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미만 단기물 위주로 차환중…"작은 충격에도 시장 냉각 우려"
살얼음판 부동산에 PF ABCP 만기 짧아져…초단기물 비중 60%
증권사와 건설사가 신용 보강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 ABCP)의 만기가 짧아지고 있다.

정부가 시장 안정화 정책을 발표하고 올해 들어 금리 추가 인상 우려도 누그러지면서 자금시장 상황은 한결 나아졌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침체라는 근본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상태에서 PF 유동화증권에 대한 투자심리는 여전히 위축돼 있다.

20일 유안타증권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증권사가 신용 보강을 제공한 PF ABCP의 만기 구조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말 기준 전체 잔액(약 21조1천500억원)에서 만기가 1개월 이내로 남은 초단기물의 비중은 60.2%로 집계됐다.

초단기물 비중은 지난 2021년 12월 말에는 48.3% 수준이었으나 레고랜드 사태 직후인 지난해 10월 말 57.1%로 상승했고 올해 들어서는 더 높아졌다.

반면 만기가 4개월 이상 남은 PF ABCP의 비중은 지난 2021년 12월 말 기준 5.2%였으나 지난달 말 기준 1.9%로 줄었다.

건설사가 신용 보강한 PF ABCP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말 기준 잔여 만기가 1개월 이내인 PF ABCP의 비중은 31.3%로 지난 2021년 12월 말(26.0%)보다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만기가 4개월 이상 남은 PF ABCP의 비중은 36.1%에서 22.9%로 크게 줄었다.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과거보다 잔여 만기가 1개월 이내인 초단기물 비중은 커지고 4개월 이상 중단기물 비중은 줄었다는 건 그만큼 신규 발행되는 PF ABCP의 만기가 짧아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한 달(지난 1월 9일∼2월 10일)간 PF ABCP 만기 도래 규모는 총 18조3천억원이었는데 이 중 대부분인 약 15조5천억원 어치가 만기 3개월 이하의 단기물로 신규발행 또는 차환됐다.

PF ABCP 만기가 짧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판단한다는 뜻이다.

특히 증권·건설사의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에서 분양형 본 PF 비중이 크기 때문에 분양시장 동향이 중요한데 현재로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대다수다.

배상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작년 말 기준 주택 미분양은 전국 기준 6만8천107호로, 역대와 비교해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가장 큰 문제는 속도"라며 "지난해 연초 2만1천700호 수준이었던 전국 미분양은 작년 7월 3만1천 호, 12월에는 6만8천 호로 무서울 정도로 빨리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소비자들은 주택 가격 하락세와 분양가 상승세로 신규 분양에 대한 매력이 감소했다고 느끼고 주택시장에 대한 전망도 부정적이어서 당분간 미분양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가는 이처럼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부정적 이슈가 발생하면 PF ABCP 시장도 쉽게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문주 연구원은 "기초자산이 되는 PF 대출의 위험도가 높아지면 위험 회피 심리 때문에 차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유동성 이슈가 재차 불거질 수 있다"며 "작은 충격의 발생으로도 시장이 급격히 냉각될 가능성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