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

지난 10일 LEC(EMEA,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리그)의 매드 라이온즈(MAD)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T1은 젠지와 생각보다 이른 타이밍에 ‘LCK 내전’을 벌이게 됐다. 페이커(이상혁)와 구마유시(이민형) 등은 승리 후 인터뷰에서 “젠지에게 꼭 복수할 것”이라며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두 선수 모두 각각 2세트와 1세트 POG(Player Of the Game)로 선정되며 활약했다.
T1이 복수를 위해 선택한 가장 중요한 전략은 젠지의 두뇌인 피넛(한왕호)을 철저히 봉쇄하는 것이었다.

이 같은 T1의 견제에도 피넛은 엄청난 저력을 발휘하며 3, 4세트 오공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두 세트 모두 POG에 선정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승부를 가를 마지막 5세트, T1의 방향성은 여전히 ‘피넛 봉쇄’였다. 바이, 마오카이에 이어 이전 세트에 활약한 오공까지 5개의 밴 카드 중 3개를 피넛을 견제하는데 쏟아부었다.
결국 T1의 견제로 피넛은 쫓기듯 뽀삐를 선택했다. 뽀삐는 초반 갱킹(다른 라인에 개입)을 통한 스노우볼이 중요한 챔피언이다. 하지만 T1은 탑 그라가스, 미드 크산테, 바텀엔 자야와 라칸 등 회피기가 뛰어난 챔피언을 택하며 정글 개입력을 최소화했다. 결국 뽀삐는 이렇다 할 초반 성과를 내지 못한 반면 T1 정글러 오너(문현준)의 럼블이 활약하며 성장 차이가 벌어졌다. 결국 조급해진 젠지가 미드에서 먼저 한타를 열었으나 T1에 역으로 모두 잡히며 순식간에 넥서스를 파괴당하며 경기가 종료됐다. 오너가 5세트 POG에 선정되며 T1의 ‘피넛 봉쇄’ 전략은 성공적인 결과를 얻게 됐다.

한편 젠지를 잡은 T1은 오는 18일 브래킷 상위 3라운드에서 중국리그 LPL의 1번 시드 징동 게이밍과 결승 진출을 놓고 맞대결을 펼친다. 이길 경우 결승전에 먼저 안착하고 패할 경우 20일에 열리는 브래킷 하위 4라운드에서 패자조 최종 승자와 결승 진출을 놓고 마지막 대결을 벌인다. 젠지 역시 아직 불씨는 살아있다. 오는 17일 북미리그 LCS의 1번 시드 클라우드 나인(C9)과 경기를 펼쳐 승리하면 19일에 열리는 브래킷 하위 3라운드에 진출한다. T1이 징동에 승리하고 젠지가 패자조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면 LCK 팀들 간의 결승전 내전이 펼쳐진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