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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전남 여수시 남면 화태도 묘두선착장 앞 가두리 양식장에서 만난 박천수(65) 씨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 믿기지 않는 듯 한숨만 토해냈다.
깊은 바다 밑에서 그물을 건지자 자식 같은 참돔 수십마리가 얼어 죽은 채 하얀 속살을 드러내며 떠올랐다.
바다 밑 그물에는 수만마리가 죽어 있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현재는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양식장이지만, 며칠 전까지만 해도 수돗물이 얼어붙을 만큼 추운 날씨였다고 한다.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계속된 한파에 폐사가 걱정됐는데, 열흘 전부터 죽은 물고기가 하나둘 떠오르며 우려가 현실이 됐다.
2∼3일 전부터는 그물을 걷어 올리자 엄청난 수의 물고기가 죽은 채 떠올랐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양식을 해왔지만, 이번과 같은 강추위가 처음이었다는 박씨는 "우리 화태어촌계 양식장 물고기 80%는 죽은 것 같다.
손 쓸 수도 없고 빚만 떠안게 됐다"고 안타까와 했다.
화태어촌계에서는 5어가에서 참돔 38만6천마리, 감성돔 48만7천마리를 양식 중인데, 이번 한파에 참돔 6만마리, 감성돔 5만마리가 폐사하는 피해를 당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피해액만 6억6천만원에 이른다.
화태도가 있는 여수 가막만에는 올해 초 강력한 한파가 몰아닥쳤다.
갑작스럽게 떨어진 기온에다 풍랑까지 거세 물고기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져 집단 폐사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해수 이동이 적고 수심이 얕아 수온의 영향을 잘 받는 근해 특성상 급격히 떨어진 기온에 물고기들이 견디기 힘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막만에는 1월 4일 저수온 경보가 내려졌다.
이달 들어 기온이 점차 오르면서 17일 경보가 주의보로 변경됐지만, 여전히 저수온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수 돌산, 남면, 화정, 월호동 20어가에서 123만4천590마리가 폐사했다고 신고됐다.
피해액이 41억원에 달한다.
피해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