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니아 사람들은 오페라 '노르마'를 먹는다 -시칠리아 기행(2)
▲비행기에서 바라보는 에트나산
머릿속으로 가슴으로 그린 풍경이 그대로 눈앞에 들어왔다.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신비한 산의 모습. 우주가 보일 것 같이 다채로운 푸른빛을 띄는 하늘을 배경으로 보이는 흰눈덮인 검은화산. 그 산은 넓은 초록땅위에 하얀 구름 허리띠를 두른채 우리를 반겨주었다. 제우스가 티폰을 물리치고 가둔 곳, 또한 헤파이스토스가 제우스의 벼락을 만든 대장간이 있는 시칠리아섬의 화산, 에트나이다.

다른 나라로, 도시로 연주를 위해 떠나던 혹은 휴가를 가던, 어떤 모습의 여행이 되었던 ‘떠남’을 좋아한다. 여행을 떠나면 주로 한곳에 길게 머물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편이다. 나에게 있어서 여행의 큰 묘미는 삶의 다양성을 느끼고 다양한 모습의 가치관을 만나는 일이다. 그 다양성을 마주하는 가장 좋은수단이 나에게는 음식이다.

행복감을 주는 음식들이 벗을 알아보는지 여행지에서 만나는 음식들은 대부분이 성공이었다. 따로 어떤 특정한 식당을 검색하거나 찾지도 않는다. 2019년의 시칠리아 여행도 역시나 소화제를 잔뜩 챙기고 시작하였다.

길거리 음식을 통해 여행하는곳의 사람들의 삶을 볼 수 있다. 시칠리아의 주요 도시중 하나인 카타니아(Catania)에 도착하여 성 아가타 대성당(카타니아 대성당)이 보이는 두오모 광장에 위치한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곧장 근처 시장으로 달려갔다.

Via Pardo (파르도 길)부터 열려있는 수산시장부터 시작하였다. 지중해섬답게 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는 청새치와 다양한 따듯한 바다의 해산물들 그리고 산처럼 쌓여있는 시칠리아 사람들이 즐겨먹는 가지들부터 형형색깔의 채소들이 요리를 좋아하는 나의 눈을 반짝이게 하였다. 어느정도 눈과 코와 그리고 조금씩 맛보는 길거리 음식에서 오는 행복감을 가졌으니 다시 두오모 광장으로 카타니아 여행의 시작인 성 아가타 대성당으로 향하였다.
카타니아 사람들은 오페라 '노르마'를 먹는다 -시칠리아 기행(2)
▲작곡가 벨리니 기념비
카타니아 사람들은 오페라 '노르마'를 먹는다 -시칠리아 기행(2)
▲벨리니 묘비
카타니아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가장 많이 눈에 띄는 단어가 있다. 길 이름, 상점 이름, 호텔이름, 공원 이름, 광장 이름 그리고 오페라 극장의 이름인 <벨리니>이다. 카타니아 대성당에 들어서니 벨칸토 오페라의 거장 빈첸초 벨리니(Vincenzo Bellini 1801~1835)의 무덤이 보였다.

카타니아의 수호성인인 성 아가타의 이름만큼 카타니아에서는 그의 위치가 크다. 스테지코로 광장(Piazza Sesicoro)으로 가면 벨리니의 기념상이 있다. 벨리니 석상 아래로 그의 대표적 네 개의 오페라인 <몽유병 여인> <청교도> <노르마> <해적>에 관련된 조각이 둘러져 있다. 그중 단연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오페라는 <노르마>인 듯하다.

이 오페라에 나오는 대표적인 아리아 <정결한 여인 Casta Diva>은 영화나 광고등의 매체에서도 심심치 않게 접하는 대중적인 곡이다. 19세기 초 벨칸토 오페라의 정점을 보여주며 또한 아름다운 선율과 드라마틱한 음악의 <노르마>는 동시대의 그리고 후대의 작곡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발전해 나가는 오페라 속에 벨칸토 오페라들은 조금씩 사랑받던 그 자리를 내주었다.

20세기에 들어서 한 가수가 벨리니의 <노르마>를 다시 세상 사람들의 마음에 심어놓고 그 본인 또한 <노르마>를 통해 세상사람들에게 각인된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이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벨리니의 무덤이 있는 대성당에서 나와 <노르마>가 초연된 오페라 극장(Teatro Massimo Bellini)이 있는 벨리니 광장으로 가는길에 작은 샛길을 지나게 되는데 그 길의 이름이 ‘마리아 칼라스 길’이다.

카타니아 사람들의 벨리니와 그의 오페라 <노르마>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은 음식에서도 보여진다. 카타니아 지역에서 가장 풍부하고 살많은 짙은 보랏빛을 띄는 가지, 잘익은 붉은 토마토, 하얀 리코타 치즈 그리고 향긋한 녹색의 바질이 어우러진 <파스타 알라 노르마 Pasta alla Norma>는 이제 카타니아의 대표음식이자 시칠리아의 대표음식이다.

또한 잘 만들어진 이<파스타 알라 노르마>는 카타니아를 내려다보고 있는 에트나 화산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 꼭 시칠리아에 내리기전 비행기 창문에서 바라본 에트나산처럼 바질은 녹색의 넓은 평원, 그 위에 가지의 검은색과 리코타치즈의 하얀색은 눈덮힌 검은 에트나산을 보는 듯 하다.

사랑받는, 사랑받던 작곡가들은 무슨 운명의 여신의 장난인지 벨리니 또한 승승장구하던 30대 초반에 그만 절명하고 만다. 그래서인지 성 아가타 대성당의 벨리니 묘비에는 오페라 <몽유병 여인>중 아리아 한 부분의 악보가 새겨져 있다.

“Ah, non credea mirati si presto estinto, o fiore! 아! 믿을 수 없네. 이렇게 빨리 지다니, 오! 꽃이여.”


[지휘자 지중배의 레시피]
* Pasta alla Norma *


가지를 1.5cm 정도의 주사위 크기로 자른 후 소금을 소량 뿌려서 채반에 20~30분간 밭쳐놓아 물기를 뺀다.(가지를 소금에 뒤적거릴 때 위생장갑이나 도구를 이용해야 손에 물이 들지 않는다) 수분이 빠진 가지를 키친타월로 살포시 조금더 수분을 정리해주고 적당히 달군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튀기듯 볶아준다.

너무 익어 물러지지 않고 적당히 가지의 살이 향기롭게 씹힐정도로 볶아준다. 볶은(튀긴) 가지는 한쪽으로 빼주고 파스타를 삶을 물을 끓여준다. (Pasta alla Norma에는 기본적으로 짧은면을 사용한다. 전통적으로 마케로니를 사용하지만 펜네나 리가토니 등도 잘 어울린다)

물이 끓는 동안 한쪽에서는 적당히 달구어진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과 페페론치노를 넣고 중간불로 올리브유에 향을 입히며 익혀준다. 그동안 물이 끓으면 준비된 소금을 넣고 파스타를 삶기 시작한다. (소금 종류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물1리터에 소금을 2ts정도 넣어준다) 파스타가 삶아질 동안 마늘과 페페론치노가 잘 향을 내어줬으면 마늘과 페페론치노를 빼내고 토마토퓨레 혹은 홀 토마토를 넣고 으깨며 익혀준다.

중간에 파스타를 삶고 있는 냄비에서 면수를 서너스푼정도 떠서 농도와 간을 맞춘다. 적당히 알 덴테로 익혀진 파스타와 미리 조리해놓은 가지를 토마토소스가 만들어진 팬에 넣고 2분정도 더 면과 소스가 잘 어우러지도록 섞어준다. 이 과정에서 간이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면수로 간을 맞춰준다.

다 만들어진 파스타를 그릇에 옮기고 리코타 치즈를 무심한 듯이 듬성듬성 손으로 눈덩이처럼 올려주고 바질도 손으로 조각내어 플레이팅 해준다.(바질은 스테인레스 칼등을 이용하여 자르면 색이 변하기에 손으로 잘라준다)

Pasta alla Norma를 눈과 냄새로 먼저 즐기고 맛있게 먹는다. 시칠리아산 화이트와인과 함께 그리고 벨리니의 음악과 함께하면 너무나 행복한 마리아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