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봄을 알리는 듯 전시장이 녹색(그린)으로 가득하다.

연녹색부터 짙은 녹색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녹색띠의 움직임이 경쾌하다.

반곡면의 색띠 작업으로 잘 알려진 추상화가 하태임이 3일부터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녹색을 메인 색상으로 내세운 신작들을 선보인다.

색이 형태보다 우선한다는 작가는 "나에겐 색이란 기억으로 규정된다"고 설명한다.

녹색은 스승이자 멘토였던 아버지와의 기억이 담긴 색이다.

그의 아버지는 1세대 추상화가 하인두(1930∼1989)다.

지난달 28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 나눴던 대화에서 아버지는 '딥 그린'(deep green)을, 자신은 연두색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일화를 들려줬다.

자신처럼 아버지도 녹색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던 그 기억에서 이번 전시가 시작됐다.

작가가 '컬러밴드'라고 부르는 색띠 작업은 이전과 비슷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변화를 시도한 작품도 일부 볼 수 있다.

매끈하게 다듬었던 화면에는 군데군데 물감이 튀어 있고 터치도 거칠어졌다.

컬러밴드의 색도 단색이 아닌 여러 색을 중첩했고 질감을 더하기도 했다.

지하 전시장에는 색띠를 캔버스 밖으로 꺼낸 설치 작업이 놓였다.

알루미늄 막대 수십 개와 색띠를 섬유로 구현한 섬유밴드들로 구성된 작품이다.

전시는 4월1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