖소들이 1996년 처음 광고에 등장했고, 이후 다양하게 변주되며 칙필레의 마스코트가 됐다.
이 젖소들은 ‘치킨을 더 많이 드세요’란 의미를 담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스펠링을 일부러 틀려 눈길을 끈다. 맥도날드처럼 소고기 버거를 파는 대신 질 좋은 치킨으로 만든 샌드위치를 판매한다는 점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저자가 진두지휘한 이 광고로 칙필레는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등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주인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가맹점주에게 ‘운영자’라는 용어를 쓴다. 운영자는 칙필레 매장 한 곳만 운영할 수 있다. 그래야 매장 운영에 전적으로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라’는 신념을 기반으로 고객과 직원을 환대한다.
이 같은 철학으로 캐시와 함께 칙필레를 성장시킬 수 있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기독교에서의 주일인 일요일은 매장 문을 열지 않고, 주식시장에 상장하지 않는 등 캐시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저자는 칙필레의 고집스러운 원칙을 계속해서 지켰다.
위대한 기업은 무엇이 다른지, 빠르게 트렌드가 바뀌는 외식 분야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에 대한 경영자의 전략이 잘 드러나 있다. 기독교 기업임을 표방해 성경과 교리에 기반한 경영철학을 내세우고 있어 책 내용엔 종교적 색채가 강하게 나타난다. 읽다 보면 종교 서적인지 마케팅 서적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이금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