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억제제 부작용으로 난폭운전 추정
"마약류 해당…환각 증상, 불안 상태 위험"

당시 경찰은 A씨가 탑승한 차량이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는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A씨는 출동한 경찰의 정지 명령에 불응하고 도주를 시도하다 차량 6대를 들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도주한 방향은 보행자 통행이 잦은 곳으로,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음주 상태가 아니었다. 다만 A씨는 식욕억제제를 과다복용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으며, A씨의 이상행동을 고려할 때 식욕억제제로 인한 환각을 겪어 사고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데 이어 지난 2월 가족 중 한 명이 따로 처방받은 식욕억제제까지 추가로 복용했다.

특히 펜터민은 비만 치료에 쓰이는 정신 흥분제로, 부작용으로는 A씨가 보인 행동과 같이 환각 증상과 의존성 등이 있다.
식품의약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이 약을 과량으로 먹을 경우 불안, 의식을 잃음, 사지의 떨림, 호흡이 빨라짐, 혼란, 환각 상태, 공격성, 공포로 인해 갑작스러운 심리적 불안 상태가 나타날 수 있다. 치명적인 중독 시에는 경련, 혼수상태 및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으면 최대 4주까지만 복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복용 기간이 3개월이 넘을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고 보고 있다. 식약처는 식욕억제제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생길 경우 즉시 복용을 중단하고 전문의와 반드시 상담할 것을 권고했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는 "식욕억제제는 굉장히 위험한 약"이라며 "다이어트를 위해 잘못 복용했다간 약물 중독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또 "남용하거나 무분별하게 사용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과도한 식욕억제제 사용으로 우울, 불안이 동반될 경우 전문가와 상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