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보유 SM 주식 향배 주목
가요계, 하이브 대 카카오·SM 양강 재편…"카카오 확실한 존재감"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이 카카오가 경영권을 가져가는 것으로 마무리되면서 이와 경쟁하던 하이브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가요계는 하이브가 챙겼다는 '플랫폼 협력'이 팬 커뮤니티 위버스에 SM 소속 가수들이 일부 입점하는 방향일 수 있다고 관측한다.

K팝 시장이 하이브와 카카오·SM 연합 양강 구도로 재편됐지만 두 진영을 오가는 협업이 일부 이뤄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이런 가운데 하이브가 이번 인수전에서 취득한 약 15%의 SM 지분을 어떻게 할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하이브 팬 플랫폼 위버스에 SM 에스파 들어오나
◇ 하이브 위버스에 에스파 들어올까
13일 가요계에 따르면 전날 하이브가 카카오와 맺은 합의안은 '카카오가 SM 경영권,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으로 요약된다.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에 대해 "현재 시점에서 정확한 협업 내용을 답변하기는 어렵지만 실질적인 협력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가요계는 하이브가 핵심 미래 사업으로 육성 중인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를 주목한다.

SM이 거느린 인기 K팝 스타 가운데 일부가 위버스에 입점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위버스는 SNS처럼 팬이 가수와 관련된 글과 사진을 게재할 수 있고, 반대로 가수도 근황을 올려 팬과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특히 지난해 스트리밍 서비스 '브이라이브'와 통합해 실시간 영상 소통이 가능한 것이 강력한 무기다.

위버스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2022년 3분기 690만명에서 4분기 840만명으로 약 21% 성장했다.

2021년 말 36개였던 아티스트 채널 수는 2022년 말 78개까지 늘어났다.

여기에 에스파나 NCT 같은 SM 인기 가수가 들어온다면 K팝 시장에서 위버스의 '체급'을 단번에 한 단계 격상시킬 수 있다.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 '위버스 라이브'를 SM 가수들이 활용한다면 플랫폼의 이용자와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된다.

이 경우 SM 가수들이 종래 활용하던 팬 소통 서비스 '버블'은 그대로 유지될 공산이 크다.

버블은 대화형 소통에 방점을 찍고 있어 위버스와는 결을 달리하는 만큼 두 서비스가 병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SM 가수 입점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말로 예정된 SM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장철혁·김지원·최정민 사내이사 후보를 주축으로 출범할 새 경영진이 결정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이브와 카카오의 플랫폼 협력이 구체화하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또 세부 협의 과정에서 콘서트 생중계, MD(굿즈 상품) 판매, 음반 판매 등 민감한 이권이 복잡하게 얽힐 수 있어 팽팽한 줄다리기가 재연될 수도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플랫폼을 포함해 다양한 사업 협력을 이어갈 예정"이라며 "현재는 큰 방향성에 합의한 상태로 추후 세부 계획을 논의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하이브 팬 플랫폼 위버스에 SM 에스파 들어오나
◇ 보유 SM 지분 15% 향배는…처분 시점 저울질
하이브가 이번 인수전 과정에서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 등에게서 사들인 SM 지분의 향배도 관심거리다.

하이브는 현재 이수만에게서 매수한 지분 14.8%에 스포츠 마케팅사 갤럭시아에스엠 등에서 공개매수한 지분 0.98%를 더해 총 15.78%를 보유하고 있다.

가요계에서는 하이브가 SM 경영권을 갖지 않은 상황에서 15%가 넘는 SM 지분을 계속해서 보유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SM을 이용한 카카오엔터 상장 시점까지 시세 차익을 노리고 보유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이달 26일까지 진행되는 카카오의 주당 15만원 공개매수에 응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기에 여러 가지 선택지를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가 이수만에게서 취득한 단가는 주당 12만원이어서 공개매수에 응해도 어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이브는 보유한 SM 지분이 15%를 웃돌기에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처분 방식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당사가 보유한 SM 주식을 어떻게 할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카카오·SM과 '플랫폼 협력'을 하기로 한 하이브가 지분을 지렛대 삼아 추후 논의 과정에 활용할 수 있다고도 전망한다.

또 '일보 후퇴'한 하이브가 자금을 재무장한 뒤 또다시 SM 인수를 시도하는 경우의 수도 내다보지만,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 팬 플랫폼 위버스에 SM 에스파 들어오나
◇ 가요계 양강 구도로 재편?…"카카오 확실한 존재감"
카카오가 SM 경영권을 가져가면서 가요계는 방탄소년단(BTS)·세븐틴·투모로우바이투게더·엔하이픈·뉴진스 등을 거느린 하이브와 카카오·SM 연합의 '양강 구도'로 재편될 공산이 커졌다.

카카오엔터 산하에는 아이유가 속한 이담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스타쉽엔터테인먼트(아이브·케이윌 등), 안테나(유희열·페퍼톤스 등), IST엔터테인먼트(에이핑크·더보이즈 등), 하이업엔터테인먼트(스테이씨) 등의 가요 기획사가 있다.

종래 카카오엔터 산하 가수 라인업은 국내에서는 막강한 파워를 자랑해왔지만, 해외에서는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여기에 에스파·NCT·엑소 등 SM 소속 K팝 스타들이 더해지면서 국내·외 시장을 아우르는 탄탄한 진용을 자랑하게 된다.

하이브와 카카오·SM 양측은 필요한 부분은 서로 협력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K팝 시장의 '파이'를 키워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JYP와 YG 등 전통적인 K팝 시장의 강호들도 신인 발굴과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이에 뒤처지지 않도록 힘을 키워나갈 전망이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카카오엔터는 K팝 음악 분야를 확장하고 IP(지식재산권)를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었는데 결실을 보게 됐다"며 "이를 바탕으로 자사의 막강한 플랫폼 사업과 웹툰 등 미디어를 다양하게 결합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카카오가 하려는 것은 SM의 IP를 자신들의 플랫폼에 태워서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것"이라며 "K팝 시장 지형이 크게 바뀔 것은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