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테스테와 번갈아 무대…앙코르 이어지며 공연 1시간 늦게 끝나

공연 내내 여유 넘치던 얼굴에는 옅은 긴장감이 잠시 스쳤다.
그가 주섬주섬 안경을 꺼내 쓰고 악보를 펴들자 박수 소리가 끊이지 않던 관객석이 잠시 술렁였다.
흘러나온 음악은 한국 가곡 '동심초'(김성태 작곡). 6년 전 첫 내한 공연 때도 불렀던 곡이다.
담라우는 서툰 한국어지만 마음을 다해 '동심초'를 불렀다.
헤어진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가사 '기약이 없네∼'를 부를 때는 한국인의 정서인 '한(恨)'까지 느껴지는 듯했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연기파 소프라노'다운 표현력과 전달력이었다.
노래가 끝나자 환호와 함께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그가 손에 쥐었던 '동심초' 악보에는 가사가 한국어 발음대로 표기돼 있었다.
가사 곳곳에는 노래를 부를 때 유념할 부분들이 작은 글씨로 쓰여 있었고, 제목 옆에는 빨간 하트가 그려져 있어 관객들을 생각하며 이 곡을 열심히 준비했을 담라우의 마음을 짐작하게 했다.

이날 담라우는 남편인 베이스 니콜라 테스테와 번갈아 무대에 서며 왕과 여왕이 등장하는 오페라의 아리아를 불렀다.
담라우는 첫 곡 로시니의 오페라 '세미라미데' 중 카바티나 '아름답고 매혹적인 꽃'에서는 맑고 투명한 고음의 목소리를 뽐냈다.
전형적인 벨칸토 스타일의 곡으로 높은음이 연속되는 구간을 소화할 때는 그를 스타로 만든 초절정 기교를 요구하는 '밤의 여왕'의 밝은 버전을 듣는 듯했다.
하지예프의 오페라 '마리아 데실라바'의 '위대한 신이시여, 제 간청을 들어주시옵소서'를 부를 때는 비교적 짧은 곡임에도 한층 깊어진 목소리로 애절함을 응축해 표현했고,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 중 '정결한 여신이여'를 부르면서는 섬세하게 음을 짚어내며 달의 여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사제 노르마의 우아함을 한껏 드러냈다.

다만 한글 가사가 공연장에 자막으로 실시간으로 제공되지 않아 담라우의 목소리를 노래의 뜻과 함께 음미하고 싶은 관객들에게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공연은 담라우의 아름다운 목소리뿐 아니라 사랑스러움을 뿜어내는 무대 매너가 돋보였다.
담라우는 무대를 걸어 나올 때 박수 소리가 커지자 숄을 살짝 내려 어깨를 드러내 보이기도 하고, 남편이 앙코르곡을 부르는 동안에는 무대 단상 끄트머리에 앉아 관객과 함께 감상하기도 했다.
'동심초'를 부르다 살짝 박자를 놓쳤을 때는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들고 있던 악보를 손가락으로 '탁' 치는 재치로 관객들의 환심을 샀다.
앙코르곡을 4곡이나 한 탓도 있지만, 매번 노래가 끝날 때마다 끊이지 않는 박수에 공연은 예정보다 1시간을 넘겨 끝났다.
관객들은 늦어진 귀갓길에 발걸음을 재촉하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