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위기, 성장과 발전의 기회 될 수 있다"

이 총재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녹색금융 국제콘퍼런스' 환영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2021년 기준 우리나라 화석연료 의존도가 64%로 높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7%에 그쳤으며 정유·화학·시멘트·철강 등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4개 업종 비중은 5.3%로 주요 선진국보다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리나라 산업구조 상 단기간에 온실가스 감축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수출기업들에 저탄소경제로의 전환이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환경 관련 글로벌 규제가 빠르게 도입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경영패러다임의 변화를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기업들의 RE100 캠페인, 블랙록·뱅가드 같은 자산운용사들의 환경 저해 기업 투자 배제 움직임 등 사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은행, 투자회사 등으로 결성된 '글래스고 금융협의체'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금융기관 스스로가 공표한 목표에 실질적인 성과를 보일 것을 촉구하고 있다"며 "2030년이 다가올수록 친환경 관련 글로벌 규제와 목표 달성 압력은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기후변화 위기는 우리에게 새로운 성장과 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한국은행도 기후변화가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을 개발하는 등 조사연구와 함께 외화보유고를 운용하면서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투자 등을 확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탄탄한 제조업과 발전된 정보통신기술, K-택소노미 도입, 녹색기후기금(GCF) 유치 등 한국에서 녹색금융의 발전잠재력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이제 녹색금융은 산업을 단순히 지원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산업과 금융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축하 영상 메시지를 통해 "세계 경제가 넷제로로 가기 위해서는 강력한 기후변화 완화 정책과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익 프로젝트 구축뿐 아니라 자금조달과 프로젝트 기간 간 만기 불일치, 비즈니스 환경 격차 등 여러 장애 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녹색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은에 따르면 이날 콘퍼런스는 동아시아 녹색 금융시장 선도를 위한 우리 환경과 비전, 기후테크·미래 투자와 녹색금융 지원방안, 신 녹색금융 시장 : 탄소배출권 시장의 성장 가능성 등 총 3개 세션으로 구성됐다.
참가자들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금융지원 강화 흐름에 맞춰 모험자본의 육성을 위한 정책금융, 친환경산업으로의 투자 유도를 위한 민간금융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특히 제조업 기반 산업구조에서 기후 위기를 신산업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기후테크 육성, 금융과 탄소배출 시장의 연계 방안, 기후스타트업 지원방안, 탄소중립의 약한 고리인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 등 우리 환경에 특화된 녹색금융 지원전략이 논의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