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 넓고 씩씩한 남행선 역…"원래 훨씬 억척스러운 캐릭터"
"차선인 선택을 최선처럼 살아가는 모습이 멋있었죠"
'일타스캔들' 전도연 "거봐 내가 할 수 있을 거라 했잖아"
"사람들은 '전도연'하면 어둡고 무거운 이미지를 떠올리잖아요.

저 사실 밝고 경쾌한 사람인데…저도 밝은 작품이 하고 싶었어요.

"
2007년 한국인 최초로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은 '칸의 여왕'이자 모두가 인정하는 '톱배우' 전도연.
원한다면 어느 작품이든 골라 출연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6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 카페에서 마주 앉은 그는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의 폭이 크지 않아서 답답함과 갈증을 느꼈다"고 의외의 이야기를 꺼냈다.

전도연은 "무게감 있는 연기 외에도 여러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하나의 틀 안에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래 갇혀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2005) 이후 17년 만에 만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일타스캔들'은 아주 반갑고 감사한 작품이었다고 한다.

"드라마를 보면서 '내가 웃는 모습이 이렇게 예쁘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웃음) 스스로 웃는 얼굴을 볼 일이 별로 없잖아요.

"
'일타스캔들' 전도연 "거봐 내가 할 수 있을 거라 했잖아"
전도연은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일타스캔들'에서 가족을 위해 국가대표 선수 생활을 접고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씩씩하고 따뜻한 성격의 남행선 역을 맡았다.

남행선은 좋게 말하면 사랑이 넘치고, 나쁘게 말하면 오지랖 넓다.

"심장이 덜렁거린다", "경찰은 민중의 몽둥이", "아연질색' 등 말실수를 지적하면 "애니웨이"(anyway·아무튼)라고 얼렁뚱땅 넘긴다.

무턱대고 나서서 상황을 악화시키는데도 미워할 수 없고 오히려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전도연은 "원래 작가님이 적어주신 남행선이라는 캐릭터는 훨씬 억척스러운 인물이었다"며 "저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을 연기해야 하는 게 부담스러워서 작가님께 수정을 요청했고, 저로 인해 캐릭터의 억척스러운 부분이 어느 정도 희석됐다"고 제작 과정을 회고했다.

'일타스캔들' 전도연 "거봐 내가 할 수 있을 거라 했잖아"
비록 마음이 앞서 선을 넘을 때도 있지만, 전도연은 "남행선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제가 행선이에게서 가장 멋있다고 생각하는 점은 가족을 위해 자기가 원하는 삶을 포기했지만, 차선인 선택을 최선처럼 살아간다는 거예요.

시청자분들도 남행선에게서 이런 모습을 보고 응원해주길 바랐어요.

"
'일타스캔들' 전도연 "거봐 내가 할 수 있을 거라 했잖아"
1990년 CF로 데뷔한 전도연은 영화 '해피 엔드'(1999), '밀양'(2007), '집으로 가는 길'(2013), '무뢰한'(2015), 드라마 '사랑할 때까지'(1996), '굿 와이프'(2016), '인간실격'(2021) 등 여러 작품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안주하지 않고 연기력을 혹독하게 갈고닦으며 차근차근 내공을 다져 '최고'의 타이틀을 당당하게 거머쥔 전도연은 "남행선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가족이라면 제 원동력은 저 자신"이라고 짚었다.

그는 "저 자신에게 더 떳떳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저를 움직이게 만든다"며 "이번 '일타스캔들'이 잘 됐으니 앞으로는 밝은 작품도 많이 들어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팬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묻자 전도연은 "거봐 내가 할 수 있을 거라 했잖아"라고 답하며 환한 웃음을 터트렸다.

'일타스캔들' 전도연 "거봐 내가 할 수 있을 거라 했잖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