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응원과 골프 사랑으로 포기 않고 다시 그립 잡아"
"한국 선수들, LPGA 퀄리파잉 스쿨 많이 응시했으면"
슬럼프 돌아본 고진영 "마음고생 아무도 몰라…골프하기 싫었다"
"동계 훈련부터 (3월 HSBC 월드챔피언십) 우승까지 얼마나 마음고생했는지 아무도 모를 거예요.

"
여자 골프 세계랭킹 2위 고진영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10억원) 개막을 하루 앞둔 2일 제주시 블랙스톤 제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슬럼프 기간을 이렇게 떠올렸다.

고진영은 작년 하반기에 들어서며 손목 부상으로 한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섰던 작년 10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는 한 홀에서 5타를 잃는 '퀸튜플 보기'를 써내 미국 진출 이후 최악의 8오버파 80타를 치고 기권하기도 했다.

고진영은 "작년 BMW 대회를 하고 나서는 골프가 너무 하기 싫었다"며 "타지에서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며 고생하는데 '이렇게 치려고 골프를 시작했나'하는 생각과 함께 회의감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런 고진영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부모님의 변함없는 응원과 결국 변치 않는 골프에 대한 사랑이었다.

이후 고진영은 올해 3월 HSBC 월드챔피언십 우승으로 부활을 알렸고 두 달 뒤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 제패해 통산 15승째를 수확했다.

그 여세로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를 7개월 만에 되찾아 두 달 넘게 자리를 지켜 최장기간 1위 기록(163주)을 세웠다.

고진영은 "부모님이 큰 힘이 돼주신 덕분에 '한 번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정말 열심히 했다"면서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다 부담감을 가지고 있지만 골프를 사랑하기 때문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그립을 잡는다고 생각한다"고 떠올렸다.

슬럼프 돌아본 고진영 "마음고생 아무도 몰라…골프하기 싫었다"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 우승 이후 다소 기세가 꺾였어도 고진영이 올해 상반기에 대해 합격점을 주는 이유다.

고진영은 "저 자신이 자랑스럽고 칭찬할만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똑바로 멀리 치는, 빈틈없는 선수들 사이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그렇다고 현재에 안주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높은 자존감은 계속 전진하기 위한 자양분이 된다.

고진영은 "올 시즌은 제가 생각하는 목표까지 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저 스스로를 계속 다그치는 부분이 힘들어도 책임감을 갖고 해나가야 한다.

미국에 간 것도 1위를 하기 위해서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슬럼프 돌아본 고진영 "마음고생 아무도 몰라…골프하기 싫었다"
고진영은 수년 전에 비해 한국 선수들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부진한 이유에 대해서도 나름의 견해를 밝혔다.

고진영은 "한국 선수 중 가장 어린 선수가 유해란인데 다른 나라에는 해란이보다 어린 선수가 정말 많다"며 "다른 나라에선 LPGA 투어에 계속 도전하는데, KLPGA 선수들은 여기가 워낙 좋다 보니 '굳이 미국에 도전해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교했다.

그러면서 "일본, 중국, 태국 선수들만 하더라도 도전 의식이 정말 강하고 퀄리파잉 스쿨을 보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그만큼 세대교체가 빠르고 체계적으로 골프를 하는 것 같다"면서 "한국 선수들도 퀄리파잉 스쿨을 많이 보고 LPGA를 두드린다면 5, 6년 뒤에는 (한국 선수들이 선전하는) 예전과 같은 모습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