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UI·UX"…스타트업이 '디자인 어워드' 수상 내세우는 이유 [긱스플러스]
최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iF 디자인 어워드' 등 세계적인 디자인 시상식에서 수상한 IT 스타트업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회사들은 저마다 이 시상식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앱처럼 무형(無形)의 서비스를 만드는 스타트업들이 '디자인'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한경 긱스(Geeks)가 알아봤습니다.
'3대 디자인 어워드' 수상한 스타트업들
중요해진 UX·UI... 서비스 생존 필수 요소
'배민' 폰트처럼, 브랜드 정체성 된 디자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한 스타트업들이 등장했다. 사용자 경험(UX)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으면서 이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회사들이 경쟁력을 쌓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리테일 미디어 플랫폼 '프리즘' 운영사 RXC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앱 부문에서 본상을 수상했다. 스마트폰 기울기에 따라 브랜드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자이로센서' 기능 등 기술적 강점이 결합된 앱 디자인이 주효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 시상식에선 최근 스타트업이 만든 앱의 돌풍이 거세다. 국내 스타트업 중에선 최근 현대차그룹에서 분사한 기업 간 거래(B2B) 플랫폼 스타트업 원더무브가 만든 자동차 서비스 앱 역시 본상을 받았다. 지난해엔 디지털 물류 플랫폼 '코코트럭' 앱을 선보인 코코넛사일로가 수상했다. 인테리어 플랫폼 아파트멘터리가 만든 앱이나 게임 데이터 플랫폼 오피지지가 내놓은 앱도 이 시상식에서 디자인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또 다른 3대 시상식 중 하나인 iF 디자인 어워드에서도 K스타트업 열풍이 불었다. 예를 들어 전기차 충전 플랫폼 '모두의충전'을 운영하는 스칼라데이터는 UX 부문에서 상을 받았고, 여성 성지식 플랫폼 '자기만의방' 운영사 펨테크 스타트업 아루도 앱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또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클레온이 만든 가상 인간 제작 솔루션이나 뮤직테크 스타트업 버시스가 만든 메타버스 음악 앱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프리즘의 '자이로센서'
프리즘의 '자이로센서'

중요성 커지는 '사용자 경험'


언뜻 앱을 통한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왜 '디자인' 시상식에서 경쟁력을 갖는지 의아할 수 있지만, 비밀은 UX·UI에 있다는 분석이다. 서비스 이용자들이 긍정적인 경험을 할수록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무장한 UI와 UX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UX·UI의 우수성이 디자인 어워드 수상으로 인정받았다는 설명이다.

UX는 소비자들이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느끼는 총체적인 경험을 뜻한다. 서비스의 디자인이과 사용성이 좋은 인터페이스(UI)가 있다면 긍정적인 UX가 형성될 수 있다. 최근 몇 년 새 앱 기반 서비스가 일상으로 자리잡으면서 중요성이 커진 개념이다. 만족스러운 경험을 산다는 '경험 소비' 트렌드가 대두되면서 좋은 UI와 UX를 가진 회사들이 더욱 경쟁력을 키울 전망이다.
"핵심은 UI·UX"…스타트업이 '디자인 어워드' 수상 내세우는 이유 [긱스플러스]
이 때문에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한 스타트업들도 UX·UI를 어필하고 있다. 이를테면 프리즘은 고가 상품들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엔 '남들과 다르다'는 독특한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는 편안한 느낌을 주게끔 플랫폼을 디자인했다. 프리즘 측은 "브랜드가 가진 다채로운 매력을 전달하기 위해 기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디자인적 완성도도 추구하고 있다"며 "단순 상품의 구매 경험 외에도 에디토리얼 콘텐츠, 라이브 시청, 예약, 팔로우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해 일관성있는 경험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또 대기업에 비해 초반 인지도가 부족한 스타트업들은 신뢰감 형성을 위해서라도 UX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유한익 RXC 대표는"스타트업에서 신규 출시된 플랫폼은 태생적으로 가입·동의 절차 등에 대한 장벽이 존재한다"며 "신뢰성을 갖기 위해서는 서비스의 '코어 밸류', 일관성있는 전개, 잘 만들어진 '프로덕트'가 필수 요건"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도 UX에 주목한다. 장승룡 카카오벤처스 이사는 "UX·UI는 창업자가 얼마나 소비자 중심적으로 사고하는지 알 수 있는 척도 중 하나"라며 "소비자 친화적 UX·UI에는 집요한 소비자 탐구를 통해 니즈와 불편함을 포착하고 해소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의 역량이 내포돼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스타트업의 성과 지표를 높이는 요소로도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장기적으로 '록인 효과'를 통해 이용자를 붙잡아 두며 서비스의 생존률을 높일 수 있는 원동력도 여기에 있다. 장 이사는 "100명이 다운로드해서 90명을 가입시키는 게 중요하다면, 그 다음은 90명 중 80명이 계속 쓰게 하는 것이고, 이 때 사용자를 붙드는 건 UX·UI의 힘"이라며 "마케팅 비용이 충분치 않고 네임밸류가 적은 스타트업일수록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핵심은 UI·UX"…스타트업이 '디자인 어워드' 수상 내세우는 이유 [긱스플러스]

배민부터 당근까지... 뇌리에 '확' 박혀야 산다


UX라는 개념의 창시자로는 미국의 도널드 노먼 노스웨스턴대 교수가 꼽힌다. 애플 디자이너 출신으로 부사장까지 맡았던 그는 1990년대 초반 UX의 개념을 본격적으로 들여와 지금까지 애플이 감각적인 디자인과 사용성으로 소비자를 사로잡는 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서도 '유니콘 신화'를 이뤄낸 스타트업들이 갖고 있는 디자인은 하나의 정체성으로 자리잡았다. 예를 들어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의 글씨체인 '한나체'는 '배민' 하면 떠오르는 기업의 이미지가 됐다. 배민은 2013년 이 글씨체를 만들어 무료료 배포한 이후 대중들의 뇌리에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당근마켓의 주황색 톤 UI나 토스의 파란색 로고도 상징이 됐다.

회사 인력 구성에도 '디자인'을 중시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는 디자이너 출신 CEO로 유명했고, 이수모 아임웹 대표도 웹디자이너 출신이다. 뱅크샐러드나 채널톡 같은 대형 스타트업들은 무형의 앱을 만드는 회사임에도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직을 두고 있다. UX 리서처나 UI 디자이너 등의 직군 채용도 활발히 이뤄지는 추세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