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구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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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스마트폰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포노 사피엔스(Phone Sapiens)’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는 휴대폰을 뜻하는 포노와 생각, 지성을 뜻하는 사피엔스의 합성어로 스마트폰 없이 살아가기 힘들어하는 세대를 뜻한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하고, 빠른 정보 전달로 정보 격차가 해소되는 등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점차 편리한 생활을 누리게 되면서 생겨난 신조어다.

포노 사피엔스 세대는 SNS를 통한 대인 관계 형성은 물론이고 금융과 학습, 여가와 취미생활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에 광범위한 영역을 바꾸어 나가고 있는데, 비단 개인의 삶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구조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모바일 전자 상거래의 규모가 대형 마트도 제처 버릴 만큼 월등히 커졌으며, 주요 광고 매체였던 TV, 라디오, 신문, 잡지가 이젠 그 자리를 모바일에 속속 넘겨주고 있다. 거꾸로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을 통해서 TV, 라디오, 신문, 잡지를 보고 듣고 읽는다.

마찬가지로 필기구로 원고지에 글을 쓰고, 키보드를 이용해 컴퓨터로 글을 쓰던 시대를 지나 스마트폰 하나로 글도 쓰고 책도 쓰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종이를 중심으로 하는 시, 수필, 소설 등 문학도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 문학으로 전환하는 경계에 서 있다. 이런 변화에 맞춰 한국디지털문인협회가 2022년에 창립돼 공동 문집을 내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아울러 세계문학 역사상 최초로 ‘디지털 문학의 미래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을 주도하는 ‘디지털책쓰기코칭협회’ 가재산회장과 장동익고문이 ‘핸드폰 하나로 책 쓰기’ 강좌를 열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거기에 더하여 ‘스마트 시니어 폰맹 탈출하기’와 '왕초보 책과 글쓰기 도전‘이라는 책을 발간해 스마트폰을 활용한 책 쓰기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과연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책 쓰기가 가능할까? 당연히 가능하다. 누구나 스마트폰의 기본적인 기능과 필요한 앱을 활용하면, 종이와 펜이 없어도 스마트폰만으로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것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특히 나이가 들면 눈이 침침해지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속도는 점점 떨어진다. 원고지에 펜으로 쓴 것은 다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활자로 변환되므로 많은 시니어들이 책 쓰기에 도전했다가 포기하게 된다. 책 쓰기와 관련한 중요한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다. 음성인식기술, 이미지 인식 기술과 문자를 읽어주는 기술 등 세 가지 기술이 스마트폰 앱으로 개발돼 비약적인 성장을 한 덕분이다. 스마트폰에 말을 걸면 세상에 없던 나만의 글이 탄생한다. 이 얼마나 신나고 재미있는 일인가.
사진=구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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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음성인식기술은 스마트폰에 말로 얘기하면 동시에 문자로 변환되어 조금만 수정하면 곧바로 프린트해서 책으로 낼 정도가 되었다. 물론 정확한 발음과 조용한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완벽한 변환이 되지만, 누구나 조금만 연습하면 펜으로 쓰거나 컴퓨터로 입력하는 것보다 5배~10배 정도 빠른 속도로 글을 쓸 수 있다. 말로 하는 것이 손으로 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음성을 문자로 바꿔주는 기술을 STT(Speech to Text)라고 한다. 지금 당장 가장 쉬운 카톡이나 밴드를 사용해 말로 입력을 해보자. 스마트폰의 자판을 누르지 말고, 마이크 기능을 찾아서 말로 떠들면 화면에는 글자로 변환돼 나타날 것이다. 그러면 오탈자만 수정해서 보내기를 하면 끝이다.

둘째로 이미지에서 텍스트로 변환되는 이미지 인식 기술은 스마트폰의 카메라 성능이 엄청 좋아져서 책이나 프린트 물을 사진으로 찍으면 곧바로 문자로 바꾸어준다. 이렇게 변환된 문서를 수정하거나 편집하면 하나의 글이 완성된다. 이러한 기술을 ITT(Image to Text)라고 한다. 신문, 잡지, 책 등 활자화된 자료들을 사진 찍어 문서로 만들어두면 활용하기가 편하다.

셋째로 문자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술은 TTS(Text to Speech)라고 부르는데 문서를 디지털 목소리로 변환해 읽어준다. 속도 조절도 가능하고 남녀의 목소리를 선택할 수도 있다. 눈이 침침해서 책을 읽기 어렵거나 화면을 보기가 힘들 경우 잘 활용하면 유용한 도구가 된다.

넷째로 구글 드라이브를 활용해서 쓴 글들을 모아서 수정도 하고 편집도 하면 콘텐츠가 완성된다. 물론 책 편집은 출판 전문가나 출판사가 담당해야 할 몫이다. 일반인이 편집이나 교정, 인쇄, 홍보, 마케팅을 다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내가 잘하는 분야, 관심 있는 분야의 자료를 수시로 모아놓고,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자료를 수집하고,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나만의 글을 쓰고, 편집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책을 쓰면 된다.

필자도 위와 같은 방법과 함께 ‘네이버 밴드’를 활용해 자료를 저장하고 글을 쓰고, 수정하는 작업을 한다. 밴드는 원래 여러 사람이 함께 글을 올리거나 사진, 자료를 올려서 공유하는 앱이지만, 혼자만의 밴드를 만들어서 글도 쓰고, 사진도 올리고, 자료도 올려놓으면 자신만의 보물창고가 된다. 말로 얘기하면 문자로 저장되기도 하고, 저장된 문서를 불러서 수정하기도 한다. 스마트폰과 함께 컴퓨터에서도 수정 작업이 가능하고 복사해서 옮기는 것도 편하다. 매일 살아가는 얘기나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한 글쓰기를 하다 보면 자료가 쌓이고, 그렇게 모아진 자료를 책으로 엮어서 출판하는 것도 가능하다. 글쓰기는 자기 치유능력과 회복탄력성이 있다. 괴롭고 힘든 일이 있다면 글쓰기를 해보자. 글쓰기를 통해 내가 나를 위로하다 보면 내 책을 한 권 낼 수도 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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