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까지 포함하면 480억↓…올해 출연금 1천588억→1천106억원
"학사운영 지장 없는 범위서 건물 건설 시기 일부 늦춰"
2021년 이후 누적적자가 45조원에 달하는 한국전력이 올해 한국에너지공대 출연 규모를 30% 줄이기로 했다.

줄어든 액수는 300억원이 넘는다.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등 10개 한전 계열사의 지원 몫까지 더하면 올해 에너지공대 출연금은 기존 계획보다 500억원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다.

28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이날 전남 나주 본사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올해 에너지공대 출연 규모를 708억원으로 결정했다.

당초 한전은 올해 에너지공대에 1천16억원을 출연할 계획이었는데, 이를 30% 줄였다.

한전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와 출연 대상인 에너지공대와의 협의를 거쳐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수원을 비롯한 10개 계열사도 향후 잇따라 이사회를 열어 모회사인 한전과 마찬가지로 기존 계획보다 30% 줄여 에너지공대 출연금을 의결할 계획이다.

기존 출연 협약에 따라 한전과 10개 계열사는 올해 총 1천588억원을 에너지공대에 출연할 예정이었지만, '30% 조정' 원칙에 따라 올해 총출연금은 이보다 482억원 적은 1천106억원이 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전의 상황을 고려해 학생들의 학습 등 학사 운영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늦출 수 있는 건물 건설 시기를 이연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면서 "한전이 에너지공대 측과 충분히 상의해 결론이 도출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전과 10개 계열사는 지난 2020∼2022년 3년간 총 1천724억원을 에너지공대에 출연했다.

이어 2023년 1천588억원, 2024년 1천321억원, 2025년 743억원 등 향후 3년간 3천600억원 이상을 더 낼 예정이었다.

한전 측이 에너지공대 출연금을 이처럼 비교적 큰 폭으로 줄인 것은 잇따른 전기요금 인상에도 누적 적자가 확대되는 등 한전의 재무 위기 해소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제때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않아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인 '역마진' 구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2021년부터 올 1분기까지 45조원의 적자가 쌓였다.

작년 말 기준 192조원에 달한 한전의 총부채는 올해 말 약 20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한다.

이에 한전은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25조7천억 규모의 자구안을 제시한 상태다.

앞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11일 국회에 출석해 "한전 상황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에너지공대에 출연하는 것도 전면 검토해야 한다"며 출연 축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전공대'로도 불리는 에너지공대는 문재인 정부가 '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화 연구중심 대학' 육성을 내세워 강력히 추진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전인 지난해 3월 전남 나주에서 개교했으며, 현재 학부 1∼2학년 학생 약 200명이 재학 중이다.

개교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개교 적법성 논란이 이어졌고, 감사원은 지난 3월 시민단체의 공익감사 청구를 수용, 에너지공대와 한전 등을 대상으로 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2031년까지 에너지공대의 설립과 운영에 들어갈 비용이 1조6천억원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전은 주된 책임 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