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뜻 보기에는 고요하고 평온하지만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성격이 그렇다.
또 고향인 제주를 떠난 적도, 벗어나고 싶단 생각을 해 본 적도 없는 하은의 모습은 항상 그 자리에 가만히 자리 잡고 있는 호수를 떠올리게 한다.
9일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전소니는 "하은의 대사 앞에는 '보다가'라는 지문이 유독 많았다.
정말 말을 고르고 골라서 뱉는 사람"이라고 역할을 설명했다.
하지만 호수에 던져진 작은 돌 하나가 표면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키듯, 하은의 일상 또한 조그마한 일에도 큰 변화를 맞는다.

"고민하고 망설이는 부분이 많다는 게 오히려 이 사람이 얼마나 삶에 열정적인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는 미소(김다미 분)가 뜨거운 사람이라 할 수 있겠지만, 안에 품은 마음은 하은이도 못지않게 뜨겁거든요.
"
오는 15일 개봉을 앞둔 '소울메이트'는 미소와 하은, 두 친구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부터 늘 함께해온 두 사람은 시간이 흐르면서 멀어지고 가까워지기를 반복한다.
전소니는 "어떤 단어로도 규정되지 않는 관계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원작인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에서도 배역이 서로 바뀌었다고 들었어요.
저희 영화에도 그런 과정이 있었거든요.
두 인물은 그럴 수밖에 없는 역할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어요.
서로가 바뀌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만한 배우들이 했을 때 완성되는 관계성인 것 같아요.
"

"정말 신기한 건 '소울메이트'를 찍으면서 우리가 뭔가 연결됐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는 거예요.
저절로 영화 속 관계와 닮아가는 게 있었던 것 같아요.
"
김다미에 대해서는 "저에게는 가장 큰 파트너이자 소중하고 든든한 친구"라며 "언제든 같이 연기할 수 있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저보다 어린데도 받아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다미는 안정적인 구석이 있고, 어떤 이야기를 해도 마음을 열고 집중해서 들어주는 게 느껴지는 친구예요.
그 얼굴을 바라보면서 연기할 때면 매번 예상치 못한 걸 해내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아요.
"
전소니는 이 작품에 대해 "10대, 20대, 30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자신을 투영하며 공감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저 또한 관객으로서 너무 기다렸던 스토리"라고 전했다.

시간을 거치면서 변화가 일어나고, 인물이 온 마음을 던져 그에 대해 고민하는 작품을 좋아하거든요.
어느 정도 일상성을 가지고 있어서 영화를 보고 집에 가는 길에 지나간 시간을 되새겨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해요.
미소랑 하은이랑 진우(변우석)가 관객 여러분 마음에 며칠은 남아서 이 생각 저 생각을 하게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2014년 단편영화 '사진'으로 데뷔한 전소니는 영화 '여자들'(2017)·'죄많은 소녀'(2018)·'악질경찰'(2019), 드라마 '남자친구'(2018)·'화양연화'(2020) 등에 출연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지난달부터는 tvN 드라마 '청춘월담'을 통해 하루아침에 살인사건 용의자가 된 천재소녀 민재이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최근에는 연상호 감독의 신작인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 촬영도 마쳤다.
그는 "'기생수'와 같은 장르는 처음 도전이어서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며 "작품을 만날 때마다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즐거워하는 것도 달라지는데 그런 점이 제 삶에 생기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