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내 상장지수펀드, ETF 시장 규모가 100조 원을 넘었지만,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습니다.

750여개 ETF가 상장돼 있지만, 인기를 모은 상품을 베껴서 출시하는, 이름만 다른 비슷한 상품들이 태반입니다.

정호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출시 첫 날, 한 시간 만에 완판된 2차전지소부장 ETF. 투자자들의 인기를 모았는데, 얼마 뒤 유사한 ETF들이 상장됐습니다.

'소재'와 같은 키워드 뿐만 아니라 구성 종목도 비중만 일부 다를 뿐, 기존 ETF에 담긴 것과 같습니다.

2차전지 뿐만 아니라 미국 다우존스 배당 ETF, 인도 니프티(NIFTY) 지수 ETF 등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상품이 유사할 경우 경쟁은 보수율로 귀결되는데, 이 같은 현상은 시장 발전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보미 /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 너무 수수료 인하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은데, 수수료가 낮아질수록 좋은 운용역을 쓸 수 없고,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가 없고, 그게 시장을 위해서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하고요.]

이를 막기 위해 보험업계에선 새로운 보험이 출시되면 일정 기간 유사한 판매권을 보장해주는 '배타적 사용권'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생명보험협회 측은 배타적 사용권 범위를 확장하며 "신상품에 대한 개발이익을 보호하고 상품복제에 따른 무임승차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금융투자협회에선 2019년 이후 신상품 심의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지 않고, 관련 규정은 있지만 이를 'ETF 모방' 논란에 적용하긴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 (금융투자업계는) 국내외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이나 상품, 서비스가 없어야 인정이 되는 구조입니다. (ETF는) 새로운 금융 기법이 활용되거나 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들은 아니거든요.]

한편 한국거래소도 업계의 의견을 듣고 있다면서도, 제도 개선에는 신중한 입장을 전했습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신상품 개발 독려를 위한 근거도 필요하지만, 투자자의 선택권도 고려해야 한다"며 "양측의 상황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순자산액 100조 원 규모를 돌파한 국내 ETF 시장. 커진 몸집 만큼 상품 베끼기보다는 투자자 수요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한국경제TV 정호진입니다.

영상 편집 : 김정은, CG : 김지원


정호진기자 auva@wowtv.co.kr
"어디서 많이 봤는데"…ETF 베끼기 논란 '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