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성적 다양성 담은 백과사전…'생물학적 풍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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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등에 관한 새로운 시선…24년 만에 번역 출간
인기 시트콤 '프렌즈'에서 주인공 로스의 아내는 레즈비언이다.
성정체성을 깨닫고 뒤늦게 로스와 이혼한 그녀는 다른 여성과 함께 새로운 가정을 꾸린다.
그들은 로스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낳는다.
동물 세계에서도 그와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가령 기러기, 제비갈매기, 거위 중 일부는 암컷끼리 커플을 이루며 새끼를 공동으로 키운다.
새끼를 갖는 방법은 암컷 한 마리 혹은 두 마리가 임의의 수컷과 교미해 알을 수정하는 것이다.
동물 동성애, 양성애, 트렌스젠더, 비 번식적 성 활동을 포괄한 다양한 동물 섹슈얼리티(sexuality)를 조명한 '생물학적 풍요'(원제: Biological Exuberance)가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돼 출간됐다.
캐나다 생물학자 브루스 배게밀이 쓴 이 책은 1999년 미국 등에서 초판이 출간된 이후 여러 화제를 모았다.
책 내용이 미국 연방대법원과 인도 대법원의 판결에 인용 또는 활용됐으며 책과 관련한 전시회가 노르웨이,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지에서 열리기도 했다.
책은 기존 연구에 짙게 배어있는 동성애에 대한 혐오의 시선을 거두어내는 데 일조한 데다 다루는 내용이 방대하고 깊다는 점에서 동물 섹슈얼리티를 다룬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배게밀은 20세기 후반까지 문서화한 450여 종의 동물 동성애 사례 가운데 190여 종의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 곤충류 등의 동성애 양태를 종합해 정리했다.
그 분량만 1천300쪽이 넘는다.
베게밀 이전 서구 학자들은 동물 섹슈얼리티 문제를 이성애와 번식 중심주의에 치중해 연구했다.
동성 간 마운팅(교미 시도)이나 기타 성적 활동을 이성애를 보조하거나 대체하는 활동쯤으로 봤다.
혹은 잘못된 성 식별이나 병에 의해 발생하는 오류로 치부했다.
이 같은 해석에는 동성애에 대한 혐오가 서려 있었다.
저자는 동물과 인간 모두에서 동성애 표현의 복잡성과 풍부함을 고려하지 않으면, 동성애라는 현상의 본질적 성격과 맥락, 종간 비교의 의미 등을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또한 동성애의 의미를 섹스에 한정하지 않고 구애, 애정, 짝 결합, 육아를 포괄하는 넓은 개념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구의 풍성함은 단순히 생식 내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즉 그 위로 흘러넘친다….강렬하게 짧게 끝나는 삶이나 지속해서 불타오르는 삶은, 생식적이든 혹은 그저 창조적이든, 각 존재의 너그러움에 의해 연료를 얻는다.
삶의 방정식은 엄청난 생산력과 결실이 없는 방탕함을 동시에 키운다.
"
히포크라테스. 이성민 옮김. 1천356쪽.
/연합뉴스
성정체성을 깨닫고 뒤늦게 로스와 이혼한 그녀는 다른 여성과 함께 새로운 가정을 꾸린다.
그들은 로스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낳는다.
동물 세계에서도 그와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가령 기러기, 제비갈매기, 거위 중 일부는 암컷끼리 커플을 이루며 새끼를 공동으로 키운다.
새끼를 갖는 방법은 암컷 한 마리 혹은 두 마리가 임의의 수컷과 교미해 알을 수정하는 것이다.
동물 동성애, 양성애, 트렌스젠더, 비 번식적 성 활동을 포괄한 다양한 동물 섹슈얼리티(sexuality)를 조명한 '생물학적 풍요'(원제: Biological Exuberance)가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돼 출간됐다.
캐나다 생물학자 브루스 배게밀이 쓴 이 책은 1999년 미국 등에서 초판이 출간된 이후 여러 화제를 모았다.
책 내용이 미국 연방대법원과 인도 대법원의 판결에 인용 또는 활용됐으며 책과 관련한 전시회가 노르웨이,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지에서 열리기도 했다.
책은 기존 연구에 짙게 배어있는 동성애에 대한 혐오의 시선을 거두어내는 데 일조한 데다 다루는 내용이 방대하고 깊다는 점에서 동물 섹슈얼리티를 다룬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배게밀은 20세기 후반까지 문서화한 450여 종의 동물 동성애 사례 가운데 190여 종의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 곤충류 등의 동성애 양태를 종합해 정리했다.
그 분량만 1천300쪽이 넘는다.
베게밀 이전 서구 학자들은 동물 섹슈얼리티 문제를 이성애와 번식 중심주의에 치중해 연구했다.
동성 간 마운팅(교미 시도)이나 기타 성적 활동을 이성애를 보조하거나 대체하는 활동쯤으로 봤다.
혹은 잘못된 성 식별이나 병에 의해 발생하는 오류로 치부했다.
이 같은 해석에는 동성애에 대한 혐오가 서려 있었다.
저자는 동물과 인간 모두에서 동성애 표현의 복잡성과 풍부함을 고려하지 않으면, 동성애라는 현상의 본질적 성격과 맥락, 종간 비교의 의미 등을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또한 동성애의 의미를 섹스에 한정하지 않고 구애, 애정, 짝 결합, 육아를 포괄하는 넓은 개념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구의 풍성함은 단순히 생식 내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즉 그 위로 흘러넘친다….강렬하게 짧게 끝나는 삶이나 지속해서 불타오르는 삶은, 생식적이든 혹은 그저 창조적이든, 각 존재의 너그러움에 의해 연료를 얻는다.
삶의 방정식은 엄청난 생산력과 결실이 없는 방탕함을 동시에 키운다.
"
히포크라테스. 이성민 옮김. 1천356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