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인간의 자리·오렌지 베이커리
송광호 기자 ▲ 인간의 자리 = 박한선 지음.
존재의 거대한 사슬(The Great Chain Of Being)은 고대 그리스부터 18세기 계몽주의 사상 전까지 유럽 사상사를 지배한 개념이었다.

세계는 위계로 구축됐다는 게 핵심이다.

그에 따르면 신의 세계를 제외한 천하에서 만물의 영장은 인간이다.

그러나 과학이 발달하면서 인간도 동물의 한 종류라는 사현ㄱ실이 밝혀졌다.

그런데도 이런 과학적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이 상당하다.

'이성'과 '감성'을 두루 갖춘 인간을 동물과 동일선상에 놓을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정신과전문의이자 인류학자인 저자는 실제 모습을 인정하지 않는 이런 착각이 인간 멸종의 위기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행비둘기가 좋은 예다.

여행비둘기는 한때 50억 마리의 개체수를 자랑했다.

무리를 지어 살아오면서 개체수가 급격히 불어났고,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들었다.

그런데 높은 유전적 동일성은 재앙이 됐다.

환경 변화가 발생하자 적응에 필요한 유전적 다양성이 부족해졌다.

결국 여행비둘기는 멸종했다.

저자는 인간도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구석기 말 인류는 400만명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80억명에 달한다.

점점 유전적 동일성이 커지고 있다.

유전자가 동일한 쌍둥이는 대개 동일한 질병에 걸리고 같은 이유로 죽는다.

환경이 변하면 여행비둘기처럼 멸종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의 우월함이라는 허위를 버려야 인류가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저자는 인간이 맥락에 따라 행동을 바꾸는 전략적인 동물이라고 말한다.

그는 사랑·양육·우애·동성애·협동·자원 저장·영양 섭취·노화와 죽음·공격성 등 보편 행동에 담긴 인간의 특정 전략과 그것이 진화한 생태적 맥락을 설명한다.

바다출판사. 256쪽.
[신간] 인간의 자리·오렌지 베이커리
▲ 오렌지 베이커리 = 오렌지 베이커리 = 키티 테이트·앨 테이트 지음. 이리나 옮김.
늘 명랑했던 소녀 키티. "좋아서 낄낄대는 아이"였던 그는 14세가 된 어느 날 갑자기 공황 상태에 빠진다.

학교에 다니기 힘들어졌고, 공황발작이 찾아왔다.

머리를 감는 일조차 고통스러웠다.

침대에서 일어나고, 먹고, 씻고, 잠을 자는 일상생활의 가장 단순한 행위조차 힘겨워했다.

키티의 변화된 모습에 부모는 근심이 가실 줄 몰랐다.

맞벌이였던 부부 가운데 남편은 회사를 그만두고 키티를 돌봤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빵을 굽기 시작했다.

키티도 거들었다.

내친김에 이웃들에게 빵을 팔았다.

'맛있다'는 반응이 이어지면서 주문이 늘어갔다.

키티는 집 안에 있는 오븐만으로는 부족해 이웃집을 넘나들며 빵을 굽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이웃들이 자기들의 오븐을 사용토록 허락해준 것이다.

키티와 아빠는 본격적으로 빵을 만들었다.

유명 빵집의 레시피를 살펴보고, 요리조리 실험도 해가면서 노하우를 축적해갔다.

여러 군데 공짜 빵을 뿌리자 이곳저곳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이제 본격적으로 장사를 할 시점이 됐다고 부녀는 판단했다.

그래서 상호를 지었다.

'오렌지 베이커리'.
책은 빵을 구우며 마음을 치유하는 이야기다.

아빠와 딸이 함께 쓴 일기 같은 글을 모았다.

아무런 기대 없이 봤다가 흥미를 느끼게 되는 영화나 책 같은 것들이 있다.

'오렌지 베이커리'도 그런 종류의 책이다.

불시에 찾아온 불행을 행운으로 만드는 이야기. 빵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책 뒷부분에 있는 레시피도 눈여겨 볼만하다.

윌북. 332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