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끝없는 상상의 세계 선사…엔지니어 일하며 소설쓰기 병행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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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는 찾는 이 없는 한적한 마을 야산에 덩그러니 놓인 텅 빈 컨테이너를 뜻한다.
'믿고 기도하여 결국 가장 좋은 것이 내게 온다'라는 기적의 체험을 위해 한 소슬한 마을 야산에 세워진 5평 남짓의 기도실이 바로 탱크. 어느 날 탱크로 가는 임도의 입구 '신성한 구역' 근처에서 산불이 나고, 화마에 휩싸인 탱크 안에서 한 남자가 죽는다.
자신이 꿈꾸던 미래가 찾아오기를 믿고 간절히 기도하던 이 남자는 왜 죽음을 맞아야 했을까.
'탱크'는 교주도 교리도 없이 오직 공간만 존재하는 '자율적 기도 시스템'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작품이다.
올해 첫 소설을 출간한 신인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상당한 중량감의 주제 의식으로 믿음과 사랑의 의미를 묻는 역작이다.
믿음이 불가능해진 시대, 자기성찰에 중독된 시대의 병통과 하루하루를 살아남기 위해 애써야 하는 개개인의 안간힘을 그린 이 작품은 드물게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최종심 30분 만 수상작으로 결정됐다고 한다.
작가는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10여년간 영화와 음반의 녹음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김희재(36)다.
그는 18일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탱크' 출간 간담회에서 "영화 제작과 작가들의 시나리오 집필 등은 직접 참여하고 옆에서 지켜보다 보니 꿈이나 동경의 대상이 되지 않더라"라면서 "문학은 여전히 내겐 동경하는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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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다루는 일이 소설 쓰기에도 도움이 많이 돼요.
작곡가들이 어떻게 일하고 자기 작품을 대하고 음악을 생각하는지 지켜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
소설 '탱크'는 4부에 걸쳐 그날 탱크의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의 증언을 들려준다.
탱크를 믿는 사람, 탱크를 믿는 애인을 둔 사람, 탱크를 세운 사람, 탱크에서 누군가를 잃은 사람이 등장하고, 작가는 조금씩 사건의 전말을 드러낸다.
입체적인 인물 설정과 빠른 장면 전환 등은 영화를 보는 것처럼 몰입감을 선사한다.
탱크라는 소설 속 공간에 김희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힘든 일을 겪을 때나 좋은 운이 왔을 때 제 맘을 다잡기 위해 내 속으로 하는 말이 기도 형식이 되곤 했다"면서 "내 안의 그런 기도의 '공간'에 대한 이미지를 계속 만들어 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희재는 앞으로도 녹음 엔지니어 일과 소설 쓰기를 병행할 생각이다.
지금도 올 추석 연휴에 때 개봉할 예정인 한 영화의 녹음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영화를 전공했고 시나리오도 써봤지만, 대사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고 컴팩트하게 상황을 묘사해야 하는 시나리오 작업은 저랑 잘 맞지 않았어요.
소설 속의 세상은 영화처럼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끝없는 상상을 하게 해주잖아요.
앞으로도 소설, 특히 여러 사람의 삶을 다룬 소설을 계속 쓰려고 합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