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 만찬" vs "떠날 사람 떠나"…손님 수·도매가격 큰 변동 없어
불안 심리 계속 요동…조만간 '유지냐, 악화냐' 방향성 결정될 수도
[르포] 일본 오염수 방류 닷새째 부산 수산시장은 '정중동'
"휴…이미 어렵긴 어렵죠. 그런데 지난 주말에 당장 상황이 더 나빠지진 않았어요.

오염수가 국내에 오려면 시간이 많이 남아서 그런 거 같긴 한데 좀 더 지켜봐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28일 낮 부산 중구 자갈치 시장에서 만난 상인 박모 씨는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한 이후 닷새간의 시장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박씨는 일본이 오염수 방류한 지난 24일 이후 평일은 이날 점심시간과 마찬가지로 썰렁한 모습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단체 관광객 예약 등이 줄어들면서 이날처럼 1층 수산물 매장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고, 2층 횟집들도 일부 외국인 손님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빈 좌석이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하지만 지난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은 오염수 방류 전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주말 반짝 손님들이 꽤 있었다"면서 "오염수 방류 전부터 이미 사람이 많이 줄어든 터라 예전과 비교해 괜찮다는 것은 아니지만, 유명 횟집들은 꽤 손님들이 있었다는 정도"라고 말했다.

김재석 부산 자갈치시장 어패류 조합장도 "지난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은 오염수 방류 전후만 놓고 보면 차이가 크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도 "정확한 매출 동향은 최소 10일은 지나 봐야 알 수가 있다"고 밝혔다.

[르포] 일본 오염수 방류 닷새째 부산 수산시장은 '정중동'
상인들 사이에서도 지난 주말 상황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다.

상인 최모 씨는 "오염수가 국내 도착하기 전에 '최후의 만찬'을 먹자는 심정으로 손님들이 오셔서 더 나빠지지 않은 것으로 보일 뿐"이라면서 "이번 주말 손님이 더 떨어지지 않았다고 다음 주말도 손님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주장했다.

최씨의 바로 옆 상가의 이모 씨는 "오염수가 오기까지 4∼5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수산물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은 이미 방류 전부터 발길을 끊어서 떠날 분들은 이미 떠난 상황일 수도 있다"면서 "주말에 전어회가 꽤 잘 나갔는데 회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오염수가 오기 전까지는 회를 계속 먹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자갈치 시장 밖 수산물 난전 시장에서는 60∼70대 고객들이 여전히 수산물을 구매하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었다.

조기를 구매한 한 손님은 "곧 시아버지 기제사(기일)가 있는데 생전에 즐겨 드신 수산물을 구매했다"면서 "아직 오염수는 오지도 않았다는데 제사에서까지 수산물을 빼고 싶지 않았고, 이번 명절에도 수산물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눈볼대(일명 빨간 고기)를 구매한 한 70대 손님도 "저는 이제 살날이 많지 않아서 오염수 이런 거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텔레비(텔레비전)에서 안전하다 하니 그냥 믿음으로 먹는다"고 구매 이유를 밝혔다.

[르포] 일본 오염수 방류 닷새째 부산 수산시장은 '정중동'
국내 바다에서 잡힌 수산물들이 전국 도매상들에게 경매에 부쳐지는 부산공동어시장에서도 오염수 방류 이후부터 지난 26일까지는 수산물 낙찰 가격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위판 수량이 많은 고등어, 삼치, 갈치, 전갱이, 방어, 다랑어 등 10개 주요 어종의 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오염수 방류 전후로 큰 등락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부산지역 한 수산 관계자는 "불안감은 큰 것이 맞지만 일단 현재까지 가격 지표는 오염수 방류 전후로 큰 차이가 없다"면서 "시간이 좀 더 흘러야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을 거 같고 '악화냐 유지냐' 방향성이 나올 거 같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